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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독 식육 공장 코로나19 클러스터화…육식습관 바꿔야 한다는 여론 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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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독 식육 공장 코로나19 클러스터화…육식습관 바꿔야 한다는 여론 비등

사진은 최근 무더기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미국 미주리주의 식육 가공공장의 작업 모습.이미지 확대보기
사진은 최근 무더기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미국 미주리주의 식육 가공공장의 작업 모습.

독일과 미국에서 식육 가공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의 ‘클러스터’가 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5월 2주 동안 4개 공장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해 수백 명 규모의 신규 감염자를 냈다. 미국에서는 백악관 자체가 10개 지역을 클러스터로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중 6개 지역의 식육 가공공장에 대해 조업을 계속하라는 대통령령이 내려졌다. 이들 공장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개 이민 노동자들이다. 값싼 고기에 대한 끝없는 수요 탓에 사회는 이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외면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 독일은 뒤늦게 관련법 개정 호들갑

독일 식육 가공공장에서 주로 일하는 사람들은 루마니아, 폴란드, 불가리아 등 동남유럽 이민이나 이주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주택 환경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었으나, 행정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 근로자는 대부분 하도급 중개업자가 고용주이고 근로자 관리는 이 중개업자의 손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은 노후한 불결한 기숙사에 갇히는 일도 비일비재해 이런 환경이 집단 감염 발생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20일 식육 산업에 대한 새로운 ‘규제의 틀’에 합의했다. 독일 통신사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도축과 가공은 식육 가공공장의 직접 종업원만으로 한정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중개업소의 파견 근로자는 금지된다(단 개인 정육점은 제외). 근로시간 규칙위반 범칙금은 현행 1만5,000유로에서 3만 유로로 인상되고, 또 10시간 이상 연속근무가 되지 않도록 관리시스템이 강화된다. 또 주택을 제공하는 고용주는 당국에 이민자들의 거주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개정으로 인해 식육의 가격이 오르는 일도 당연히 예측된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치벨레(DW)는 오피니언을 통해 “독일인은 더 많이 지불하고 고기를 먹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며 “많은 독일인이 소시지와 바베큐를 사랑하며 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데도 식품에 들이는 돈은 대체로 낮으며 최저가에 주려고 경쟁하는 할인점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독일의 할인점은 막강하다. 정육점에서도 고기를 살 수 있지만, 최근에는 소시지 등의 가공품밖에 두지 않는 가게도 증가하고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빵집도 거의 볼 수 없게 됐다. 독일 대형 마트가 취급하는 야채나 과일은 대부분 남스페인과 남이탈리아에서 올라왔으며 이곳에서도 독일에서의 가격경쟁이 수확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지난주 디스카운트 슈퍼 대기업인 ‘Aldi’는 원재료인 돼지고기의 가격 인하를 이유로, 식육 업계에 살라미나 소시지 등의 가공품의 가격 인하를 요구했다(슈피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공급을 확보하려고 업계가 노력하고, 또 정부가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시점에 내놓은 이 요구에 대해 “전혀 사려 깊지 못하다”는 불쾌감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지구 환경 위해서라도 육식 줄여야

미국에서도 아이오와주의 공장에서 2,800명의 종업원의 절반 가까이가 감염되는 등 식육가공 공장을 통한 집단 감염 발생은 심각하다. 문을 닫은 공장에서는 잉여로 남은 가축이 남아 안락사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 대부분 이민자인 근로자들은 실업을 두려워해 몸이 아파도 출근을 계속한다. 값싼 고기를 구하기 위해 근로자들이 처한 환경을 외면하는 구도는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고기 요리는 미국에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싼 고기에 대한 수요도 크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가격보다는 육식이라는 습관 자체에 대한 재검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기후 변화에 대한 비영리 조직 ‘드로우 다운’에 의하면 식물 베이스의 식사를 하는 것은 “지구 온난화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헌”이라고 한다.

특히 효과적인 것은 쇠고기 음식을 줄이는 것이다. 소는 식품산업 가운데 가장 탄소를 많이 소비하는 부분이고 농업 배출의 62%는 소의 사육이 원인이다. 만약 소가 '국가'였다면 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온실가스 배출국에 해당된다고 한다(워싱턴포스트).

반추동물인 소의 트림에는 다량의 메탄가스가 함유돼 있고 쇠고기는 단백질 1g당 닭고기나 돼지고기의 약 2배, 콩의 약 20배의 땅을 필요로 한다. 또한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약 1,240만 에이커의 삼림(옐로스톤 국립공원 5개 이상에 해당)이 매년 농업을 위해 벌채되고 있다. 지구상 얼음이 없는 토지의 30%가 가축 목초지로 사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채식주의자나 비건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오래 익숙해진 육식을 갑자기 끊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쇠고기 먹는 횟수를 조금만 줄여도 다소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코로나19를 포함한 몇몇 팬데믹이 웻마켓(주로 아시아의 신선 시장)이나 버드 마켓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새롭게 발생한 4개의 감염증 중 3개가 인‧축공통 감염증이라고 지적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고기에 대한 공포감도 확산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락 다운으로 인해 대기오염과 수질이 개선되었다. 이번은 식습관의 재검토를 할 때일지도 모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