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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WHO와의 결별 선언한 트럼프의 성급함이 불러올 세계 공중위생위기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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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WHO와의 결별 선언한 트럼프의 성급함이 불러올 세계 공중위생위기 ‘악몽’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국내외에서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국내외에서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5월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WHO(세계보건기구)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 내용은 “30일 이내에 대폭적인 개혁에 착수하지 않으면 미국의 자금 출연을 항구적으로 중단 할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자신이 설정한 기한도 기다리지 않았다. 11일 후인 5월 29일(현지시간) 기자 회견에서 돌연 “미국은 WHO와의 관계를 종료시키고 자금 출연도 중단한다”고 표명했다.

최근 수개월 간 미국과 중국의 관계 악화를 배경으로 미국은 WHO에의 불만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었다. 미 행정부 관리와 의회 공화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문제에 대한 WHO의 대응이 지나치게 중국에 치우친다고 비판해 왔다. 그리고 29일의 기자 회견은 홍콩 정세를 둘러싸고 미‧중의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가운데 행해졌다.

하지만 트럼프 발표에 대해서는 즉각 공중위생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코로나19 감염이 개도국으로 확대되기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WHO의 대처 능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오바마 전 정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북아프리카 담당 부장을 지낸 메건 도허티는 이에 대해 “세계가 공중위생위기의 한복판에 있을 때 이렇게 비생산적인 행동은 없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대책뿐만 아니라 다른 공중위생프로그램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을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있다. 빈곤 문제를 연구하는 싱크탱크 세계개발센터(CGD)의 제러미 코닌딕 선임 연구원은“전 세계 예방접종 프로그램, 소아마비 퇴치 노력, 에볼라 출혈열 대응 등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비판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내 코로나19 대응 미숙을 감추기 위해 WHO에 비판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시간 1일 기준 미국의 코로나19에 의한 사망자 수는 10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 크리스토퍼 머피 민주당 상원의원은 “이 같은 조치는 WHO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갈수록 높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세계의 공중위생의 룰을 정하는 것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 될 것이다. 그것은 악몽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WHO에 자금 출연을 완전히 정지할 경우 중국이 최대 자금출연자가 된다는 것은 오해다. WHO에의 임의 출연금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비율은 15%. 중국은 0.21%에 불과하다. 미국을 대신해 최대 출연자가 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와 아내인 멀린다가 설립한 자선단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다.

WHO와의 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트럼프의 발표에는 애당초 모호한 점이 많다. 정권 내에서도 세부 방침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큰 것 같다. 미국이 WHO에서 정식으로 탈퇴하는지도 확실치 않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에 대해 코로나19 문제 등에 대해 중국에 더 엄정한 자세로 임하라고 계속 요구해 왔다. 그러나 그 압력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5월 18~19일 온라인 회의에서 열린 WHO 연차총회에서도 미국 등이 주장한 대만의 옵서버 참여는 실현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대만의 참여에 일관되게 반대해 왔다. WHO와의 관계를 종료시키겠다는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표명은 매사를 미국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데 유효한 방법이 될 것인가.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