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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는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 반백신학자 ‘음모론’에 환호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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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는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 반백신학자 ‘음모론’에 환호하는 이유

“코로나19 팬데믹은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전 휘트모어 피터슨 연구소 주임 주디 미코비츠 박사(사진).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팬데믹은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전 휘트모어 피터슨 연구소 주임 주디 미코비츠 박사(사진).

주디 미코비츠 박사는 반 백신파 사이에 잘 알려진 과학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은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고발하는 가짜 정보 가득한 다큐멘터리 동영상 ‘플랜데믹(Plandemic)’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 허위 정보임에도 소셜미디어 통해 급속 확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부풀려지고 있다, 마스크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됐다”는 등 미코비츠 박사의 주장이 허위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우파 음모론자들과 유명 인플루언서의 후광도 있어 26분 분량의 동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폭발적으로 확산됐다.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자사의 가짜 정보 금지정책을 위반했다며 동영상을 삭제하는 한편 주장의 대부분이 완전히 부정되고 있음에도 현재도 다양한 소셜미디어에서 계속 폭넓게 공유되고 있다.

미코비츠 박사는 2009년 발표한 만성피로증후군을 쥐의 레트로바이러스와 연계한 연구가 부정되고 ‘사이언스’지에서 철회된 뒤 네바다주의 휘트모어 피터슨 신경‧면역병연구소 연구 주임 자리에서 해임됐다(2011년 11월 연구소로부터 자신의 노트를 훔치려다 체포됐으나 결국 불기소). 최근 미코위츠 박사는 자신의 해임을 백신의 안전성에 의문을 던지려다 입막음을 당했다는 줄거리로 바꿔 말했고, 반 백신파들 사이에서는 내부 고발자 알려지며 유명인이 되기도 했다.

■ 저서에서 자신을 용감한 내부 고발자로 묘사

하지만 ‘Plandemic’ 인기 덕분에 최근 미코비츠 박사의 주장은 메인 스트림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4월 이후 그녀의 트위터 팔로워는 10만 명 이상 증가해 2020년 출판한 저서 ‘Plague of Corruption’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단번에 뛰어 올라 현재 7위에 랭크 인하고 있다(한때는 팬 대망의 ‘트와일라잇’시리즈 최신작을 능가할 정도).

실제로 스탠퍼드 ‘인터넷 옵서버토리’ 연구원에 따르면 미코비츠 박사의 ‘Plandemic’ 출연은 자신의 책 ‘Plague of Corruption’의 홍보를 위해서였다는 증거도 있다. 이를 펴낸 독립계 출판사 ‘Skyhorse Publishing’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음모론을 전개하는 책을 출판해 왔다. 하지만 아마존의 대변인은 ‘롤링스톤’지에 대해 ‘Plague of Corruption’은 “우리의 콘텐츠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반 백신파 블로거 켄트 헤켄리블리와의 공저(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서문 첨부) ‘Plague of Corruption’은 얼핏 보면 베스트셀러에 오를 것 같지 않은 책이다. 과학적인 전문 용어가 가득해 일반적인 독자는 거의 이해할 수 없다. 의학계 내부의 사연이나 다툼이 무수히 소개돼 있어 한 권의 책이라기보다는 해고돼 분통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1만 워드나 되는 전직 고용주의 욕을 페이스북에 올린 것 같다. 그러나 미코위츠 박사는 독자를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을 거부한 체제에 대한 한을 품은 불명예 과학자가 아니라, 거대 조직에 맞서는 용기 있는 내부 고발자로 묘사하고 있다.

■ 파우치 소장이 자신의 업적 암매장 시도 주장도

‘Plague of Corruption’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업적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일관된 책이다. 미코비츠 박사는 전편을 통해 자신을 갈릴레오나 마틴 루터 킹 주니어, 토머스 제퍼슨에 비유하고 있다(후자에 관해서는 중간중간 해밀턴의 가사를 인용하고 있다). 누군가가 말한 “매우 총명하다”라고 하는 발언을 인용한 부분도 있다. ‘Plague of Corruption’에는 악역이 잔뜩 등장하지만, 그중에서 미코비츠 박사의 마음에 드는 사람은 앤서니 파우치 박사다(‘Plandemic’에도 등장). 공중위생의 중요한 진실을 말할 수 없는 이유를 물어보면 범죄 현장에서 그들의 흔적이 분명 발견될 것이라며 그 예로 파우치 박사를 들었다.

특히 황당하기 짝이 없는 것이 자신의 연구를 암매장하려고 2013년 타계한 바이러스학자 콴테 장을 살해하도록 파우치 박사가 명령했다고 암시하는 대목이다. 소문에 의하면 (장 씨는) 유서를 남겼지만 국립 위생연구소 경찰에 몰수됐다. 고 빈스 포스터(역주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통령 법률고문 사인은 자살로 단정됐지만, 타살설을 주창하는 음모론도 있다)의 서류 케이스에서 발견된 찢어진 메모와 흡사하다며, 그녀는 더욱 극우 음모론자다운 울림을 풍긴다.

미코위츠 박사는 스스로를 신용 없는 과학자가 아니라 과감하게 불편한 질문을 해서 벌을 받은 자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나는 커리어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고, 이미 알고 있거나, 이미 알고 있는 사항과 어떻게 적합한지 확인해 왔다”고 그녀는 쓰고 있다. 미코비츠 박사의 커리어와 상관없는 맥락에서 이런 발언을 부인하는 것은 어떤 분별 있는 인간도 어렵다는 게 바로 교활한 점이다. 오래된 수수께끼를 추구하고 새로운 생각에 관용한다는 것은 결국 미국의 핵심을 이루는 신조다. 그래서 음모론은 순식간에 퍼져나가고 이를 막기 어렵다. 확립된 진실에 정면으로 맞서는 자를 비난하기는 쉽지만, 단순히 의문을 제기하거나 타고난 호기심을 보인 사람을 나무라는 것은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Plandemic’의 인기로 알 수 있듯이 세계적 팬데믹 하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라는 변명은 통용되지 않는다. 그 의문이 정치적 의도나 제멋대로인 목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미코비츠 박사의 경우는 분명히 양쪽으로 보인다). 겁에 질린 대중이 그릇된 정보에 휩쓸려 정부에 대한 불신감을 부추기는 가운데 나쁜 생각은 더욱 먹히기 쉽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Plague of Corruption’의 매출 급증을 간과하고 허락한 기업도 포함) 소셜 미디어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