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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11)] 코로나 19가 바꿔놓은 일상, 자녀와 함께하는 재택근무 '영구 불변의 크리에이티브 소스 레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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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의 디자인 인사이트(11)] 코로나 19가 바꿔놓은 일상, 자녀와 함께하는 재택근무 '영구 불변의 크리에이티브 소스 레고'(하)

크리에이터의 조립 방식에 따라 거의 무한대로 창작이 가능한 레고를 모티브로 제작된 특색 있는 제품들도 눈에 띈다.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의 프로토타입(Prototype)과 맥을 같이하는 놀이 이상의 소통 방식으로 한층 더 발전한 레고의 활용 사례들을 살펴보자.

스마트 폰 케이스 디자인에 활용된 레고 브릭은 케이스 뒷면에 정원 형태의 스터드(Stud)가 양각으로 단순 반복되어도 상당히 조형적임을 알 수 있고 팅커브릭(Tinker Brick) 케이스 처럼 테두리 형태의 스터드 만으로도 훌륭한 조형 형태가 가능함을 볼 수 있다.
Block Case(왼쪽) ⓒ Connect Design,  Tinker Brick Case(가운데) ⓒ Tinker Brick, LEGO Builder Case(오른쪽) ⓒ Belkin이미지 확대보기
Block Case(왼쪽) ⓒ Connect Design, Tinker Brick Case(가운데) ⓒ Tinker Brick, LEGO Builder Case(오른쪽) ⓒ Belkin

LA에서 활동하는 장저우 출신의 아트 디렉터 유송장(Yusong Zhang)은 접착제나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흰색, 빨간색, 노란색, 녹색의 오직 1만480개의 레고 브릭만을 활용해서 길이 1.2m의 레고 커피 테이블을 제작했다.
Lego Coffee Table ⓒ Yusong Zhang이미지 확대보기
Lego Coffee Table ⓒ Yusong Zhang

이탈리아의 디자인 스튜디오 프르소크레아티보(Flussocreativo)는 레고 브릭을 모티브로 재활용 분리수거함을 디자인했다. 이 제품은 수지(Polymer)와 집성목을 활용하여 제작했고 색상은 이탈리아 재활용 코드를 적용했다. 각 수거함은 용도에 따라 구성하거나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으며 사용자의 정면에서 비스듬하게 열리는 편리한 구조의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다.

Leco ⓒ Flussocreativo이미지 확대보기
Leco ⓒ Flussocreativo

프랑스의 에폭시아(Epoxia)에서 출시한 레고 스토리지 박스(Storage Box)는 실용적인 크기로 가구처럼 사용할 수 있다. 박스 크기는 4가지이며 스터드(브릭 상단의 돌기, Stud)가 1개, 2개, 4개, 8개로 재미있고 다양한 구성이 가능하다.

LEGO Boite de rangement ⓒ Epoxia이미지 확대보기
LEGO Boite de rangement ⓒ Epoxia

독일의 설치 미술가 얀 포르만(Jan Vormann)은 전쟁이 휩쓸고 간 상흔을 새로운 문명으로 치유한다는 발상으로 전세계 30여개 도시를 돌며 건물 외벽의 부서진 틈을 레고 브릭으로 보수하는 ‘디스패치 워크(Dispatch Work)’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수많은 자원 활동가와 단체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지원에 동참하고 있는데 허물어진 건물의 틈새를 레고 브릭으로 채워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원색의 레고 브릭으로 활기차고 재미있는 환경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Dispatch work ⓒ Jan Vormann이미지 확대보기
Dispatch work ⓒ Jan Vormann
뉴욕에서 활동하는 설치 미술 작가 숀 케니(Sean Kenney)는 레고 브릭만 사용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는 2016년 사라지는 코뿔소(Disappearing rhino)라는 작품을 선보였는데 조각품의 길이는 3.6m, 높이는 1.8m로 그가 작업한 작품 중 가장 크다고 한다. 작업시간만 726시간이 걸린 이 작품은 각 섹션(Section)이 지면에 닿게 하고 내부에는 금속과 플라스틱 지지대를 보강하여 견고하게 만들었다.

Disappearing rhino ⓒ Sean Kenney이미지 확대보기
Disappearing rhino ⓒ Sean Kenney

레고 브릭을 사용해서 작품을 만드는 이유에 대하여 숀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레고는 본질적으로 재미있고 기발합니다.” 그는 장난감이 자신의 성격을 잘 반영한다고 하며 자신은 구조적이고 조직적이며 논리적이지만 어리석고 쾌활한 면도 있다고 한다. 또한 직선, 규칙 및 수학을 기반으로 하는 레고보다 더 좋은 매개체가 무엇인지 반문하기도 했다.

숀의 말처럼 레고만큼 창의적인 장남감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여기서 우리는 2대 창업주 고트프레드가 1963년에 제창한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레고의 10대 원칙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이미 50년도 훌쩍 넘은 제조 장인의 원칙이지만 모든 크리에이터들에게도 해당되는 말 같아 원문 그대로 인용해본다.

1. 무한한 가능성을 가질 것
2. 남녀 성별을 초월할 것
3. 나이를 초월할 것
4. 일년 내내 질리지 않을 것
5. 활기차고 흡입력을 가질 것
6. 세대를 초월할 것
7. 상상력, 창조력, 발전성을 지향할 것
8. 놀수록 가치가 높아질 것
9. 늘 아이들의 화제가 될 것
10. 안전성이 높고 품질이 좋을 것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김정한 계원예술대 겸임교수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가 발표한 2017년 세계 500대 브랜드 보고서(Brand Finance Global 500 2017)에서 레고는 구글, 나이키, 페라리, 디즈니 등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브랜드에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브랜드 가치만도 75억7100만 달러(약 8조8000억원)에 이르는 레고의 가치는 모든 장난감회사를 통틀어도 독보적인 수준이다.

놀이가 만들 수 있는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소스’ 레고는 그 무한한 가능성으로 대체불가한 창작의 아이콘으로 남은 지 오래이다. 레고를 보면 공자가 말한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구절이 떠오른다.



김정한 씽크디자인연구소 대표(계원예술대 산업디자인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