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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말 많은 재난지원금…이번에는 ‘기부 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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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칼럼] 말 많은 재난지원금…이번에는 ‘기부 눈치’

재난지원금 신청 접수.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재난지원금 신청 접수. 사진=뉴시스

시작부터 “소득 하위 70%다, 전 국민이 대상이다”는 논란에 휩싸였던 긴급재난지원금이 ‘기부 눈치’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액 기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기부를 서약하고 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겠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급재난지원금 기부코자 합니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높은 사람들’이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고 나서면 ‘아랫사람’들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은 물론이고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공기업 등 유관기관도 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기부하라”는 지침이 없더라도 일정한 직위 이상의 간부급이나 직원들은 ‘알아서 기부’를 할 전망들이라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홍 부총리가 기부 의사를 밝힌 지 하루 만에 “자발적 의사에 따라 고용보험기금에 재난지원금을 기부하는데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기업이나 금융권 등에서도 모른 척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대 그룹 계열회사 임직원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부에 참여할 것이라는 보도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어디까지나 ‘자발적’이다. 지난 12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임원들의 기부가 결정되었는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결정된 것 없다”고 밝혔다는 보도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도 “기본적으로 개인 선택의 문제”라며 “회사에서 방향을 정한 상황은 아니며 개인이 잘 알아서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회의에서 “자율적 기부도 좋은 취지인 만큼 많은 기업인이 동참하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는 소식이다. ‘눈치’를 준 셈이다.

어쨌거나, 따져볼 게 있다.

불과 얼마 전, ‘마스크 대란’을 겪으면서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섰던 감동적인 기부 행렬이다. 나이 많은 노인부터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앞 다퉈 마스크를 기부했다. 손으로 만든 ‘수제 마스크’를 기부하기도 했다. ‘기초수급자’도 기부에 나서고 있었다. ‘벙어리저금통’을 털기도 했다. 기업들이 ‘거액’의 성금을 선뜻 내놓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연예인을 비롯한 각계의 기부금이 줄을 잇기도 했다.

멀리 IMF 외환위기 당시의 ‘금 모으기’를 돌이킬 필요도 없었다. 우리는 이렇게 ‘대단한 기부문화’를 발휘하고 있었다. ‘기부천사’라는 찬사가 저절로 나왔다.

그런 국민에게 ‘기부 눈치’다. 카드회사의 ‘가이드라인’에는 지원금을 신청하면서 기부금도 신청하도록 하고 있었다. 신청자들은 실수로 ‘동의 버튼’을 누르는 이른바 ‘팻핑거’가 발생했다가 어렵게 취소하고 있다. 그러면 오히려 기부가 껄끄러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정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elly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