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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공급 억제로 집값 상승 유발" 부동산학계 '신중 접근'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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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공급 억제로 집값 상승 유발" 부동산학계 '신중 접근' 주문

홍정의 한동대 교수, 부동산학회 창립 50주년 학술발표대회서 '주택거품과 분양가상한제 관계' 발표
제도 시행은 '공급자 수익성 위험성 증가→공급 감소→주택보유자 매각 보류→공급부족 악화' 초래

6월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된 한국부동산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전국부동산학술발표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6월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된 한국부동산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전국부동산학술발표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오는 7월 말 시행을 앞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주택가격 거품에 통제 정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피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와 정부의 대응 입장에 관심이 쏠리며, 찬반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개최된 한국부동산학회 창립 50주년 기념 전국부동산학술발표대회에서 홍정의 한동대 교수는 '주택거품과 분양가 상한제의 관계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분앙가상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제도 시행에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홍 교수는 분양가상한제가 가격통제정책이지만, 분양가 통제는 주택가격 전체의 통제가 아닌 최초의 공급가격(분양가)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즉, 분양 이후 주택 소유자의 매매 거래에는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전체 주택의 가격을 통제할 수는 없는 제한적인 정책이라는 설명이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는 공급 탄력성을 낮춰 주택 가격을 오히려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홍 교수는 지적했다.

홍 교수 주장에 따르면,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택 공급자는 수익성이 높은 지역에서 신규 사업을 벌이는 데에 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신규 공급을 줄일 수 있고, 신규 공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 기존 주택 소유자는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자신의 주택을 매각하기를 주저하고 계속 보유하게 된다.

이처럼 공급이 줄고 공급 탄력성이 떨어지면 수요가 조금만 증가해도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요지다.

홍 교수는 이러한 이론적 분석이 실제 서울 아파트 시장 변동과도 일치한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계획을 발표한 시점 이전인 지난해 1~8월 서울 아파트 실질매매가격은 평균 약 1.7% 하락하며 전체적으로 하락세였지만, 시행계획 발표 이후인 지난해 8~11월에는 평균 1.4% 상승하며 뚜렷하게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예시했다.

특히, 강남4구와 영등포, 마포, 용산, 성동 등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예상되는 지역만 떼어놓고 보면 이같은 추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이들 분양가상한제 적용 예상지역의 아파트 실질매매가격은 지난해 1~8월 평균 2.1% 하락했다가 같은 해 8~11월 평균 1.7% 상승했다. 적용 예상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서울 지역의 실질매매가격은 지난해 1~8월 평균 1.2%만 하락했다가 같은 해 8~11월 평균 1%만 상승하는데 그쳤다.

홍 교수는 "시장 참여자의 기대가 변하는 시점은 실제 정책의 시행 시점이 아니라 발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가격통제정책이 미래의 자산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면 공급뿐 아니라 수요의 변동도 유발될 수 있고, 주택가격 거품과 아파트 신규공급에 가격통제정책이 어떤 연결고리를 가지는 지에 이론적 고찰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고 홍 교수는 진단했다.

이날 학술대회에 참석한 다른 교수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는 곳은 가장 수요가 많은 지역"이라며 "가장 수요가 많은 곳에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한다면 주택 다양성과 품질을 저하시키고 심지어 부실시공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분양가상한제 시행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한국부동산학회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는 분양가상한제에 관한 연구 외에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법제에 있어서 부동산 소유제도에 관한 연구 ▲부동산산업 종사자의 전문성 인식 ▲주택시장의 동태적 특성 등의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아울러 아시아권 최초로 부동산학을 정립한 고(故) 김영진 전 건국대 교수를 기념하는 '김영진부동산학상'을 제정하고, 제1회 수상자로 이창석 강남대 명예교수(부동산학과)를 선정해 시상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