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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국 코로나19 감염 세계 최악…그 바탕엔 특유의 예외⁃낙관⁃개인주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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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국 코로나19 감염 세계 최악…그 바탕엔 특유의 예외⁃낙관⁃개인주의가 있다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하는데도 메모리얼데이(현충일) 연휴 해변에 몰린 미국인들. 이런 모습은 특유의 예외주의, 낙관주의, 개인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하는데도 메모리얼데이(현충일) 연휴 해변에 몰린 미국인들. 이런 모습은 특유의 예외주의, 낙관주의, 개인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업자 3,800만 명, 감염자 수 150만 명, 1일당 사망자 3,000명. 세계 최악의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위기에 휩쓸린 미국. 거기에는 이 나라만이 가능한 몇 가지의 특수한 사정이 있다. 이를 ‘미국 예외주의’라고 해도 좋다.

■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란?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는 원래 고전적 명저 미국의 민주주의(1835년 출판)를 집필한 프랑스의 정치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미국 시찰 여행할 때 처음 사용한 용어로 미국이 세계를 이끄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세계 최고의 국가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이후 일반적으로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미국인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총칭한 사회학적 정의로서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그리고 특히 이번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위기가 세계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이 감염자, 사망자 수에서 모두 최악의 사태를 맞게 된 요인으로서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 대응 지연 외에 ‘미국 예외주의’라는 관계가 또다시 지적되고 있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 미국적 낙관주의(American optimism)도 작용

그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미국적 낙관주의(American optimism)’의 대표로 꼽히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괜찮다, 문제 없다”(1월 22일), “우리나라 감염자는 단 5명뿐이다. 곧 해피엔딩을 맞는다”(1월 30일), “따뜻해지면 바이러스는 소멸될 것” (2월 7일), “감염자는 모두 15명뿐이다. 며칠 후에 제로가 될 것”(2월 26일), “감염 지역은 한정되어 있어 대다수 국민에의 리스크는 매우 낮다”(3월 11일) 등의 발언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나 실제 피해는 이후 현재까지 미국 전체에서 계속 악화되면서, 현지시간 5월 22일 현재 미국 내 감염자 161만 명, 사망자 9만5,000명으로 단연 세계 1위의 불명예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대통령 혼자만이 아니다 .각 주의 많은 시민도 코로나19 감염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의 해변에는 마스크 착용도 하지 않은 채 수영복 차림의 레저 객이 평소처럼 북적이는 광경을 연출했다.

다른 주의 도시에서도 한동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레스토랑이나 바 등 ‘3밀’ 환경에서 사람의 출입이 계속된 결과, 사태를 급속히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된 것이 감염증 학자들 사이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원로 언론인 데이먼 링커는 국제 뉴스매거진 ‘The Week’ 최근호에서 “우리나라의 무책임한 낙관론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나쁜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침체된 경제도 6월까지 금방 회복된다거나 4월 15일까지는 감염자 수, 사망자 수 모두 정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었지만 이후에도 사망자는 매일 평균 2,000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향후 몇 개월, 몇 년 동안 시험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미국 사회에 깊이 스며든 낙관주의일 것이다”라고 규정했다.

■ 미국적 개인주의(American individualism)도 문제

다음으로 ‘미국적 개인주의(American individualism)’를 들 수 있다. 마스크를 쓰느냐, 안 쓰느냐는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지 국가나 지방정부가 지시할 일이 아니다. 레스토랑에서 가족과 식사할지 어떨지, 가게 내에서의 감염 리스크 등 판단도 개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뿌리내리고 있다. 실제로 남부 각주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뒤에도 성조기를 든 일단의 차량이 주 정부의 락 다운(도시 봉쇄) 자택 격리 조치에 반항하며 바, 클럽 등에 몰려가 “인민해방!” 등의 구호를 외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텍사스주는 지난 16일 1,801명으로 하루 감염자 수로는 지금까지 가장 많았으며, 노스캐롤라이나도 같은 날 하루 853명으로 최악을 기록했다. 애리조나주 역시 사상 두 번째로 많은 462명의 감염자를 냈다. 1주일 평균의 새로운 감염자 수도 이들 3개 주에서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3개 주에 공통된 것은 연방정부에서 내려졌던 외출 자제 요청을 무시하고 식당, 이발소 등의 비즈니스 재개에 대해 주 정부가 고(GO) 사인을 냈다는 점이다.

CNN 방송은 또 이날 코로나19 관련 해설 뉴스에서 백악관, 주 정부, 공중위생 당국 등이 감염 확산 방지책, 경제활동 재개 등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국민에게 전달하고 단일화된 방침이 결여된 것이 사태를 심화시킨 원인이라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그 내용은 “애초부터 대응은 일관성이 없었다. 미국적 특이성이라고 해도 좋다. 국가적 지침도 조직화 된 경제 재개 프로그램도 없이 공중위생 전문가들이 이렇게 말하면 주지사들은 다른 견해를 멋대로 말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는 자신만의 의견을 늘어놓는 꼴이었다, 결국 우리 미국인은 스스로 (감염 확산방지) 결정을 맡겨진 상태이며, 바로 개인의 자유와 권한을 국가보다 우선시키는 전통적인 국민적 가치, 즉 ‘미국적 개인주의’의 나쁜 증상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 뿌리 깊은 ‘Do it yourself’ 문화도 또 다른 요인

세 번째로, 모든 것을 자기류로 끝내는 ‘DIY’가 있다. ‘Do it yourself’의 생각은 역사적으로 국민 생활 속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어, 내 집도 자신의 손으로 만든다고 하는 전통을 지탱하기 위해 ‘홈 센터’가 전미 각주의 구석구석에까지 보급되어 왔다.

시민 개개인의 건강관리·복지도 국가적 도움 없이 개인의 의료보험, 고용주와의 연금제도가 중심적 역할을 해 왔다. 오늘날 세계 선진국 중 유일하게 전 국민 보험제도가 없는 것도 이 DIY 사상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감염 위기로 이 미국의 제도적 결함이 일거에 드러나는 결과가 되었다.

즉, 전국민 보험제도가 없기 때문에, 빈곤 계층 사이에 바이러스 감염의 전조가 있어도 고액의 의료비를 부담하지 못하고, 의사의 진단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면서 중증 환자가 되는 사례가 많이 보고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감염자, 사망자 수 양면에서 세계 최악의 사태에 직면한 배경으로서 소득 격차 확대 그리고 흑인, 히스패닉을 중심으로 한 소수자 사회에서의 피해가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복 보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예외주의의 특징으로 그동안 자유 방임주의, 미국 특유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기회 균등주의, 종교적 열혈주의, 애국주의 등이 사회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일찍이 이러한 ‘미국 예외주의’ 연구의 제1인자로 알려져 있으며, 명저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의 저자이기도 한 고 세이모어 마틴 립셋 전 미국정치학회 회장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무조건 너희 나라와 생각이 반대다. 그런 두 나라가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해 견딜 수 없다”고 전제한 뒤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그 내용은 “우선 세계 선진국 중에서 미국만큼, 정부 권한이 한정된 나라는 예를 볼 수 없다. 이는 메이플라워호를 통해 신대륙으로 건너온 신대륙 개척자들이 모국(영국)을 향해 새로운 나라를 창설한 이후 이어온 전통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다. 어쨌든 자립심이 왕성하다 보니 시민들은 정부가 하는 일을 일일이 의심하는 구석이 있다. 작은 정부의 사고방식도 거기서 나온 것”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코로나19 감염 위기의 대응을 둘러싸고도 애초부터 연방정부가 엉거주춤한 한편, 락 다운을 충실하게 지키는 곳이 있으면, 조속히 경제활동 재개를 단행하는 등, 주에 의해서 제각각의 판단을 내려온 것이, 감염자, 사망자를 격증시키는 결과가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다시 말하면 ‘미국 예외주의’의 부정적 측면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셈이다.

하지만 상기와 같은 코로나19 위기대응은 차치하더라도, 그렇다고 해서 미국 예외주의의 모든 것에 단점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반대로 '낙관주의' 한 가지 예에서 보아도 그 특징이 두드러졌기에 많은 시민에 ‘아메리칸 드림’을 안겨주며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매진하여 이노베이션과 불굴의 정신으로 위대한 나라를 만들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경우에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래의 전대미문의 경제난에 직면했다고는 해도 특유의 낙관적 자세를 잃지 않고 머지않아 부흥을 향한 새로운 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1930년대 초반 세계 대공황으로 뉴욕 시가에 넘쳐난 실업자들을 대거 동원해 기공한 지 불과 13개월 반(410일)이라는 경이적 속도로 당시 세계 최고층(102층)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완공한 미국인들의 지혜와 폭발적 에너지는 90년 후인 오늘도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