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필자의 개인적 경험을 소개하려고 한다. 하루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사진을 보며 최근 나누고 있었는데 전혀 기억에 없는 대화들이 오고 가는 것을 들었다. 당연히 내가 없었던 때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진에 덩그러니 내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즐거워 보였다. 가족들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생각보다 마음에 남았다. 우리가 100년을 산다고 하는데 나를 스쳐 간 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내 시간을 잘살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얼마나 더 잊고 살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록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 좋은 기억은 기억 자체만으로 의미를 찾게 되는 것이고 좋지 않은 기억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간이 지나서 새롭게 해석하고 삶 속에서의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내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쌓여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마주하는 괴로움의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내일에 대한 희망과 지난날의 추억에 대한 기록이다.
세 번째, 엄청난 비밀인데, 글을 쓰는 것으로 우리는 영생할 수 있다. “사람은 언제 죽는가? 바로 잊힐 때이다.”라는 유명한 만화의 대사가 있다.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흔적을 남기고 싶고,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아주 오래전 어딘가의 동굴벽화 동물들을 그린 사람이 그랬고, 헤어짐을 예상하지 못한 남산의 자물쇠가 그랬고, 행복만이 가득한 SNS에 올라오는 게시글이 그렇다. 우리가 아직도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공자와 맹자를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존재가 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의 존재는 글과 함께 남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순간을 글로 남기기를 바란다. 삶을 기록하고, 생각을 기록하기를 바란다. 우리의 기록은 개인의 성장과 함께 다음 세대에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글이 쌓이면 한번 죽 읽어보라. 그리고 괜찮은 글을 뽑아 플랜비디자인으로 보내주시기를 바란다. 그러면,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 어느 날 문 앞에 당신을 스쳐 간 시간이 기록이 되어 도착해 있을 것이다.
송준기 플랜비디자인 책임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