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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 치료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이 본 바이러스의 파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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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 치료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이 본 바이러스의 파괴력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코로나19 의료진이 런던의 병원 밖에서 “보살피는 이들을 위해 박수를‘(Clap for Carers)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소속 코로나19 의료진이 런던의 병원 밖에서 “보살피는 이들을 위해 박수를‘(Clap for Carers)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과 계속 싸우는 중환자실의 의사들과 이야기하면, “이런 건 처음이야 이런 건 못 봤다”라는 표현이 반복되어 나온다. 영국 각지의 병원에서 집중치료에 임하는 의사들은 미지의 병이 다가오고 있다고 알고 있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처음 확인된 미지의 호흡기계 감염증으로 의료기관이 핍박해 자신들이 쫓길 것이라고 각오했다.

그리고 감염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영국 내의 의사들은 중국 동료들의 현장 보고를 읽고 있었다. 다음으로는 이탈리아 동료들의 보고와 나아가 학술지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하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왕립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담당하는 바버라 마일즈 의사는 “어떤 의미에서 마치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대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하면서 “준비 기간이 3주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뭐가 오는지 지식이 많이 없는 상태에서 이를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렇게 더듬거리며 준비는 했지만 겨울이 봄으로 바뀔 무렵 영국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중환자실(ICU) 전문의라도 놀라게 했다”고 말하며 “코로나19에 감염된 대부분 사람은 경증으로 끝난다. 전혀 증상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중증으로 위독해지는 수많은 환자에게 코로나19는 무섭고 복잡한 병”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는 어떻게 인체를 공격하는 것인가. 치료의 최전선에 서는 의사들이 지금까지 경험으로부터 배워 온 것, 그리고 아직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의사의 말을 정리해 보았다.

■ 폐렴보다 월등히 높은 전염력

런던 패딩턴의 세인트 메리 병원에서 집중치료에 임하고 있는 안토니 고든 교수는 “대부분 의료인은 폐렴의 원인이 되는 호흡기계 바이러스를 상정하고 있었다”고 말하고 “그러나 막상 환자를 진찰해 보니 독감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증상이 호흡기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금방 밝혀졌다”고 한다. 바이러스에 의한 인플루엔자는 귀찮은 병이다.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폐에 심각한 염증이 생긴다.

그래도 유독 독한 코로나19의 증상은 전혀 달랐다. 중부 버밍엄의 복수의 병원에서 집중치료에 임하는 론 다니엘스 의사는 “현대의학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의, 대량의 사례 수다”라고 말하고 “그와 동시에 실로 특징적인 병으로, 지금까지 경험해 온 병의 환자와는 완전히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중증화하는 환자의 몸속에서 이 바이러스는 심한 염증을 일으켜 많은 혈전을 만들고 여러 장기를 공격해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의 캐스케이드(증상의 연쇄)를 온몸으로 일으킨다. 런던의 주요 병원에서 집중치료에 해당하는 베버리 헌트 의사(혈전 전문)는 “의사로서 정말 무섭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그리고 “온몸에 심각한 변화가 대발생하는 정말 심한 중증 환자가 너무 많다”며 “무슨 병인지 더 잘 이해하려고 누구나 힘들어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려면 어떻게든 더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혈중 산소농도 급격히 저하

3월이 되어 코로나19가 영국 내에서 더욱 급속히 퍼지게 되자, 많은 환자가 숨쉬기 힘들다, 산소를 충분히 마시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해 내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환자실에 들어가는 중증 환자의 상당수는 폐뿐만 아니라 다른 장기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그 혈액 반응은 아직 충분히 설명이 안 될 정도로 이례적이었다.

혈중 산소 농도가 극단적으로 낮아져 있어도 자각 증상으로는 특별히 상태가 나쁘지 않다는 환자가 있다. 런던 북부 위팅턴 병원에서 집중치료에 해당하는 휴 몽고메리 교수는 “왜 그러는지 아직 잘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산소포화도라는 것을 계산한다. 즉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 중 산소와 결합해 산소를 운반하고 있는 헤모글로빈의 비율이다. 진료 중인 환자에 대해 의사는 통상 90% 이상의 산소포화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자의 경우 80%나 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

보통 같으면 그 자체로 긴급 상황인데 코로나19의 경우 놀랄 정도로 혈중 산소가 줄어들어도 환자의 상태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에 대해 안토니 고든 의사는 “염증이 혈관에 작용하는 것과 연관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염증으로 인해 산소가 혈중에 잘 들어가지 않고 포화도가 떨어지지만, 질병 초기에는 폐 자체는 아직 큰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이러한 수수께끼가 많아 연구가 시급하게 필요하다. 임상에서의 이런 경험으로 볼 때 환자의 호흡을 보조하는 인공호흡기 사용이 이 병에 대해 정말 올바른 대응인지 많은 의사들이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인공호흡기를 사용하려면 환자를 마취해야 하고 기도에 꽂을 필요도 있다. 이로 인해 실제로 많은 중증 코로나19 환자가 구원되고 있다. 그러나 환자에 따라서는 폐의 치료에 집중할 때가 아니라고 하는 그러한 사례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바버라 마일스 의사는 “이 병은 몇 가지 단계를 거쳐 가는 것 같다”고 말하면서 “그래서 어느 단계에서 호흡기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인지 앞으로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성 폐렴 중증 환자는 통상 1주일간 인공호흡기를 필요로 한다. 코로나19의 경우 1주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로열 빅토리아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담당하는 대니 매콜리 교수는 “그보다 훨씬 오랫동안 인공호흡기가 필요했던 사례가 잇따라 있어 왜 그런지 잘 모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능성으로서 아직 대처하지 못한 바이러스가 몸을 공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은 몸이 바이러스에 계속 반응하고 있는 나타남일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에 의해 대량으로 염증이 생겨 이것이 체내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말하고 “그리고 이런 문제들이 대부분 혈액과 관련된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 폐 염증에다 혈전까지 동반

코로나19에서는 달리 유례를 볼 수 없을 정도의 염증이 폐에 일어난다. 그래서 이는 전혀 미지의 병이라는 데 누구나 동의한다. 혈관막에 염증이 생기면 혈전이 생기기 쉽다. 그리고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혈액은 터무니없이 점도가 올라가 걸쭉하게 되어 있다.

휴 몽고메리 의사는 “폐 소동맥에 작은 혈전이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폐 대동맥에는 큰 혈전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환자의 25% 이상에서 상당한 혈전이 보이고 있으며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혈액의 점도가 높을수록 문제는 커지며 심정맥 혈전증이 발병하기 훨씬 쉬워진다”는 게 베버리 헌트 의사의 설명이다. 심정맥혈전증이란 보통 다리에 생긴다.

그리고 폐색전증. 이는 심정맥혈전증이 체내를 이동하면서 폐로 들어가는 혈액 공급이 저해되는 상태로 폐렴이 더 심해진다. 혈전이 생기면 심장이나 뇌 등 장기에 혈액이 정상적으로 전달되지 않아 코로나1919 중증 환자에게 심장마비나 뇌경색이 올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이처럼 혈전이 생기는 위험신호 일부는 의사들의 의표를 찌르는 것이었다.

혈전의 주된 원인이 되는 혈중 단백질은 피브리노겐이라고 한다. 헌트 의사는 “정상적인 피브리노겐 양은 혈액 1L당 24g다. 임신 중에는 조금 늘어나지만 코로나19에서는 L당 1,014g까지 늘고 있다”고 말하며 “의사를 오랫동안 하고 있지만 이런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혈전 위험을 측정하는 다른 지표 D-dimer로 불리는 혈중 단백질도 있을 수 없는 이상치를 나타낸다. 건강한 환자의 D-다이머 값은 수십에서 수백이지만 코로나19에서는 6만, 7만, 8만이라는 들어보지 못한 숫자가 자주 나온다고 몽고메리 의사는 말했다.

■ 면역계와 기타 장기도 손상

이 정도의 이상치는 경우에 따라 복수의 혈전 발생을 의미한다. 그러나 D-다이머는 심각한 감염 지표(마커)가 되기도 한다. 감염이 너무 심하다 보니 몸의 면역계가 치명적인 과잉반응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사이토카인은 감염과 싸우기 위해 몸이 만들어내는 작은 분자로 화학적 경보시스템이다.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그것은 어느 정도 몸에 좋은 것이다. 감염과 싸워 이윽고 극복하기 위한 구조가 되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일부 환자에게 ‘사이토카인 스톰’으로 불리는 상태를 야기시킨다.

이에 대해 안토니 고든 의사는 “만약 감염과 싸우는 몸의 반응을 감염이 압도해 버리면, 이러한 염증 마커가 대량으로 방출된다. 그러면 더 심한 염증이 생겨 호흡기 문제뿐 아니라 다른 장기도 상처를 입힌다”고 말했다.

중증 환자 연구에서 특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T세포의 수다. T세포는 면역계에 있어서 중요한 혈액 중의 세포이지만 ‘사이토카인 스톰’ 중에는 이 양이 극적으로 감소해 버리는 것 같다.각지의 연구자들은 T세포의 수를 개선하는 것이 회복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여러 요소들이 합쳐지면서코로나19는 증상의 변화가 극히 예측하기 어려운 병이 되고 있다. 전문가가 다단계 질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별 환자가 최적의 치료법을 알기 어려워 현재 상황에서는 현장의 의사들에게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할 수 있는 표준치료 매뉴얼마저 없는 상황이다. 휴 몽고메리 의사는 “폐만 당하는 게 아니며 콩팥도, 심장도, 간도 타격을 받는다. 근육이 심한 염증을 일으켜 중증화된 증례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집중 치료를 필요로 한 코로나19 환자 가운데 2,000명 이상이 신부전을 일으켰다. 바버라·마일즈 의사는 “그 경우는 투석 장치로 지탱하지만, 기계를 통과하는 혈액은 통상보다 훨씬 굳어지기 쉬워지고 있다”고 말하고 “그래서 혈액을 희석하는 약의 투여도 평소보다 늘려야 하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또 환자의 뇌 상태에 대해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몇 주 전부터 정보를 매일 교환해 온 관리직 입장에 있는 의사들은 뇌의 염증을 경계하게 돼 있다고 한다. “뇌에 심각한 염증이 생기는 환자가 많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고 몽고메리 의사는 말했다. 그러면서 “뇌의 염증으로 인해 섬망부터 혼란, 경련이나 비만성 뇌염이라고 부르는 것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환자실에서 보통 상태보다 훨씬 많다. 그래서 인공호흡기를 떼고도 의식이 제대로 깨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신형 바이러스가 왜 몸 여기저기에 이 정도 피해를 주는지, 그 구조는 어떻게 생겼는지 의사들은 열심히 살피고 있다. 산소 부족과 혈관 손상이, 분명히 관계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여러 장기를 직접 공격하고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와 특히 많이 관련된 기초 질환이 천식 등 호흡기계 질환이 아니라는 점도 특히 주목받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