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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밀어붙이는 ‘협력이익공유제’…‘억지 상생’에 재계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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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밀어붙이는 ‘협력이익공유제’…‘억지 상생’에 재계 시름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 협력이익공유제 도입 상생협력법 개정안 발의
20대 국회서 반발 초래한 ‘협력기익공유제’…민주당 지도부 나서 법제화 강행
개정안, ‘성과공유제 미흡하다’…추진본부 설치 및 조세감면 지원책 방안 담겨
재계 “반시장적 입법, 수치화도 현실성 없어”…최준선 교수 “현실적 불가능”

자동차 조립 공정[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자동차 조립 공정[사진=뉴시스]

정부여당이 ‘기업 옥죄기’로 대표되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이어 ‘협력이익공유제’ 입법을 추진키로 하면서 재계와 산업계 안팎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있는 기업에 활력은커녕 사기를 꺾는 법제화로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성과이익공유제’를 뛰어넘어 현실적으로 수치화가 힘든 ‘협력이익공유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사와 이익을 나누라는 것이어서 ‘억지 상생’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추진 의지는 강력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미 본인 임기 내에 ‘협력이익공유제’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해왔고, 여기에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골자로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여당 내 원내 정책과 정책을 관장하는 인사들이 입법을 공식화면서 힘으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밀어붙일 태세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상생의 명분으로 대중소기업간 공동 노력으로 달성한 협력이익을 사전 약정한 대로 이익을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즉 대기업이 중소 협력사와의 공동으로 개발한 기술이 탑재된 제품을 판매해 얻은 수익을 애초에 약정한 금액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조 의장은 “현행법에서 성과공유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공평한 배분에 따른 성과 확산은 미흡한 상황이고, 양극화 현상은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과 협력기업 간 공동의 노력으로 발생한 대기업의 이익을 사전에 양자 간 약정한 바에 따라 공유하는 한국형 이익공유제인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법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의 경영혁신과 기술력 향상, 근로자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인센티브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해 중소기업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대중소기업 상생발전과 동반성장을 위한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상상협력촉진법 개정안에는 현행 성과공유제와는 별개로 협력이익공유제 확산을 위한 추진본부 설치하고 조세감면 지원책 등의 방안도 담겼다. 또 대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제도 마련도 포함됐다.

이번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협력사와 함께 원가 절감을 위한 공정 개선과 신기술 개발 등을 추진해 공동의 성과를 나누는 현행 성과공유제보다 한층 강화된 것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지난 20대 국회에서 논의됐지만 당시 새누리당과 재계 등이 반(反)시장적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입법이 무산됐었다. 그러나 ‘176석 슈퍼 민주당’이 당차원에서 ‘협력이익공유제’ 입법 추진에 나서면서 논란은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협력이익공유제’ 입법을 추진하자 재계와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했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기업 경영원리에 배치될 뿐 아니라 협력이익 규모와 업체별 기여도 산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문제가 있다”며 국회에 철회를 요구했다.

경총은 “협력이익공유제가 자율성에 바탕을 둔 인센티브제도라고 하지만 법제화 이후 강제성을 가진 규제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며 “이미 법제화해 운영 주인 ‘성과공유제’를 내실화하는 편이 합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또 “협력업체가 부품공급 등 생산과정 일부에만 참여하는 것임에도, 연구개발에서부터 마케팅까지 경영활동 전 과정에 걸친 리스크와 성과를 책임지는 대기업의 최종 성과를 공유하는 것은 상호 경영범위와 책임성 측면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참여 대기업에 대한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 등 각종 인센티브주 제공, 미참여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사실상의 준강제적 제도”라며 “대기업의 이익을 사실상 강제 배분할 경우 대기업의 경영활동은 위축되고 부품 납품기업의 해외 변경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발했었다.

당시 한경연이 서울소재 대학 상경계열 교수 1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76%가 협력이익공유제가 시장경제 원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는 이유로는 ▲기업의 혁신 및 이윤추구 유인 약화(48.5%) ▲대기업 재산권 침해(20.7%) ▲경영활동의 자기부담원칙위배(18.7%) ▲주주 재산권 침해주(11.1%)를 꼽았다.

한경연은 “대기업과 거래하는 협력 중소기업 수는 전체 중소기업의 20.8%에 불과해 협력이익공유제는 결국 일부 중소기업에 편익이 집중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여당이 또다시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골자로 한 상생협력촉진법 개정안 발의와 관련해 “자동차 만해도 부품이 수천개 수만개가 들어간다”면서 “(협력이익공유제)체결 할 것인지도 문제고,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어느 협력사 덕분인지 수치화 할 수 있겠는가”라고 제도 비현실성을 지적했다.

최 교수는 “특정 하청업체와 계약으로 자칫 특혜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며 “(협력이익공유제)계약 체결을 하겠다는 업체들이 몰리면서 협력업체 진입 장벽 또한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력이익공유제는)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