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인간 사회라는 거대한 체스판에서는 각각의 팽이가 그 자신의 행동 원리에 따른다. 그것은 위정자가 강요하려는 것과는 다르다. 만약 양자가 합치한다면 게임은 조화롭게 진행되지만 잘 맞지 않으면 게임은 비참해지고 사회에는 무질서한 상태가 올 것이다”라고 썼다.
마스크 공급 부족도 미시경제학적 문제다. 공급 부족은 수요 증가와 함께 일부 마스크 사재기가 있었다는 측면이 있다. 전자는 시장이론 얘기지만 후자는 게임이론을 이용해 분석할 수 있다.
마스크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마스크를 사러 가지 않고 마스크는 매장에 남는다. 사재기가 일어나면 매장에서 마스크가 없어질 것 같아 다들 마스크를 사러 다닌다. 이 사회게임에는 마스크가 매장에 남는 균형과 매장에서 사라지는 균형 두 가지가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은 금융위기 때도 생긴다. 은행 경영이 기울면 모두가 은행이 위험하다고 생각해 예금을 찾으려 하고 그로 인해 은행이 채무불이행을 일으킨다.
2008년의 리먼 쇼크는 미국의 GDP가 4년간 약 27% 하락한 대공황과 1929년의 금융 위기에 비견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2008년의 금융 위기 때 미국의 GDP는 크게 축소되지 않고 경제는 성장 궤도로 돌아왔다.
그 이유는 예금보험이 위기를 회피하는 데 한 몫 했기 때문이다. 대공황의 도화선이 된 것은 상업은행에서의 예금인출 사태였다. 은행에는 돈이 없다. 예금의 상당 부분은 대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걱정돼 예금을 찾으려 하면 돈이 모자란 은행은 채무불이행이 된다.
마스크 문제에서 이 예금보험에 해당하는 것은 정부에 의한 마스크의 대량 확보와 배급, 그리고 공급 부족의 조기 해소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린 것이다. 이번 정부 시책이 예금보험만큼이나 효과적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스크 두 장조차 공급이 안 된 데다 정부가 아무리 마스크가 충분하다고 해도 매장에 필요한 몫이 없는 이상 정부의 말은 먹히지 않는다.
코로나19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효과적인 대책을 취할 수 있을까. 그 성패는 위정자가 사람들의 행동원리를 읽을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