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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청구…檢 ‘무리수’ 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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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구속영장 청구…檢 ‘무리수’ 둔 이유는?

8일 이재용 부회장 영장심사…증거인멸·도주 우려 있나?
1년 8개월 檢 수사, 50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 소환
불구속수사 원칙도 ‘배치’…결국 ‘이재용 망신주기’ 지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18일 중국 시안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5월 18일 중국 시안 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다.[사진=삼성전자]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항고심에서 집행유예로 경영에 복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여 만에 다시 구속 위기에 놓이면서 삼성은 위기감에 휩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미증유의 경제 위기에 더해 미중 갈등, 한일 갈등 격화 등 미래 불확실성 속에 한국의 1위 대기업 총재의 경영공백에 따른 심각한 위기 초래 가능성에 재계 안팎으로 우려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일 이 부회장 측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강행에 검찰의 의도에 의구심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등 전대미문의 경제 위기를 차치하더라도 영장 청구의 적절성과 형평성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7일 법조게와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형사소송법 70조의 구속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70조는 구속의 사유로 피의자가 △일정한 주거지가 없거나 △증거인멸 염려가 있거나 △도주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에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법원은 구속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과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와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경우 한국을 대표하는 최대기업의 총수로서 도주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이 많다. 이 부회장의 주거지는 최근 시민단체가 자택 앞에서 '삼겹살 파티'를 열 정도로 일반에 알려진 상황이다.

증거인멸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다. 1년 8개월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경영 승계 의혹을 수사해 온 검찰은 이미 50여 차례 압수수색과 110여 명 등에 대해 430여 차례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또 이 부회장에 대해서도 지난달 26일과 29일 두 차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는 등 증거인멸 가능성도 작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증거 인멸 우려가 있었다면 지금에 와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도주·증거인멸 가능성이 현저히 낮음에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무리한 영장’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가 ‘이재용 망신주기’ 아니냐는 날 선 비판도 나온다

검찰의 무리한 영장 청구는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서도 드러난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김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고, 같은 해 7월에는 분식회계 의혹 사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라며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춰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관측이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불구속 수사 원칙’과도 배치된다는 견해도 나온다. 불구속 수사와 재판은 2000년대 들어 법원이 ‘공판 중심주의’를 견지해오던 원칙으로, 피의자를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고 모든 증거를 통해 놓고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인 수사의 경우, 법리적으로 쟁점이 많은 데다 사실관계마저 복잡한 상황에서 구속기소를 통해 자백을 받아내려는 검찰의 행동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경영학 교수는 “불구속 수사가 원칙으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여려 차례 기각된 점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10년 후를 내다보는 최고경영자의 장기적 투자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못한다면 그 손해는 기업이 자게 되고 결국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오는 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열린다. 구속 여부는 8일 늦은 밤 또는 9일 새벽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