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9일 새벽 기각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진행될 관련 재판에서 이 부회장 측과 검찰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이 추진해온 '반도체 2030' 등 대규모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M&A), '뉴 삼성'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함께 청구된 최지성 전(前)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와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팀장에겐 위증 혐의도 추가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측이 지난 2일 기소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지 이틀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해 논란이 일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 결정 직후 “법원의 기각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도 없다’는 취지”라며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16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정하고 연장선상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도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이 부회장의 직접적 지시와 관여하에 합병이 진행됐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지난달 26일과 29일 이틀간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이 부회장은 “직접 지시하거나 관여한 적이 없다”며 관련 부인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는 전날(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진행돼 오후 7시쯤 종료됐다. ‘역대 최장 심사’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8시간 40분 심사 시간과 비슷하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새벽 2시 45분께 서울구치소에서 대기 중이던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 김 전 사장은 서울구치소를 빠져나와 자택으로 돌아갔다.
한편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이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를 심의할 부의심의위원회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