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Biz 24]사우디 유조선이 5월 미국 유가 추락시킨다

공유
9

[글로벌-Biz 24]사우디 유조선이 5월 미국 유가 추락시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10개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의 감산 이행으로 지난 1일 미국산 원유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한 주에 17% 올랐으니 기뻐하기엔 시기 상조다.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천만 배럴을 가득 실은 초대형 유조선들이 미국 서부해안과 걸프만에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유가 시장에 풀릴 경우 유가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캘리포니아 앞 바다에 떠 있는 유조선들. 사진=온디맨드뉴스 유튜브 방송 캡쳐이미지 확대보기
캘리포니아 앞 바다에 떠 있는 유조선들. 사진=온디맨드뉴스 유튜브 방송 캡쳐

미국 석유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은 3일(현지시각) 28척의 사우디 유조선단이 5월에 미국 유가를 추락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와 미국 내 저장시설 부족이 촉발한 유가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생산업체들은 유정을 폐쇄하고 있는 상황인데 사우디산 원유가 대규모로 풀릴 경우 유가는 끝없이 추락할 것이라는 게 오일프라이스닷컴의 전망이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사인 리스타드에너지(Rystad Energy) 분석에 따르면, 원유 43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유조선(VLCC) 14척을 포함해 사우디 유조선 28척이 4월24일에서 5월24일 사이에 미국 멕시코만과 서부해안에 도착한다. 이미 상당한 숫자의 유조선이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미국 해안에는 유조선 75척이 하역을 기다리며 떠 있다. 이중 34척은 서부 해안에서 약 2500만 배럴의 원유 하역을 위해 대기하고 있고 31척은 걸프만에서 비슷한 규모의 원유를 부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미국 연안 유조선 현황. 사진=리사드에너지/리피니티브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연안 유조선 현황. 사진=리사드에너지/리피니티브

사우디 동부 항구도시인 라스타누라에서 원유를 선적한 사우디 유조선들이 합세한다면 거의 100척의 유조선들이 미국 서해안과 걸프만에 밀집하게 된다.

최근들어 미국 연안이 유조선들로 혼잡하게 된 것은 미국 정유사들이 휘발유와 제트유 수요 감소에 대응해 가동률을 조절하기 위해 원유 구매를 취소하거나 늦추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파울로 로드리게스 마시우 리사타드에너지의 선임시장분석가는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라스타누라에서 미국에 도착하기로 예약된 총 원유 물량은 지난 4주간 사우디산 수입 물량의 네 배나 많다"면서 "현재 저유소 상황이나 미국 연안 혼잡도를 감안하면 유조선들이 도착 즉시 하역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미국 항구 혼잡도도 역대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사우디 유조선들이 운송 원유를 전부 하역한다고 한다면, 이는 5월 중 산유량 감산분을 상쇄할 것이라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은 내다봤다. 미국 원유 생산 업체들은 저유소 저장능력 한계에다 유가 하락을 이유로 일부 생산 유정을 폐쇄하고 있다. 리스타드에너지는 6개 사업자의 유정폐쇄에 따른 생산감소 물량이 4월과 5월 하루평균 3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로드리게스 선임 분석가는 "지난 4주간 정유사들의 원유수요는 하루평균 300만 배럴 줄었고 EIA는 원유생산량이 지난 몇 주간 하루평균 8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보고했지만 우리는 앞으로 몇 주동안에도 80만 배럴 감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미국 연안에 접근하는 중동산 원유물량 때문에 향후 4주 동안 미국의 원유수입량은 하루평균 580만 배럴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