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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전매금지’ 칼 빼든 정부...‘묻지마 청약’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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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권 전매금지’ 칼 빼든 정부...‘묻지마 청약’ 잠재울까

“수도권·광역시 투기 감소 vs. 청약열기 서울 집중 또다른 풍선효과“ 엇갈린 전망
건설업계는 미분양 '발등의 불'…대형사 8월 이전 ‘밀어내기’ 가능성, 중견사 걱정

현대건설이 지난 1월 인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 견본주택 내부 모습. 사진=현대건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건설이 지난 1월 인천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주안' 견본주택 내부 모습. 사진=현대건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또 다시 칼을 빼들었다.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외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대다수 지역의 민간택지에서 분양권 전매를 금지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현재 수도권에서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만을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는 분양권 전매 금지를 오는 8월부터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과밀억제권역에는 비규제지역인 인천시(경제자유구역 등 일부 지역 제외), 의정부시, 시흥시, 부천시, 시흥시 등이 포함되며, 성장관리권역에는 동두천시, 안산시, 오산시, 평택시, 파주시, 연천군, 포천시, 김포시 등이 속해 있다. 경기 가평과 여주 등 일부 자연보전권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과 부산, 대전, 울산 등 전국이 사실상 전매제한 사정권에 든 것이다.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 지역을 비규제지역까지 확대한 것은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전국 분양권 전매 거래량이 평균 1만 1049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평균(8403건)보다 31.4%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그동안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전매제한 기간이 짧은 점을 이용해 분양권 전매 목적으로 청약에 뛰어드는 투기수요가 유입되는 등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매행위 제한 기간이 늘어나 투기 수요가 줄고 실수요자의 당첨 확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단기 전매차익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수요 위주의 청약 시장으로 재편할 것”이라며 “경기와 인천, 수도권, 지방광역시 분양시장은 수요 위축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전매제한 규제만으로 청약시장의 과열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공급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새 아파트의 인기를 막는데 큰 역할은 될 수 없다”면서 “충분한 신규주택 공급으로 시장의 기대심리를 꺾지 않는 이상 또 다른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소장은 이어 “앞으로 공급이 더 줄 수 있다는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로 인해 기존 재고시장의 비규제지역 내 아파트로 투자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들끓었던 청약 수요가 다시 서울로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오는 7월 말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이어 8월부터 수도권에서 분양권 전매가 금지될 경우 수도권 분양단지의 가치가 현재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하반기에 예정된 분양을 축소하고, 규제가 시행되는 8월 전까지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전매 제한이 강화되면 일정 기간 동안 분양권이나 집을 사고파는데 제약이 있어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자들은 청약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 ‘미분양’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규제를 피해 오는 8월 이전 밀어내기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분양 일정이 몰릴 경우 대형건설사보다 상대적으로 아파트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중견건설사들은 청약률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