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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한국의 코로나19 클럽 집단감염에 놀란 일본…외출 규제 완화 ‘신중 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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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한국의 코로나19 클럽 집단감염에 놀란 일본…외출 규제 완화 ‘신중 모드’로

한국의 클럽 집단감염에 놀란 일본정부가 외출 규제 등 완화 시기 선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의 클럽 집단감염에 놀란 일본정부가 외출 규제 등 완화 시기 선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에서도 전국에 일률적으로 발령된 긴급사태 선포의 일부 해제가 검토되고 있다. 대상은 특정 경계지역 도‧도‧부‧현 이외의 34개 현이다. 일단 엄격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대책을 완화하는 판단은 어려워 일본 정부는 14일 열리는 전문가 회의의 의견을 들어 해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방역대책의 분기점을 앞두고 선행사례를 배울 필요가 있다. 외출 자제 요청을 먼저 해제한 한국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과제가 떠올랐는지 알려주고 싶다.

■ 한국 외출 자제 해제 전부터 느슨해진 경계감

일본에서도 자세히 보도되고 있지만 5월 6일 외출 자제 요청이 해제된 한국에서는 서울의 클럽 손님들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해 12일 오후 2시 현재 102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집단감염으로부터 일본이 배워야 할 점은 많이 있다.

그중 하나는 외출 자제 요청이 해제되기 훨씬 전부터 시민들의 긴장감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2월 29일에 916명이 확인된 것을 정점으로 감염자는 감소하고 있었다. 4월 19일에 신규 감염자가 드디어 한 자릿수가 되었으나 실은 이 시기에는 이미 많은 시민이 거리로 나와 공원이나 레스토랑에서 해방감을 즐기고 있었다. 외출 자제 해제보다 2주 이상 빠른 타이밍이었다. 감염자가 크게 줄고 외출 자제 해제가 전망될 정도로 안정됐다는 점에서 경계감이 줄어든 것은 분명했다.

현재 확산 중인 클럽에서의 집단감염도 외출 자제 해제 직전의 4월 말부터 5월 초에 걸쳐 감염이 확산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K-POP 그룹 카라의 전 멤버 규리 씨도 외출 자제 해제 전에 이 클럽을 방문하고 있었다. 규리 씨는 PCR 검사를 받아 결과는 음성이었지만 “사회적인 거리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에 규범을 지키지 않았던 점을 반성하고 있다”라고 사죄 코멘트를 냈다.

일본에서도 긴급사태 선언 해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해제 후의 경계심 이완을 걱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한국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해제를 검토하고 있는 현재도 위험하다는 점을 의식해야 한다. 해제 전 단계에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고 지속할 방안이 필요하다.

■ 마스크 미착용자 지하철 승차불허 등 다시 규제

또 최근 서울 거리를 걷다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도 눈에 띄게 되었다. 외출 자제 요청 해제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긴장감의 이완을 상징한다. 한국 정부가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호소하고 있지만 따르지 않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5월 13일부터 혼잡 시 지하철에는 마스크 미착용자의 승차를 허용하지 않는 대책을 세웠다. 또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역사 내에서 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한다. 외출 자제 기간 중에는 거의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는 없었다. 자제 해제 후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수밖에 없게 된 서울의 상황은 일본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기 전 무려 17일 동안 서울 시내 국내 신규 감염자는 0을 기록했다. 3주 가까이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집단감염이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실은 유념해야 한다. 이 바이러스가 방심할 수 없는 존재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또 현장이 된 클럽은 밀폐, 밀집, 밀착 등 이른바 ‘3밀’이었다. 여기에 많은 젊은이가 모였던 것이다. 젊은이는 감염돼도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경우가 많은 데다 활동적인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무증상 감염자가 자각 없이 각지에 흩어지는 바람에 감염이 확산된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도 긴급사태 선언 해제 후에, 이렇듯 감염되기 쉽고 확대도 쉬운 시설의 영업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할 수 있는 것이 적을지도 모르지만 큰 ‘리스크’로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 일본도 섣부른 규제 완화 땐 같은 길 걸을 것

사실 외출 자제 요청 해제 후 집단감염은 한국 정부로서는 예상됐던 일이었다. 자랑거리인 검사 태세와 함께 국민의 행동을 주민등록번호제 활용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한국적 감시망에 집단감염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또 클럽 영업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과 소독의 철저화, 방문자 명단 작성을 영업 개시 조건으로 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명단을 토대로 클럽 출입객 5,500여 명을 파악하고 접촉자에 대한 PCR 검사를 맹렬한 속도로 시작했다. 다만 이 클럽은 성 소수자가 모이는 곳으로 방문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 연락처를 기재했던 사람이 다수 있어 3,000명가량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도 클러스터 대책을 위해 고객 명부를 작성하는 점포가 있는데, 그 연락처가 진짜인지 확인하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휴대전화 연락처가 진짜인지를 바로 확인해 명단의 신뢰성을 높인다면, 만약 집단감염이 일어났을 때는 봉쇄를 위한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한편 이번 사례에서는 성적 소수자가 모이는 가게였다는 특수한 상황이 있어, 스스로 원치 않는 형태로 성적 기호가 밝혀지는 심각한 인권침해 ‘아웃팅’이 일어날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지역과 지자체는 방역을 위해서 돌진하고 있다. 경찰력을 이용해 손님 모두를 색출하겠다고 선언하고 스스로 나서지 않을 경우, 2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통신 회사에 대해 클럽 주변의 기지국에 접속된 휴대전화 정보의 제공을 요구해 1만 명 정도의 휴대전화 정보를 입수했다고 한다. 나서지 않는 손님에게 강렬한 압력을 가하고 있어 조만간 거의 모든 손님의 색출과 검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또 다른 클럽 등 밤마다 유흥업소에 대해서는 벌칙을 붙여 사람이 집합하는 것을 금지하고 실질적으로 영업 금지한다는 강도 높은 대응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PCR 검사망에 가세해 강력한 강제력이 수반되는 명령이나 경찰력을 동원해 접촉자를 특정하고 있다. 이렇게 해도 이번 집단감염을 억누를 수 있을지 아직 전망이 서지 않고 있다. 한국처럼 강제력이 수반되는 조치나 접촉자 정보를 수집할 수 없는 일본은 어떻게 긴급사태 선포 후 집단감염을 막을 것인지가 더 절실한 과제다. 업소가 방역에 도움이 되는 신뢰성 높은 고객명단을 작성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 기재 시 확인수칙과 감염자 발생 시 방역 당국의 명단 제출을 미리 고객이 인정하는 조항이 들어간 명부의 모형을 정부가 작성하는 등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