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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엔터 24] 지금 당장이라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는 흑인 인권 주제 영화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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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엔터 24] 지금 당장이라도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는 흑인 인권 주제 영화 5편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관이 무릎으로 목을 누르는 가혹 행위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의 사건으로 인종차별 항의운동 ‘Black Lives Matter(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비욘세, 리아나, 레이디 가가, 아리아나 그란데, 세레나 고메즈, 빌리 아일리쉬 등 수많은 셀럽이 소리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넷플릭스, 아마존, A24, 디즈니 등도 차례차례로 항의를 표명하며 현지시간 6월 2일(화)엔 ‘#Black Out Tuesday’로서 SNS가 칠흑으로 물드는 전례 없는 규모의 무브먼트로 발전했다. 마이클 B. 조던 주연 ‘저스트 머시(Just Mercy‧2019)’가 미국 내의 모든 디지털 플랫폼에서 무료 렌탈이 가능해지는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차례차례로 찬동의 소리를 내고 있다.
현지시간 6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항의시위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젊은 스타 존 보이예가가 참석해 “앞으로 내 경력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말문을 꺼내면서 열변을 토하는 모습이 화제를 끌기도 했다. 보예가는 ‘제로 다크 서티’의 캐슬린 비글로 감독이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 속에서 일어난 백인 경찰의 흑인 청년들에 대한 불합리한 폭행과 살인을 그린 ‘디트로이트’에도 출연해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대한 강한 감정을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나타난 인종차별과 그 항의 활동. 그 이해에 도움을 주는 지금 봐야 할 영화 5편을 뽑았다.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 포스터.


■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

원래 ‘Black Lives Matter’라고 명명된 항의 활동은 2013년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난 흑인 고교생 사살 사건을 계기로 생겨난 것이지만, 결코 그곳이 시작점은 아니다.

이번 사건으로 유명한 셀럽들이 차례차례 SNS로 코멘트를 하는 가운데, 스파이크 리 감독은 자신이 처음으로 아카데미상 각본상의 후보가 되면서 주목을 끄는 계기가 된 1989년의 영화 ‘똑바로 살아라(Do The Right Thing)’의 씬을 사용한 짧은 동영상 ‘3 Brothers-Radio Raheem, Eric Garner And George Floyd’를 SNS에 올렸다.(해당 영상에는 실제의 사건의 모습도 포함)
3 Brothers의 첫 번째 인물 라디오 라힘(Radio Raheem)은 ‘똑바로 살아라’에서 백인 경찰에 의해 경찰봉에 질식당해 사망한 캐릭터다. 찌는듯한 무더위가 계속되는 브루클린의 흑인 거리를 무대로 리 감독 스스로 피자집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무키를 연기한 이 작품은 거주자들의 일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거리에 사는 흑인들과 이탈리아계, 히스패닉계, 한국계 각각에 울적한 혐오감정이 표면화되어 가는 모습도 자세히 파악했다. 그 혐오는 인종적인 사람뿐 아니라 노인과 지적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도 향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거대한 스테레오라디오로 록밴드 아이슬리 브라더스의 ‘파이트 더 파워(Fight the Power‧권위와 싸워라)’를 크게 틀고 정체성을 주장하던 라디오 라힘(빌 넌)이 그 피자집에서 비극에 휘말리고 만다. 흑인혐오가 소용돌이치는 거리에서 새뮤얼 L 잭슨이 ‘사랑’을 말하는 라디오 DJ를 연기하고 있는 것 외에 마틴 로렌스, 존 터투로,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로지 페레즈 등의 젊은 날의 모습에도 주목.

‘블랙클랜스맨’으로 제91회 아카데미상 각색상을 받았을 때도 “렛츠 두 더 라이트 싱!”을 외쳤던 스파이크 리 감독. 넷플릭스를 통해 6월 12일부터 전달되는 ‘더 파이브’에서는 ‘블랙 팬서’의 채드윅 보즈먼 등을 맞이해 베트남전의 시점에서 인종차별을 그려나간다. (넷플릭스, U-NEXT 등으로 전달 중)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If Beale Street Could Talk)’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If Beale Street Could Talk)’ 포스터.


■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If Beale Street Could Talk)’

두 더 라이트 싱의 엔딩은 킹 목사와 맬컴 X라는 양대 활동가의 말로 막을 내리지만, 이 작품은 그들과 동시대의 작가이자 시인, 활동가인 제임스 볼드윈의 소설 ‘빌 스트리트에 입 맞추기’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문라이트의 배리 젠킨스 감독이 영화화했다.

볼드윈은 킹 목사와 맬컴 X, 그리고 NAACP 미시시피 지부의 메드가 에버스라는 모두 암살당한 3명을 통해 인종차별을 풀어낸 다큐멘터리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새뮤얼 L. 잭슨이 내레이션)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70년대의 뉴욕 할렘이 무대로 백화점 향수매장에서 일하는 유일한 흑인 여성 19세 티시는 임신을 알지만 22세 연인 포니는 억울하게 교도소 안에 있었다. 원래는 포니가 티시의 몸을 지키기 위해서 백인 경관 벨 순경과 옥신각신한 것이 계기. 훗날 그 순경의 거짓 증언으로 인해 그가 강간 사건의 범인이 되고 말았던 것. 피해를 호소한 미혼모 여성은 고향 푸에르토리코로 돌아가 버리자 티시나 가족은 파니를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문라이트’와 같은 촬영감독의 영상이나 음악, 오드리 헵번을 의식했다는 복고 패션에 휩싸인 연인들의 행복한 날들이 너무 대조적이고 처량하다. 또 푸에르토리코로 투쟁으로 향하는 어머니를 맡아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레지나 킹은 미국만화를 바탕으로 한 인종 문제를 정면으로 그린 드라마 ‘왓치맨’의 주연도 생생하다.

빌 스트리트란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 있는 거리로 볼드윈의 말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와 루이 암스트롱이 태어난 ‘미국의 모든 흑인의 고향’이라고 한다. 이 커플뿐 아니라 수많은 흑인의 역사를 지켜본 상징 빌 스트리트가 말할 수 있다면 지금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할까. 이 작품은 각종 배신 사이트에서 렌탈 전달 중

‘캠퍼스 오바마 전쟁(Dear White People)’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캠퍼스 오바마 전쟁(Dear White People)’ 포스터.


■ ‘캠퍼스 오바마 전쟁(Dear White People)’

히트작 ‘크리드’나 마블 작품 ‘토르’에 발탁되기 이전에 테사 톰프슨이 주연을 맡았던 2014년 작품. 이후 ‘친애하는 백인님’으로 드라마화되기도 했던 청춘 사회코미디. 이번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에 위치한 미네소타주 일대가 촬영지다.

미국 유수의 명문 윈체스터대(가공)는 다양성의 이름으로 인종에 관계없이 기숙사를 배정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인종차별은 없다, 있더라도 멕시코계”라고 말하는 백인 총장. 그리고 학생인 그 아들도 “지금 미국에서 가장 고생하는 것은 고학력 백인 남성이다”라고 단언한다.

‘친애하는 백인 여러분에게’라고 학내 라디오에서 말하는 ‘샘’ 사만사 화이트는 그런 외관에 트집을 잡는 것에 단호히 항의해, 결국은 선거에서 기숙사장으로 선택된다. 그런데 그 발단이 백인 학생들이 균질화된 흑인의 이미지를 표현한 코스프레 파티를 개최하면서 대혼란이 빚어진다.

‘블랙 페이스’문제를 상기시키는 이 파티는 결코 픽션이 아니고, 그 실태가 엔딩 장면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또 스파이크 리와 오프라(윈프리)의 성난 아이 같다는 야유를 받는 주인공 샘이 배포하는 책자의 제목이 스티비 원더와 폴 매카트니의 콜라보 곡 ‘에보니 & 아이보리’를 패러디한 ‘에보니 & 아이비’라거나 영화 ‘해리엇’의 흑인 노예 해방자 해리엇 민티 등이 “백인은 개의치 않는다”는 대사가 있었다고 말하며 풍성한 비아냥거림 속에 흑인들 역시 다양한 성향을 지녔음을 시사한다.

게다가 선댄스 영화제나 인디펜던트 스피릿상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이번 작품이나 극 중에서도 언급된 타일러 페리가 여장하는 인기 시리즈 ‘부: 어 마디아 할로윈‘ 등 흑인이 주인공인 영화는 웬만한 스타가 아닌 한 한국에 상륙하지 않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작품은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송신중

‘블라인드 스포팅(Blindspotting)’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블라인드 스포팅(Blindspotting)’ 포스터.


■ ‘블라인드 스포팅(Blindspotting)’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를 무대로 흑인 청년 콜린과 소꿉친구 히스패닉계 백인 마일스의 관계를 통해 이번처럼 계속 반복되는 사건을 그린다. 오클랜드라고 하면 ‘블랙 팬서’의 첫머리와 마지막에 상징적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이삿짐 회사에서 일하는 콜린은 1년간의 보호관찰 기간 남은 3일을 무사히 넘길 생각만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밤 백인 경찰에게 쫓긴 흑인 남성이 뒤에서 총에 맞아 숨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때 맞춰 동료인 마일즈는 아내와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총을 구입한다. 그날 이후, 총격을 당한 생면 부지의 남성의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게 되어버린 콜린. 교도소에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고 애인과도 화해하고 싶은 인생을 다시 살리고 싶은 그는 앞으로 2일 하루와 보호관찰이 끝날 때까지 겁을 먹고 기다리기로 했다.

반면 급진적 조직인 ‘블랙팬서 당’의 창당지로도 알려진 거리는 급속히 변하고 있고, 인근 실리콘밸리에서 흘러나오는 부유층에 맞춰 햄버거 가게가 비건 버거를 팔기 시작하거나 ‘블랙 컬처’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에 히스패닉계인 마일즈는 초조하고 위험해 보인다.

같은 사건에 직면해도 보이는 것은 각각 다른 것을 나타내는 타이틀 ‘블라인드 스포팅-맹점’과 같이 이 둘의 입장차이가 점차 표면화해 간다. 실제로 고등학교 친구인 콜린 역의 다비드 딕스와 마일스 역의 라파엘 카샐은 뛰어난 호흡으로 각본도 함께 다루고 있다. 두 사람이 쓴 클라이맥스에 토로되는 콜린의 심정은 이제야말로 직시해야 한다. 이 작품은 각종 배신 사이트에서 렌탈 전달 중이다.

‘더 헤이트 유 기브(The Hate U Give)’ 포스터.이미지 확대보기
‘더 헤이트 유 기브(The Hate U Give)’ 포스터.


■ ‘더 헤이트 유 기브(The Hate U Give)’

오클랜드 플루트베일 역에서의 사건에서 힌트를 얻은 ‘더 헤이트 유 기브’은 ‘행복의 은신처’의 제작진에 의해 영화화됐다. 이 작품은 극장 미공개 작품이면서 최그 사건으로 다시 한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주인공은 사립학교에 다니는 스타 카터라는 이름의 흑인 여고생. 백인 남자친구나 백인 친구들 앞에서는 동네에 있을 때와는 딴사람처럼 행동한다. 아버지는 전직 갱 조직 출신으로 스타나 형제에게 백인 사회를 살아나가는 방법을 가르쳐 왔다.

그러나 고향에 있는 한 파티에서 돌아온 소꿉친구 칼릴(영화 ‘디트로이트’의 알지 스미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눈앞에서 그가 백인 경찰에게 사살되고 만다. 경찰은 칼릴이 마약 판매원이었다는 점을 문제 삼아 경찰관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고 있었다. 진실의 목격자인 스타는 항의 활동을 하겠다는 흑인 여성 변호사(잇사 레이)에게 동참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불합리한 폭력으로 심어진 혐오는 그다음 세대에도 맥을 이어가는 연쇄작용을 고발하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