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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보안법 불똥…韓 반도체 산업까지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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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보안법 불똥…韓 반도체 산업까지 번지나

中, 전인대 열고 홍콩보안법 통과…美 "강하게 다룰 것"
무역협회 "美 제재 땐 홍콩 '수출 허브' 지위 흔들릴 것"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전체회의 폐막식이 열리는 가운데 홍콩보안법 표결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3차 전체회의 폐막식이 열리는 가운데 홍콩보안법 표결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열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자 이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한국 반도체 업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29일 ‘홍콩보안법 관련 미·중 갈등과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할 경우 그간 누려왔던 홍콩 활용의 이점이 약화하고 우리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향후 금융 ·서비스·투자·물류 경로를 통한 영향까지 고려하면 홍콩의 '허브 기능' 약화에 따른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 제1 수출 품목 반도체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지난해 홍콩에 수출한 반도체 금액이 222억8700만달러(27조5735억 원)로 전체 반도체 수출금액의 17.3%에 이른다.

홍콩은 한국의 무역 교두보이면서 수입액의 89%를 재수출하는 세계 중계무역 거점 중 하나다. 한국의 대(對) 홍콩 수출액 중 114%(하역료, 보관비용, 중개수수료 포함)가 제3국으로 재수출되며 그중 98%가 중국을 간다.

문제는 홍콩보안법이 제정되면 홍콩이 이 같은 중계무역 기지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1992년 홍콩법을 제정해 비자 발급, 투자 유치, 법 집행 등에서 중국 본토보다 홍콩을 우대해 왔다. 이는 홍콩이 중계무역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이 같은 혜택은 홍콩이 자치권을 행사한다는 전제로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한 홍콩보안법으로 홍콩 자치권이 크게 훼손될 것이란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만약 그것(홍콩보안법 제정)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 문제를 매우 강하게 다룰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무역협회는 "미국이 중국에 적용 중인 보복관세가 홍콩에도 즉시 적용돼 홍콩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현재 홍콩은 1.6%의 대미 관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최대 25%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협회는 "한국이 콩으로 수출하는 물량 중 미국으로 재수출되는 비중은 1.7%(4억8600만달러)에 불과해 (대미) 수출의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홍콩이 중계무역국으로서의 장점이 없어지면 재수출 비중이 가장 큰 중국으로의 직수출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홍콩이 미국의 대중 제재 영향권으로 편입하면 홍콩에 반도체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국산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메모리반도체까지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홍콩 수출 중 70%가 반도체이고 그 중 메모리반도체 비중은 79.5%, 시스템반도체는 18.8%다.

이 같은 환경은 가뜩이나 제동이 걸린 한국 수출에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12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한 수출은 올해 1월 증가세로 돌아서 반등을 노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발목이 잡혀 다시 3개월 연속 내리막 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달에는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가 99개월 만에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오만학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h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