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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쓰나미 덮쳤다’…‘벼랑 끝’ 내몰린 정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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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쓰나미 덮쳤다’…‘벼랑 끝’ 내몰린 정유사

1兆 손실 에쓰오일 이어 현대오일뱅크도 5600억 적자
코로나19와 유가 폭락 영향…2분기 전망도 장담 못해
정유4사, 1분기 ‘4兆 손실’ 가능성 높아져, ‘위기론’ 확산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5632억 원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5632억 원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파로 에쓰오일이 1조 원대의 손실을 낸 데 이어 현대오뱅크도 5600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손실이 불가피해 보여 정유업계에 ‘코로나19 쓰나미’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9일 발표한 현대오일뱅크 1분기 매출은 4조4166억 원으로, 영업손실 5632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17.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손실은 1조73억에 달한다.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로 정유 사업 부분만 1조1190억 원의 손실을 봤다. 그나마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에서 이익을 손실을 줄여줬다.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폭락에 따른 재고손실과 석유제품 수요 급락이 겹친 결과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11월 70달러 수준에서 20달러대로 폭락했다. 한때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해 정체, 판매하는 데까지 2개월가량이 소요된다. 비싸게 사들인 원유 가치의 하락으로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한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휘발유, 항공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에 석유제품도 팔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정유사의 수익성 핵심지표인 정제마진이 곤두박질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를 뺀 가격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이러한 정제마진도 마이너스권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에쓰오일에 이어 현대오일뱅크의 손실을 포함해 업계 안팎에서는 SK이노베이션·GS칼텍스 등 정유 4사의 영업손실이 모두 4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 암울한 관측도 나온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손실이 1조 원을 크게 상회 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정유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이 3조5000억 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에만 한 해 이익을 모두 날리게 되는 셈이다.

정유사들은 2분기에는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실적 발표에서 2분기 전망과 관련해 “5월부터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실행되고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코로나19 봉쇄조치도 풀릴 것으로 예상돼 2분기 실적은 상당 폭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정유사들의 대규모 가동률 조정 및 정기보수 일정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2분기 코로나19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2분기 적자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가별 봉쇄와 글로벌 산업 가동률 하락이 2분 초입에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유사들은 공장의 정기 보수 일정을 앞당기는 방식으로 가동률을 낮추는 등 추가 충격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벼랑 끝’에 내몰린 정유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석유 비축시설 대여료 낮추고 1조3000억 원 규모의 세금 납부 기한을 3개월 늦춰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정유사의 손실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글로벌 수요 증가세가 느린 데다 원유재가 쌓이고 있어 지금으로선 2분기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다음 달 6일에, GS칼텍스는 10일 정도에 1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