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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발행어음 시장 지각변동 예고, 미래에셋 판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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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발행어음 시장 지각변동 예고, 미래에셋 판바꾸나

인가심사 재개 전망, 연내 승인가능할 듯
자기자본 규모의 효과로 뒤집기 유력

증권사별 발행어음 발행량, 자료=현대차증권이미지 확대보기
증권사별 발행어음 발행량, 자료=현대차증권
증권사 발행어음시장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자기자본 9조 원으로 업계 1위인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 시장진출에 파란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대규모 자기자본을 앞세워 발행어음을 적극 발행할 경우 단숨에 정상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경징계 결정, 발행어음 인가심사 불확실성 해소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시장 진출이 임박했다. 발행어음 인가의 발목을 잡은 오너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원회의에서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준 미래에셋그룹에 대해 시정(행위금지)명령과 과징금 44억 원을 부과했다. 오너인 박현주 회장에 대해 직접관여의 증거가 불충분해 검찰고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미래에셋캐피탈 등 법인도 고발하지 않았다.

제재수위가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에 그치며 그동안 공정위 조사로 올스톱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그 첫 단추가 발행어음 사업 인가다. 발행어음은 종금사 등이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어음을 뜻한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4조 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단기금융업을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1호 발행어음 사업자가 되기 위해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했다. 발행어음(자기자본 4조 원)업무 인가요건을 모두 갖췄으나 공정위가 같은해 12월 미래에셋대우의 내부거래조사에 착수하면서 발행어음 인가심사가 보류됐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인가심사의 보류사유가 해소됨에 따라 당국은 발행어음 인가심사를 재개할 전망이다. 결과도 이르면 1∼2개월 내 나올 수 있다. 인가 심사가 2년 반 동안 보류됐으나 금융감독원이 2017년 인가 신청 당시 1개월 이상의 심사를 진행해 추가서류만 보완하면 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결과로 보면 발행어음 심사중단 사유가 해소됐다”며 “규정에 따라 인가신청서의 수정과 보완을 한 뒤 보류된 발행어음 인가심사를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가 발행어음 시장에 뛰어들면 시장의 판도가 단숨에 바뀔 수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 1분기말 기준으로 14조6290억 원에 이른다. 발행어음인가를 받은 사업자는 한국투자, NH투자, KB증권이다.

이 가운데 1호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이 7조4000억 원으로 1위다. NH투자증권 4조1465억 원으로 2위다. 지난해 5월 발행어음 사업인가를 받은 후발주자인 KB증권은 발행어음잔액이 3조1099억 원에 달한다.

미래에셋대우의 발행어음시장 뒤집기에 눈길을 주는 것은 업계 1위인 자기자본과 관련 있다. 발행어음은 규정상 자기자본의 200% 내에서 발행이 가능하다.

◇자기자본 9조2149억 원으로 업계 1위…사업자 경쟁, 역마진 등 부담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자기자본은 지난 1분기 기준으로 9조2149억 원으로 현재 발행어음 사업자인 한국투자증권 5조173억 원, NH투자증권 5조3093억 원, KB증권 4조5621억 원을 크게 웃돈다.

보통 발행어음이 자기자본 대비 약 130%선에서 발행하는 것을 감안하면 미래에셋대우는 초기 발행어음잔액은 11조979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단숨에 발행어음시장 1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행어음의 규정상 자기자본이 클수록 많이 발행할 수 있다”며 “자가자본 규모의 효과로 미래에셋의 발행어음시장 1위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말했다.

변수도 있다. 초기와 달리 발행어음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것은 부담이다. 최근 고객확보를 경쟁에 고금리 특판발행어음이 줄을 잇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뱅키스 계좌개설 고객과 금융상품권 등록 고객을 대상으로 각각 연 3%, 연 10%(세전) 금리의 발행어음 특판이벤트를 했다.

NH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 연계계좌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연 4.5% 금리를 제공하는 발행어음 특판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연장했다. 적립식 발행어음의 월 납입금액은 최소 1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이며, 납입 기간은 6개월(최대 300만원)이다. KB증권은 특판이 아니라 기본 발행어음의 금리를 연 1.95%(약정식 기준)를 준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연 1.20%)과 NH투자증권(연 1.15%) 대비 높은 수준이다.

운용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것도 짐이다. 규정상 발행어음 조달자금의 50%는 기업금융관련자산(일반 기업대출, 구조화 대출, A등급 이하 회사채 등)에 투자해야 한다. 부동산 금융에는 30%까지 넣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중위험중수익’ 투자처로 톡톡히 역할을 한 부동산은 최근 당국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규제에다 시장불황까지 겹치며 운용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른 관계자는 "저금리 장기화로 발행어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수신)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며 “발행어음자금을 조달한 뒤 이 돈을 굴려 수익을 붙여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운용환경을 고려치 않고 많이 찍으면 역마진도 각오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이같은 전망에 대해 미래에셋대우는 앞선 이야기라고 선을 긋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당국이 심사를 반려한 것이 아니라 중간에 심사를 중단하며 홀드한 상황이고, 심사재개를 판단하면 협의하는 단계”라며 “발행어음 자금운용은 지금 상황에서 이른 이야기로 당연히 시장상황에 따라 운용전략 등도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최성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da@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