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경영권 분쟁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이 또다시 들썩이는 분위기다.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기타법인이 지난 26일 한진칼 보통주 122만4280주인 약 2%를 매입했다. 매입 규모는 종가 기준 약 1100억 원 수준으로 매입 주체가 3자 주주연합 측 반도건설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 말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완패한 이후 2개월 만의 일이다.
다만 반도건설은 현재까지 지분매입 사실을 금융감독원 등에 공시하지 않은 상태다. 자본시장법상 상장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할 경우 변동사항에 대해 공시하게 돼 있다.
반도건설의 지분 매입 사실화를 전제로 3자 연합 지분은 기존 42.75%에서 44.85%로 늘어나게 된다. 이는 3자 연합 주축이던 KCGI와도 엇비슷해진다. 3자 연합 측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은 6.49%, KCGI는 19.36%였다. 당초 17%였던 반도건설은 이번 2% 매입으로 19%로 늘어나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조 회장 측 지분 41.40%보다 3%포인트(p)가량 높아지게 됐다. 3월 주총 이후 코로나19 여파에 경영권 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선 분위기였지만 반도건설의 지분 매입설로 한진가(家)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반도건설의 한진칼 추가 매입으로 경영권 분쟁은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1조7000억 원 유상증자에 한진칼이 자체 자금 조달로 참여키로 하면서 3자 연합이 주주배정 형식의 유상증자 참여를 압박하는 상황이다.
한진칼이 자금 조달을 위한 주주배정 형식의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 총 주식도 증가하지만 45%에 육박하는 3자 연합이 지분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여기에 조 회장 진영으로 꼽히는 델타항공 등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에 유증 참여가 여의치 않다는 점도 작용한다.
한진칼이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장 자금 조달은 어려움이 있지만, 7월까지 2000억 원 규모의 자금 마련이 가능하다는 분석에서다. 3자 연합의 최근의 한진칼 유증 압박은 조 회장 견제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한항공 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3자 연합이 경영권 분쟁을 촉발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선 조 회장이 (지분경쟁에서) 위축되는 모습으로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지분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