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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 전문가 “미국 실업급여로 ‘저축 과잉’ 일본 ‘잃어버린 20년’ 전철”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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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일 전문가 “미국 실업급여로 ‘저축 과잉’ 일본 ‘잃어버린 20년’ 전철” 경고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은 한 실업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팻말을 들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 여파로 직장을 잃은 한 실업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팻말을 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장을 떠난 사람들에게 막대한 실업 급여를 실시한 미국. 그 귀결은 향후의 경제 상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루가 다르게 드러나는 기초 경제지표는 예상대로 괴멸적이라는 결과가 계속되고 있어 이제 아무리 쇼킹한 숫자가 나와도 더는 자산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국의 4월 개인소비 및 소득은 앞으로 미국, 나아가 세계 경제가 나아갈 미래를 암시하는 듯했다. 4월 개인소비(계절 조정 완료)는 전월 대비 -13.6%로 현행 통계가 시작된 195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경제의 약 6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이처럼 마무리됨에 따라 2분기(4~6월) 성장률이 대공황 이후 최고로 악화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물가목표에서 기준으로 삼는 개인소비지출 디플레이터(PCE가격지수)는 변동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기준으로 -0.4%, 2001년 9월 이후 하락폭이 컸다.전년 대비로도 +1.0%로 2010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증가폭이었다.

호조의 경제를 배경으로 금융정책의 정상화를 도모하려고 FRB가 연 4회의 금리 인상을 실시한 것은 불과 2년 전의 이야기로 이미 격세지감이 있다. 이번 개인소비 침체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는 지표를 보면 일목요연하다. 2000년대 전반의 IT 버블 붕괴도, 2008년 9월의 리먼 쇼크도, 이번 쇼크 앞에서는 희미해져 버린다. 문자 그대로 미증유의 쇼크다.

■ '포스트 코로나' 저축 과잉 부르나?

개인소비가 급감하는 한편 개인소득은 전월 대비 +10.5%로 역대 최대의 성장을 기록해, 중심적인 시장 예상(-5.9%)과 정반대의 움직임을 나타냈다. 급여소득은 예상대로 격감했지만 ‘코로나19 지원·구제·경제 보장법’에 근거하는 실업급여의 급부가 예상을 훨씬 넘는 성장이 된 결과다.

개인소득을 구체적으로 보면 임금·월급은 -8.0% 감소했지만, 그것을 실업보험 등의 노동자 보상이 +89.6%로 보충해 나머지의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소득이 급증하고 소비가 급감하면서 당연히 저축(소득-소비)이 급증했고 결과적으로 4월 저축률은 전달의 12.7%에서 사상 최고인 33%로 치솟았다. 덧붙여 저축률의 지난 10년간의 평균치는 7.6%다.

이 저축률 상승에는 경제 재개 후 성장을 견인할 요인으로 볼 것인지, 경제 침체의 원흉으로 볼 것인지 두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통상의 경기후퇴라면 전자의 발상에 근거해 기대를 부풀리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실 그런 전개를 메인 시나리오에 두는 현 상황에서는 다수파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처럼 앞날을 내다볼 수 없는 충격에서는 후자의 가능성도 시야에 들어온다. 전자을 낙관 시나리오라고 한다면 후자는 비관 시나리오라고도 할 수 있다.

■ 일본 ‘잃어버린 20년’ 전철 밟을 수도

서두에 “미국 나아가서는 세계 경제가 더듬어 갈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라고 말한 것은 후자의 견해에 동조하는 것으로 이전의 기고 ‘코로나 종식 후에는 ‘일본 형’ 저축 과잉이 세계의 조류로 등장할 것이며 돈을 쓰지 않으면서 경제 정체를 가져올 것이라는 논점을 빗댄 것이다.

기고문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금융 상황을 감안할 때 가계나 기업이 소비‧투자 의욕을 자제해 민간부문 전체가 저축 과잉을 통상적인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로 물가와 금리가 하향 안정되면서 세계 경제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밝지 않은 미래를 논했다.

물론 이번 4월 개인소비‧소득과 같은 극단적인 숫자는 뜻하지 않은 감염병과 재정정책에 따른 쇼크가 동시에 발생한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여서 앞으로 몇 번이나 반복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당장의 저축률(가처분 소득에서 차지하는 저축의 비율)이 장기 평균(예를 들어 10년 평균의 7.6%)에 대해 어떤 추세를 보일 것인지에 대한 시점은 향후의 미국 경제를 점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해질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향에 비추어 가계 부문의 저축률이 전혀 내려가지 않고, 고공행진을 하는 모습이 연 단위로 확인되게 될 경우 미국의 경제·금융 정세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도 시야에 두고 자산가격의 현황이나 전망을 말하는 것도 필요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리스크 시나리오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가능성이 그다지 낮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