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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분양보증 독점폐해 못참겠다" 민간보증기관 추진에 국토부 '이율배반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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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분양보증 독점폐해 못참겠다" 민간보증기관 추진에 국토부 '이율배반 행태'

중소건설사 주택건설협회 '제2보증기관 설립' 연구용역 발주, 경쟁체제 도입 움직임에
HUG 독점행위에 '개입 안한다'던 국토부, 인가권 행사·민간보증 부실 거론하며 '개입 시사'
HUG, 부산 중소건설사 PF보증 협의 도중 "보증해 줄테니 사업변경하라" 일방 지시 드러나

서울 강북구 강북종합시장 재개발 사업을 해오던 시행사 CS네트웍스주식회사 사무실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강북구 강북종합시장 재개발 사업을 해오던 시행사 CS네트웍스주식회사 사무실 모습. 사진=김철훈 기자
주택분양 보증심사 업무의 독점 지위를 앞세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갑질'에 견디다 못한 민간 주택건설사들이 '제2의 보증기관' 설립을 추진하자 HUG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보증기관 지정' 권한을 내세워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대한주택건설협회(주건협)과 국토부에 따르면, 주건협은 HUG와 같은 보증업무를 수행할 '제2보증기관' 설립을 위해 외부 전문기관에 연구용역을 지난달 발주했다. 주건협은 전국의 중견·중소 주택건설회사 7600여 곳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주택업계 대표단체 중 하나이다.
주건협은 올해 중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공청회 등 여론수렴을 거쳐 민간보증기관 설립을 위한 절차에 본격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보증심사 민간기관 설립 배경으로 주건협은 HUG의 분양보증 독점으로 '로또분양'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고, 건설사들은 분양보증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HUG 갑질'을 감수해야 한다는 상황을 꼽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개선책으로 보증기관의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HUG의 갑질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중소 주택건설사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최근 사례로 지난 3월 부산의 한 중소 주택건설업체 A사는 HUG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받기 위해 HUG 지역센터와 협의를 했다가 일방적인 사업변경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A사는 PF 보증에 관한 HUG 지역센터와 협의가 잘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사업계획을 진행하다가 돌연 HUG로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오는 6월까지 신규보증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전고지 없이 불가 통보를 받은 A사는 당혹감에 곧바로 국토교통부에 민원을 넣었다.

그러자, HUG로부터 연락이 와 '신규보증을 해주겠다'는 답을 얻었지만, A사는 황당한 지시를 받고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HUG가 신규보증 해 주는 조건으로 내건 황당한 내용은 '직접 임대사업을 하지 말고 신탁사업으로 돌려라'라는 지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 강북구 강북종합시장 재개발사업을 해오던 시행사 CS네트웍스주식회사(CS네트웍스)의 피해 사례도 언론을 통해 드러났다.

CS네트웍스는 지난 달 강북종합시장 시장정비사업의 분양가 심사와 관련한 HUG 서울동부지사 관계자와 면담 자리에서 '우리는 사업자들과 협의하는 위치가 아니다. 머리속에 무엇이 있든지 우리앞에 오면 깨끗이 비워야 한다'면서 '우리가 지시하고 그것에 따르면 사업을 하고, 지시에 따르지 못하면 안하면 된다'는 HUG의 안하무인성 갑질 발언을 들어야 했다.

수유동 강북종합시장 재개발 사업은 주상복합 15층짜리 2개동, 10층짜리 1개동 규모에 총 216가구의 아파트와 판매시설을 신축하는 내용이다. 시공사는 ㈜대원으로 정해졌다.

HUG는 강북종합시장 재개발 사업자인 CS네트웍스(당시 강북종합)가 제시한 희망 분양가보다 3.3㎡당 약 500만 원 낮게 결정하는 바람에 시행사의 채산성이 적자로 돌아섰고, 결국 부도 위기를 맞고 말았다.

CS네트웍스는 HUG가 CS네트웍스의 분양가를 수용하지 않는 한 분양사업을 진행할 수 없어 결국 지불불능상태에 빠져 다음달 말 연대보증을 섰던 시공사에 사업을 넘겨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는 HUG와의 분양가 협의를 피해 후분양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양보증심사 갑질 논란 말고도 HUG는 분양사업장마다 들쑥날쑥한 분양가 심사기준을 적용해 시장질서를 안정시키기보다는 교란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줄곧 '부작용보다 순기능이 많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HUG 독점체제를 유지할 뜻임을 내비쳤다. 특히, 분양보증심사는 HUG의 자율 업무로 국토부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상급기관의 태도가 이렇다 보니 HUG는 분양가 심사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기준'으로 개별사업장의 분양가 심사를 해 오고 있으며, 이마저 심사 권한을 지역의 영업지사 영업점장에게 떠넘겨 결국 HUG 지사장들이 분양보증 심사 독점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업계의 문제 지적과 주건협의 제2보증기관 설립 대응 움직임에도 국토부는 여전히 HUG 독점체제를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주건협의 제2보증기관 설립 연구용역 발주에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할 수 있지만 설립까지 가더라도 실제 보증업무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15조에 따라 국토부장관이 보증기관으로 지정해야 할 수 있다"며 최종 인가권이 국토부에 있음을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설립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할 사항"이라면서도 "(민간 보증기관이) 과거 외환위기 때 부실화됐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혀 주건협이 새로 설립하더라도 선뜻 보증기관으로 지정해 주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전했다.

지난 1993년 건설사들이 출자해 민간 분양보증기관인 주택사업공제조합이 설립됐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조합이 부도 위기에 몰리자 정부가 출연해 이 조합을 대한주택보증주식회사로 전환했고 이어 2015년 준시장형 공기업 '주택도시보증공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며 경쟁체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분양보증을 제외한 건설보증 분야에서 다수의 보증기관이 경쟁하며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국토부의 우려도 이해하지만 현재 계속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방치하는 것도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