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제로금리와 소득크레바스 '공포'...은퇴자 울리는 고금리 상품 유혹

공유
1

제로금리와 소득크레바스 '공포'...은퇴자 울리는 고금리 상품 유혹

우리나라 은퇴자의 소득 크레바스(Crevasse)’는 10년 이상 길어진 채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하나금융그룹이미지 확대보기
우리나라 은퇴자의 소득 크레바스(Crevasse)’는 10년 이상 길어진 채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하나금융그룹
우리나라 은퇴자들의 ‘소득 크레바스(Crevasse)’가 10년 이상 길어진 채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 퇴직한 뒤 국민연금 받기까지의 기간을 말하는 소득 크레바스는 안정적인 소득이 끊기거나 줄어드는 시기다. 이 기간 동안 생계에 위협을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크레바스 공포’라고 한다.
2019년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은 평균 49.5세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국민연금 받는 시기는 현재 62세에서 2034년까지 65세로 늦춰질 예정이어서 크레바스 사이의 틈은 오히려 더 벌어지는 상황이다.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는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50세 이상 남녀 퇴직자를 대상으로 소득 크레바스의 현실과 관련한 ‘대한민국 퇴직자들이 사는 법’이라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조사는 퇴직자들이 당장 얼마나 지출하고, 어디서 생활비를 마련하는지, 앞으로 노후자금은 어떻게 관리할 생각인지 조사했다.

더불어 생애 주된 직장에서 퇴직한 뒤 심적인 부적응을 겪지는 않았는지, 이후 여가생활과 인간관계의 변화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퇴직자의 생활비 평균 월 252만원이며, 3명중 2명은 퇴직 전에 비해 생활비를 평균 28.7%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자들이 생각하는 괜찮은 생활수준을 위해 월 400만원 이상 필요하다고 보는 점과는 거리가 있다.

생활비 200만원~300만원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대부분은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며 먹고 사는 정도’ 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경조사를 챙기고 사람도 만나며 여가를 즐기려면 그 이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퇴직자 대부분이 생활비를 경제활동에 의존하며, 경제활동을 못하면 1년 내에 형편이 어려워진다는 근심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자 중 절반(55.1%)은 재취업(37.2%)이나 창업(18.9%)을 통해 취업한 상태다.

미취업자 역시 64.8%는 경제활동을 준비하는 취업 대기상태이다.

퇴직 당사자뿐만 아니라 배우자도 절반 이상(58.6%)이 일을 하고 있어, 부부 경제활동 비중은 84.8%로 높아진다.

경제활동중인 가구의 수입은 평균 394만원이다. 맞벌이는 평균 월 514만원, 외벌이 월 333만원으로 나타났다.

당장은 일을 하지만 생활비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36.4%는 일을 그만두면 당장 또는 1년 이내에 형편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 금리의 하락과 고금리 상품의 유혹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0.5%로 내린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이달 초부터 은행들은 줄지어 예금과 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 인하했다.

고금리 시절에는 이자만으로도 생활비 마련이 가능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80년 평균 연 18.6%였던 주요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1990년 10%, 2000년 7%, 2010년 3.2%로 떨어졌다. 최근 기준금리가 연 0.5%로 떨어지면서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0.8%로 낮아졌다.

8억 원의 정기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때, 18.6%인 시절에는 월 수령액이 1천만 원을 넘었다. 10%일 때 5백64만 원, 7%일 때 3백94만 원, 3.2%일 때 1백8십만원, 0.8%일 때 45만 원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저금리 시대에는 안전자산만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기는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50대 이상 퇴직자의 60% 이상이 자영업, 재취업 등을 통해 모자란 생활비를 벌고 있으며,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퇴직자가 또 다른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저금리 시대 금융자산 재테크를 통해 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은퇴세대들에게 고금리 상품을 유혹은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부터 막대한 손실을 본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개인 피해자(1476명) 중 만 50세 이상~70세 미만이 전체의 53%(784명)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라임 펀드, 디스커버리 펀드 등 최근 문제가 된 펀드에 가입한 피해자들도 금융 자산이 어느 정도 있으면서 높은 금리를 원하는 고 연령대 투자자들이 많은 편이다.

가상화폐를 활용한 다단계 투자, 인공지능을 이용한 거래 등을 내세우며 은퇴세대를 유혹하고 있다.

▲ 은퇴 후에도 적극적인 근로소득 창출 중요

저금리 시대에 소득 크레바스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근로소득 창출이 중요하다. 이자율이 낮더라도 최대한의 연금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필수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급 연령이 늦춰지고, 최종 은퇴연령은 뒤로 미뤄지는 게 세계적 추세이므로 노후를 준비하려면 청년기 시절부터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등에 가입한 뒤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

자신만의 주특기를 살려 적극적으로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것도 백세시대를 살기 위해 필요하다.


정준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jbkey@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