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원중은 1998년 가을, 친구 오세형과 운현궁갤러리 1·2층을 빌려 ‘2인전’을 연 이후 스케치에서 얻은 한두 점을 단체전에 출품하는 것 외에 달리 개인전을 연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이십여 년의 세월을 지켜만 보았다. 그가 용기를 내어 작품에 매진하여 전시회를 열 수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사유와 성찰의 기간인 우환 코로나 시기가 한몫하였다.
<벚꽃엔딩>展은 벚꽃 가버린 인사동 한 모퉁이로 나들이객들을 불러 모은다. 연작들 삼십 점의 재료는 아크릴이다. 김원중은 전시회를 <벚꽃엔딩>展이라 명명하고 벚꽃의 다양한 양태를 표현해낸다. 그는 예술적 성장통으로 와닿는 고향의 추억을 더듬어 만개한 벚꽃, 미풍에 하늘거리며 낙화를 거부하는 몸짓,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벚꽃들을 봄의 프레임 속에 담는다.
김원중은 두 번째 개인전 ‘벚꽃엔딩’展은 환갑을 넘어 ‘벚꽃 너머’의 그림 세상으로의 출정식이다. 전문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는 법무법인 (유)‘한별’의 대표변호사가 될 때까지 삼십여 년 동안 한국일요화가회의 회원으로서 일요일마다 야외 스케치를 다녔고, 그 감각을 견지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는 변호사가 되지 않았다면 전업 화가가 되어 있었을 것이다.
경자년의 <벚꽃엔딩>展에는 햇살을 받은 만개한 벚꽃이 바람과 사람과의 교감으로 조성된 봄날의 시공간을 형상화한 또 다른 봄이 유혹한다. 백색 주조의 꽃잎들이 가벼운 봄바람을 타고 꽃비를 연출해내고 있으며 벚꽃놀이 현장을 다양한 시선에서 포착해낸 작품들이 사실을 초월하여 과장되게, 때론 계곡 풍경 속에 담겨 작가적 역량과 감각을 인상적으로 돋보이게 한다.
작가는 보통의 스케치 장소로 남산 서대문구청 현충원, 거제도나 남해안 같은 먼 지역을 포함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벚꽃 공원과 거리가 통제되고 가서는 안 될 곳으로 지정되면서 쓸쓸한 ‘벚꽃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봄날 벚꽃 스케치작품들로 구성된 <벚꽃엔딩>展은 화사하며 눈부시다. 김원중 작가는 거친 화필에 잔 붓 터치를 빠르게 쳐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벚꽃 몽우리가 며칠간 따사로운 햇볕을 받아 꽃이 되고, 나무로 번져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누구나 희망을 이야기하게 된다. 작가 김원중은 만개와 군집에 집중하여 벚꽃과 군중을 관찰하고 익명
성을 보장한다. 그의 작품들은 봄을 묘사하면서도 원색이 절제된 모습, 정형에서 벗어난 독창적 구성과 기교, 움직임의 역동성 등이 잔칫집 같은 분위기와 흥미를 자아낸다. <벚꽃엔딩>展은 봄의 끝이 아니라 벚꽃이 가지마다 꽃잔치 한창인 봄을 부르고 있다.
문의: 갤러리 엠 ☎(02)735-9500, 종로구 인사동4길 12번지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