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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맛있는 음식보다는 편리한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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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칼럼] 맛있는 음식보다는 편리한 음식을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
맛있는 음식이라면 자동차로 한 시간씩이나 달려가는 세상이다. 자동차 문화가 우리에게 준 큰 변화 중 하나가 맛있는 음식을 찾아가는 즐거움이다. 먹방 프로그램이 주는 영향도 있고 또 자동차로 교외로 나가 분위기를 바꾸어 보고픈 욕망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격리생활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집에서 직접 해 먹는 요리에 익숙해지면서 식문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변화가 뒤따르고 있다.

딸애가 2000년대 초반 미국에 입학원서를 보낸 경우 그곳 한인 학생들로부터 이곳으로 오라는 내용의 글과 함께 자신이 다니는 대학교에서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캠퍼스 잔디밭에서 휴대폰으로 전화하여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을 수가 있다고 자랑하기도 하였다. 배달문화가 피자 이외에는 거의 없었던 미국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코로나 사태가 배달문화의 폭풍성장을 가져와 이런 일들은 이제 보편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생활필수품을 배달해 주는 것이야 기본이지만 먹는 음식은 레스토랑에서 먹어야지 집에서 먹으면 맛이 없기 때문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유명한 레스토랑은 대기실에서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일이 보통이었다. 이제는 이런 레스토랑도 배달을 해주니 평소 엄두도 못 내던 음식들을 먹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코스 요리로 나오는 양식이나 중국음식의 경우 따뜻할 때 먹어야 맛이 있는 음식들이 있다. 이는 동물성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음식이 식어 버리면 맛이 떨어진다. 마치 짜장면을 배달해서 먹어 보면 중국집에서 먹을 때가 한결 맛이 있음을 알 수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이유로 서양 요리는 코스 요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음식은 한상이 한꺼번에 나오는데 그 이유는 많은 채소요리가 식물성 기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음식이 식더라도 맛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식으면 맛이 없는 음식보다는 식어도 괜찮은 음식을 선택하여 시켜 먹게 되어 요리하는 불편함만을 피하려든다.

주방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조리하기가 편리한 상태로 공급되는 식품소재를 요리에 사용하려는 경향이 높아가고 있다. 얼마 전 뉴욕의 레스토랑에 마늘 껍질을 제거한 후 세척하여 냉동건조를 시켜 공급한 중소기업체가 있었는데 그곳에서 대환영을 받았다. 수출한 상품의 재고가 다 떨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주방에서는 요리사들이 일일이 마늘을 까고 다지거나 썰거나 하여야 하는데 냉동건조된 것을 사용하니 너무 쉽고 일손도 줄일 수 있고 요리하기도 편하고 하여 더 많은 주문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코로나 사태가 음식을 조리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공급하는 시장측면에서도 이런 사소한 변화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본다. 코로나는 우리 생활 속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함께 공유한 공간에서의 만나거나 식사를 즐기는 횟수도 점차 줄여나가게 되고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는 공정들도 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최소화 하려는 경향이 증가할 것이다. 식품을 생산하거나 조리하여 공급하는 사람들도 이런 요구에 맞게 조리하기가 더욱 편리한 상태로 공급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과거에 비하여 맛있는 음식을 공급하기에는 한계가 뒤따를 수도 있고 맛보다는 보다 편리한 상태로 음식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변모해 나갈 것으로 여겨진다.

맛있는 음식의 맛을 후각이나 미각으로 느끼기보다는 편리하고 평범한 음식을 마음으로 맛을 가늠하려는 자세가 필요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봉수 서울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