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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남미 1,800만 명 가사노동자 코로나19 여파 해고 위기 직면 ‘막막한 생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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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남미 1,800만 명 가사노동자 코로나19 여파 해고 위기 직면 ‘막막한 생계’

사진은 브라질 가사노동자들의 대부분이 거주하는 상파울루의 대표적 빈민가 파벨라의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브라질 가사노동자들의 대부분이 거주하는 상파울루의 대표적 빈민가 파벨라의 모습.
■ 코로나19 이유 급여도 못받고 내쫒기기도

마리아 라이문다 리베이로 데 알메이다 씨는 한 달 전부터 매주 월요일 아침 집이 있는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 파벨라(슬럼가) 파라이조폴리스 인근 맥도널드 앞에서 마중 나온 차를 기다리게 됐다. 그녀는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3월 24일 이전에는 가정부로 일하는 고급 아파트까지 매일 버스로 다녔다. 하지만 지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를 접촉할 기회를 줄이고 싶다며 고용주가 우버 택시를 마련해 줘 이를 사용하고 있다.
브라질 전 국토에서 확인된 코로나19의 감염자는 약 6만6,000명, 사망자는 4,500명을 넘어섰다. 직장에 도착하면 알메이다 씨는 자신의 옷을 모두 갈아입는다. 바이러스가 부착돼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음에 파라이조폴리스의 자택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금요일이 된다. 일을 계속하려면 평일 내내 아파트에 있으라고 고용주가 일러서다.

자신이 버는 2,000헤알(약 4만1500원)이 가족의 유일한 수입인 그녀에게 있어서 선택사항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재 43세인 그녀는 “내 월급이 있어 지금은 괜찮습니다”라고 말하지만 “이 일이 없어지면 우리 가족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한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은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수많은 가사노동자들의 생활이 송두리째 뒤집혔다. 원래 이들은 세계에서도 유난히 불평등한 사회에서 빠듯한 삶을 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16년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지역에서는 1,800만 명이 가사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그중 93%기 여성이었고, 또 80% 가까이가 정부의 규제나 보호가 미치지 않는 비공식적인 조건으로 취업을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이전부터 불안정한 상황에 놓였던 가사노동자들은 더 위험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일할 것을 강요당하는 한편, 급여도 받지 못하고 해고된 사람들도 있다.

■ 생존이 걸린 일자리 퇴출 보호대책 시급

외출금지령이 내려지기 전 알메이다 씨는 고급 주택가 아파트에 있는 침실 3개, 욕실 4개로 구성된 고용주의 집을 하루 9시간 동안 청소했다. 하지만 아파트에 입주하게 된 지금은 하루 일감이 한없이 늘고 있다. 온 가족이 있는 방에서 알메이다 씨는 쓰레기를 치우고 하루에도 몇번씩 식사를 차리고 베이비시터를 도와 아이를 돌보고 있으며, 다른 온갖 잡일을 시간에 상관없이 처리하고 있다.
가사도우미, 요리사, 베이비시터들은 브라질 각지의 가정에서 일하고 있다. 브라질은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가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많다. 가정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상파울루주의 가사노동자 고용주조합은 웹사이트상에서 권장 사항 6가지를 공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사노동자가 집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게 하고, 가사노동자에게 감염 징후가 보이면 귀가시킨다. 그러나 가사노동자가 집에 머물 것을 권유하는 글은 어디에도 없다.

유급휴가도 정부의 보호도 없이 가사노동을 맡은 여성들의 처우는 고용주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처음이며 브라질 전체로는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코로나19의 희생자는 국내 최고급 주택가인 르브론 지구에서 수십 년간 가사노동에 종사해 온 63세 여성이었다. 여성의 고용주는 이탈리아 여행으로부터 돌아온 후 몸이 아파 코로나19 감염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사실을 숨긴 채 여성에게 일을 계속하게 하고 있었다고 한다. 고용주는 이후 회복됐다.

리우에서 사는 교사인 여배우 줄리아나 프랑카는 57세 된 어머니와 75세 된 할머니가 팬데믹 후에도 계속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인터넷상에서 ‘For the Lives of Our Mothers’(어머니들의 생명을 위하여)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프랑카 씨는 가사노동을 하는 부모를 가진 사람들과 협력해 어머니들에게 유급휴가를 줄 것을 요구하고 또 실직자들을 기부자를 연결해주고 있다. 그 결과 3월 중순까지 11명의 근로자와 기부자를 연결할 수 있었다.

프랑카 씨는 “노동자들은 자기가 뭘 잘못해서 일자리를 잃을까 봐 겁을 먹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임으로써 비난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말한다.

파라이조폴리스의 지역지도자 레자네 산토스 역시 실직 가사노동자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Adopt a Day-Maid’(가사노동자를 받아들이자)라는 이름이 붙은 이 캠페인은 기부금을 모아 팬데믹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은 여성들에게 식량, 위생용품, 월 300헤알(약 6200원)을 3개월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출범 3주 만에 1,000명 정도의 신청이 있었다. 산토스 씨는 “이러한 여성의 대부분은, 가계를 담당하는 미혼모입니다”라며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월급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이런 캠페인 덕분에 굶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자녀 7명을 둔 미혼모 아일데 데 올리베이라 두라드 씨는 팬데믹 전에는 1주일에 3일씩 고급 아파트에서 청소를 했다. 그러나 고용주로부터 해고되면서 한 달에 1,000헤알의 급여를 상실하면서 방 두 개짜리 아파트의 월세 500헤알( 약 1만엔)을 지불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지금은 지역단체 기부를 통해 아이들을 먹여 살릴 수 있지만, 고기와 우유는 거의 구하기 어렵다. 걱정스러운 것은 다섯살 짜리 막내아들 때문이다. 방에 하나 있던 창문이 리모델링 공사로 막힌 뒤 아들은 곰팡이로 인해 호흡기를 망가뜨렸다. 살기에 급급했던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더 큰 궁지에 몰리고 있다. 두라드 씨는 “너무 힘들어서 하느님, 제발 제 목숨을 거두어 가 주세요. 이런 고통이 계속될 바에야 목숨을 잃는 게 낫다고 기도하고 싶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래도 그녀는 “언젠가는 이런 날들도 끝나겠죠.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저는 믿습니다”라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