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숍이 헬스앤뷰티(H&B) 멀티숍으로 통합되고 있는 상황에서 뷰티업계 제품이 올리브영에 들어가기는 '하늘의 별 따기'로 여겨진다. 신생 브랜드가 올리브영에 이처럼 빠르게 입점한 것은 이례적 사례다. 이민미 라카 대표(33)는 라카를 “시대적인 메시지를 담은 브랜드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젠더 뉴트럴은 젠더리스, 유니섹스와는 다르다. 젠더리스가 성별의 구분이 없는 개념이라면 젠더 뉴트럴은 성에 고정되지 않은 '나' 자체로의 삶을 영위하는, 개인의 취향에 집중하는 트렌드다. 이전에는 패션계에 국한된 트렌드 정도였지만 이제는 뷰티 제품까지 아우르는 하나의 큰 흐름으로 퍼지고 있다. 뷰티업계에서는 라카가 그 획을 그은 것이다.
이 대표는 라카 창립 전 약 10년 동안 광고업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런 노하우 덕분일까. 세련된 색감과 영상미의 광고는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녀 모델이 자연스럽게 립스틱을 바르는 라카의 광고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뷰티 브랜드를 만든다면 시대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하고 그 메시지는 가장 보수적인 것에서 먼저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킨케어보다는 메이크업이 훨씬 더 젠더 이분법으로 나뉘어 있는 만큼, 메이크업 시장이 더 도전적인 길이라고 판단했다”. 이민미 대표는 에둘러 돌아가기보다는 정공법을 택했다.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화장품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주로 스킨케어에 국한돼있었다. 라카에게 ‘뉴트럴’은 젠더에 대한 철학이기도 하지만 컬러에 대한 철학이기도 하다. ‘뉴트럴 컬러’는 난색과 한색 어느 것에도 갇히지 않는 중성적인 컬러를 뜻한다. 라카는 투명도가 있는 제형과 중채도의 컬러들을 조합해 제품화한다.
"뉴트럴톤은 고명도·고채도 색상과 비교해 돋보이게 해주지는 않지만, 피부톤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연출되는 매력이 있죠. 쉽게 바를 수 있는 질감 속에 뉴트럴톤의 색감을 담는 것이 상품 기획의 주된 방향입니다.“
연희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r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