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코로나19 위기 속 주재원 관리

공유
0

코로나19 위기 속 주재원 관리



홍성아(말레이시아과학대학교 전략적 인적자원관리 박사과정 겸 아시아경제 말레이시아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적자원관리가 매우 중요하여 다양한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원격근무, 언택트(Untact) 환경을 구축하는 등 회사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근무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이사협회(Institute of Corporate Directors Malaysia, ICDM)는 코로나19 이후 개선해야 할 분야로 인사관리 및 인사관리정책, 이해관계자(stakeholder)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등을 강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근무 환경이 변화하면서 인적자원관리는 경영자들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현지 직원과 성격을 달리 하는 주재원에 대한 조치와 대응 방안은 크게 논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재원은 새로운 환경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선발부터 직무까지 현지 직원과 다른 요건이 요구된다. 또한 현지 직원과 동일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문화충격 또는 소외감 등 현지 직원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주재원은 해외에 체류하는 외국인이며, 기업경쟁력 및 경제 발전에 중요한 인적자원이라는 점에서 위기 발생 시 주재원 관리 방안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3개 영역(기업, 네트워크, 외부 전문가)을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위기의 주재원

주재원(Expatriate)이란 주로 외국 지사에 일정 기간 파견되어 근무하는 근로자(Assigned Expatriate, AE)를 의미해 왔지만, 파견이 아닌 본인의 의지로 해외 기업에 취업한 직장인, 또는 해외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Self-Initiated Expatriate, SIE)도 이 범주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주재원의 정의는 보다 광범위해졌지만,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서 주재원 관리가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 주재원은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본국으로 되돌아갔다가 이동제한령(Movement Control Operation, MCO)이 시행되면서 가족과 직장이 있는 주재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또 외출이 금지된 이동제한령 기간에 조깅을 하다가 주재원들이 체포됐고, 이 사건은 현지 및 한국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주재원 철수 명령이 내려져 현지 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와 아내를 두고 주재원만 고국으로 돌아오거나, 현지 언어로 쓰인 주의사항을 이해할 수 없어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이 해외에 체류하는 주재원의 일과 삶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은 주재원의 위기 대응 방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 위기 발생 시 기업의 주재원 관리 방안

첫째, 기업은 위기 발생 전에 이를 대비한 계획을 수립(planning)하여 선제적인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주재원과 대면 상담 또는 기업 정책 점검 등 위기 관리 요소를 사전에 진단(Crisis Vulnerability Audit)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정치적·환경적 변화 등 외부 위험 요소 진단(external risk assessment)을 통해 위기를 예측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 수집 및 대응 기법을 습득하는 인재를 육성하거나 외부 인력의 지원을 받을 필요가 있다.

둘째, 주재원이 기본적인 문화와 언어를 숙지할 수 있도록 교육(cross-cultural and language training)한다. 파견 주재원과 자발적으로 이주한 주재원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갖지만, 본국을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체류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해외에 근무하는 주재원은 현지 직원(Host country nationals. HCN)과 달리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문화 및 기본 언어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화적 지식을 적용하는 것으로 주재국 문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시키고, 해외체류에 대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난 관리 대응체제를 강화할 수 있다.

셋째, 재난이 발생하는 동안 위기관리팀(crisis management team)을 중심으로 주재원을 관리할 수 있다. 위기관리팀은 스트레스 요인을 완화시켜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불안정한 상황을 대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현지어에 능숙하지 않은 주재원에게 언어적 도움을 제공하는 것부터 건강 유지, 부상 또는 감염 등으로 인한 치료 등 복지 측면까지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어려움을 겪는 주재원에 대해 이민국, 변호사, 상담가 등 외부 전문가에게 직접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넷째, 위기관리 과정에서는 주재원과 소통(communication)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은 코로나19 확진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재국의 정책 변화를 공지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임금삭감부터 주재원 철수 등 정책 변화를 갑자기 통보하는 방식보다는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유해서 주재원들이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게 되면 대응에 실패한 원인을 기업으로 돌리고, 이는 퇴사 또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상황(premature; turnover)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파견된 주재원의 경우 가족과 함께 주재국에 체류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주재원 가족의 상황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주재원 가족이 고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임대계약, 자녀교육, 비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주재원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재난 발생 이후에는 개별적 지원(individual support), 조직 내 학습(organizational learning)을 진행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주재원은 주재국과 조직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 또는 가족에 대한 죄책감 등의 심리 상태를 겪게 될 수 있다. 따라서 개별적으로 건강 검진과 상담, 교육 등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기업은 코로나19가 주재원에게 미친 영향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상기와 같이 기업에서는 현지 직원과 구분해 주재원을 위한 관리 방안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과 별개로 네트워크와 외부 전문가도 주재원 관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3. 네트워크 및 외부 전문가의 주재원 관리 방안

네트워크는 위기 발생 시 주재원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더불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중요한 집단으로 구분되어 왔다. 여기서 네트워크는 가깝게는 주재원의 가족부터 지인, 한인 커뮤니티, 취미활동모임 등을 모두 포함한다. 네트워크는 주재원이 평상시와 다른 모습(불면증, 무력감, 과음 등)을 보인다면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줄여줄 수 있는 집단이다.

네트워크가 재난 발생 상황을 주시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주재원에게 도움이 된다. 코로나19 확진자 숫자, 주재국의 정책 변화 등의 상황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불안감이 줄어들게 된다. 만약 주재원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면 네트워크는 외부 전문가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 외부 전문가는 변호사, 의사, 상담자, 봉사자, 종교 단체, 대사관 등으로 위기 발생 시 실질적으로 필요한 법적인 자문부터 숙식 제공까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주재원의 성공적인 위기 극복을 위해서 주재원에 대한 조직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평판관리(reputation management)를 이유로 적시에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있으며, 파견 주재원이 아닌 경우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네트워크와 외부 전문가는 조직만큼이나 주재원의 위기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위기 발생 시 조직, 네트워크, 외부 전문가의 대응 방안을 시기별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위기 발생 시 조직, 네트워크, 외부 전문가의 주재원 관리 방안
영역
구분
조치목록
재난발생시기
기업
HRM/관리자/동료
-재난 상황 모니터링
-주재원 부적응 및 스트레스 모니터링
재난 발생 전
HRM
-재난 상황 시 변경된 주재국 규정 안내
-변경된 기업 정책 안내
-외부 전문가(변호사, 상담가 등) 또는 대사관 간 연락체계 유지
-주재원 또는 가족 귀국 조치
재난 발생 중
관리자
-주재국 내 외부이해관계자(정부 등) 간 연락체계 유지
-한국 내 내부이해관계자와 연락체계 유지
재난 발생 중
동료
심리적·정서적 지원
재난 발생 중
HRM
향후 위기관리를 위한 HR 대응 계획 마련
재난종료
네트워크
주재원 가족/지인
-주재원 스트레스 증세 모니터링 및 스트레스원 제거
-재난 발생 조짐 모니터링
재난 발생 전
지인/모임/협회/온라인 미디어
전문가(변호사, 상담가 등) 정보 공유
재난 발생 중
국제학교
주재원 자녀 상담 지원
재난 발생 중
지인
-스트레스 관리 및 정신건강 증진
-필요시 주재원 가족에게 숙식 제공
재난 발생 중
외부 전문가
의사
주재원과 가족 대상으로 신체적·정신적 지원
재난 발생 전
상담사
주재원과 가족 대상으로 심리적·정신적 지원
재난 발생 전
종교 시설
주재원과 가족 대상으로 심리적·실질적 지원
재난 발생 전
법 집행관
-대사관에 연락 조치
-위기 상황에 처한 주재원 지원(법적 자문지원,
법적 조사 수행)
재난 발생 중
대사관
-현지 기관과 협조해 주재원의 신체 및 정신건강상태 확인
-한국 또는 주재국에 체류하는 가족에게 연락 조치
-해외송금, 긴급여행자서류 등 지원
-변호사, 통역가 등 관련 서비스 안내
재난 발생 중
변호사
-법적 권리 및 절차 안내
-주재원 및 가족의 비자 상태 안내
-언론 보도 통제·관리
재난 발생 중
의사
-주재원과 가족의 건강상태 확인
-현지 당국 및 변호사 지침 준수
재난 발생 중
상담사
주재원과 가족에게 정서적 안정 제공
재난 발생 중
사회단체
주재원과 가족에게 숙식 등 실질적 지원
재난 발생 중
종교 시설
주재원과 가족에게 심리적·실질적 지원
재난 발생 중
자료: McNulty et al.,(2019)

4. 맺음말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천재지변을 포함해 전염병, 금융위기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는 2019년 조호바루 수질 오염 사건부터 2020년 정권 교체, 코로나19 등 사건을 경험했고, 이 과정에서 기업은 위기적 상황을 상정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해 왔다. 하지만 위기 대응 방안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주재원을 구분해서 이해하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위기 발생 시 주재원 관리를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주재원의 상황을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재난대응 조직체계와 대응 방안을 구축하는 것이다. 현지 직원에게 수월한 일이 주재원에게는 어려울 수 있으며, 주재원은 낯선 환경에 체류하는 외국인이라는 점을 고려해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주재원의 재난관리 대응체제를 강화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외부 전문가 간 역할분담을 명확화하고 체계적인 대응활동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