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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경영’ 이은 이재용 ‘뉴 삼성’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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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경영’ 이은 이재용 ‘뉴 삼성’ 비전

사과 뛰어넘은 이 부회장 ‘뉴 삼성’ 선포식
100년 ‘뉴 삼성’ 위한 미래 구상에 관심 집중
가장 잘하는 분야·신사업 도전…반도체·AI 등 물망
대규모 M&A 관측…인재영입 중심 경영 지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동조합 문제 등에 대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동조합 문제 등에 대해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新)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6일 대(對)국민 사과는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news) 삼성’을 향해 전진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조 문제에도 공식사과한 이 부회장은 특히 4세 승계를 포기하고 장기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국민사과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권고를 받아들인 측면도 있지만 고(故)이병철 선대 회장의 ‘도쿄 선언’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에 이은 새로운 삼성을 향하는 중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 집중·기술 초격차 강화” 비전 제시


재계는 경영 체제 개혁을 선언한 이 부회장의 ‘100년 뉴 삼성’ 미래 구상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후 ‘사회적 책임’과 ‘기술 초격차’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대국민사과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며 기존 사업에 집중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에도 보폭을 넓히는 계획을 천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부회장이 '4대 미래 사업'으로 선정한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바이오, 반도체 등에 우선적으로 투자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4대 미래 사업은 그동안 이 부회장이 시장 선점과 기술력 확보를 위해 선봉에 서서 글로벌 광폭 행보를 이어왔던 분야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2018년 8월 180조 원 규모의 투자·고용 계획을 시작으로 지난해 4월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내용을 담은 ‘비전 2030’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신경망 처리장치(NPU)와 그래픽스 처리장치(GPU) 등 시스템 반도체 연구개발(R&D)에 73조 원, 생산시설에 60조 원 등 총 13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에 안주하지 않고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글로벌 종합반도체업체로 탈바꿈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최근 디스플레이 사업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새 판을 짜겠다는 계획으로 오는 2025년까지 퀀턴닷(QD)디스플레이 생산시설 구축과 연구개발 등에 총 13조1000억 원 규모를 투자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발표했다. 이는 중국과 펼치는 치열한 '액정표시장치(LCD)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초격차 기술 ‘QD 디스플레이’로 전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도다.

이 부회장은 AI분야에서도 기술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왔다. 삼성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실리콘밸리에 있는 AI 플랫폼 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한 후 한국 AI 총괄센터를 포함해 미국 실리콘밸리·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등 5개국에 AI 연구센터 7곳을 설립해 운영하는 등 조직 강화에 역량을 쏟아왔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지난해 손정의(63·일본명 손 마사요시)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AI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현재 세계 1위를 거머쥔 분야인 반도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스마트 폰, TV 중에서 반도체 부문 사업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메모리 중심에서 비메모리로 확대하고 전자장비(전장)와 AI 반도체 분야 등으로 신규 진입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 이재용 ‘신사업’ 시작은?…과감한 M&A 나설 지 주목


이 부회장이 언급한 신사업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재계에서는 반도체 관련 사업이나 로봇사업 등을 거론하고 있다.

신사업의 출발점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물꼬를 틀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2015부텨 2016년까지 신사업 확대 차원에서 모바일 결제 전문기업 ‘루프페이’, 럭셔리 가전업체 ‘데이코’, AI 플랫폼 스타트업 ‘비브랩스’, 전장 기업 ‘하만’ 등 미국 업체들을 인수해 삼성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역대 최대 규모인 9조 원을 들여 미국 하만을 인수해 키운 점을 토대로 신사업도 같은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 1분기에 무려 100조 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만큼 이 부회장이 차세대 먹거리로 신사업에 주력할 것이라는 얘기다.

신사업은 이 부회장의 향후 인재 영입 과정에서 그 단서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성별과 학벌·국적을 따지지 않고 최고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며 “그 인재들이 저보다 중요한 위치에서 사업을 이끌어가도록 해야 한다”고 인재 영입 확대를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 부회장은 그동안 시스템반도체를 비롯한 AI 분야 등에서도 인재 영입에 공을 들여왔다.

익명을 요구한 대학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언급하며 “경제 판이 새로 짜여지는 시점에서 성급한 M&A보다는 지분 확대 등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이 현실적일 수 있다”면서 “기업 가치 제고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강화라는 이 회장 의지 속에서 사회적 기업도 별도의 신사업이 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