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기고문]북한의 변심과 정부 정책 전환

공유
1

[기고문]북한의 변심과 정부 정책 전환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이미지 확대보기
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
북한이 최근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한은 왜 갑자기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고 있을까?

삐라살포 초기에만 해도 소극적인 대처를 했는데 돌변한것이다. 그러나 삐라 이전에 북한은 이미 한국 정부의 태도에 매우 깊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고 그에 대한 단계적 대응방안도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하노이 회담이 실패로 귀결된 이후에도 한 동안 북한은 한국 정부에 대한 일부 기대를 접지 않았다. 그렇게 '왜 그랬을까' 하는 궁금증이 클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도 북한은 끊임없이 UN의 대북제재 해제를 미국에 요청했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제재 해제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해 줄것이라는 기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진보 정부이고 원산에 뿌리가 있는 대통령이 속한 현 정권이 북한에게 제시한 소위 신경제지도라는 수많은 경협사업에 대해 전 정권에 비해 더 많은 기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북한은 우리 대통령의 평양방문과 백두산 등정 등에 극진한 대우를 해줬다고 본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그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북한은 지난 1년간 우리 정부에 대해 참을 만큼 참았다고 생각했고 삐라사건을 계기로 이제 '남한카드'는 버리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가장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우리 정부가 직간접으로 제시했을 각종 경협에 대한 약속 불이행을 들 수 있다. 과거 북한은 한국 기업이 북한에 와서 사업을 하겠다고 약속만 하고 돌아가면 함흥차사가 된다고 불평을 많이 했다.

북한은 2017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UN제재로 수출길이 막혀 밀수를 제외하고는 외화조달이 모두 끊겼다 .그리고 코로나에 따른 북중국경 봉쇄로 과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만큼은 아니지만 경제가 매우 어렵다.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도 자기 국가가 잘 살기를 무척이나 바라고 있겠지만 핵을 포기하지 않은 북한 지도자에게 국제사회는 고통만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이 주민에게 약속한 경제부흥이 물거품이 되고 있다. 이제 누군가에게는 그 책임을 돌려야만 정치 위기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그게 바로 우리 정부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는 정권만 바뀌면 과거 정부가 추진한 모든 정책을 파기하고 새로운 정책을 만들곤 한다.

그러니 대북정책에 일관성도 없고 항상 북한에 저자세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새로운 정책도 좋지만 정권과 무관한 일관성있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야 북한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면 정부가 그동안 북한에서 추진한 사업이 멈출 것이라는 우려는 오랫동안 북한이 가지는 '남한 리스크'로 꼽힌다.

2년간 남북관계는 급속히 좋아졌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시대가 있었다. 이는 현 정부가 일군 큰 성과이다. 그러나 5년도 못간 2년간의 평화는 그저 일장춘몽이 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정부는 북한특수를 톡톡히 맛 보았지만 북한에 관심이 많은 우리 기업들과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희망이라는 고문속에 살았다.
이제 어떤 정부든 정부가 나서서 북한 경협을 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북한 경제가 살아 날 수 있도록 음지에서 도와주는 그런 실질적 협력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에게 생색을 내려고 하니 북한도 거부감을 가지고 한국 정부를 멀리한다. 북한 정부의 경제정책도 잘 모르고, 우리 법이 통용되지도 않은 북한에서 북한에게 물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우리정부가 일방으로 경협사업을 수립했는지, 이제 그런 우매함에서 벗아 나야 한다. 우리 정부가 다른 나라에 투자하고 무역하는 것은 그 나라 법과 세계 질서 안에서 이뤄진다. 북한에도 같은 잣대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중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북중 경협을 대규모로 추진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역사도 다르고 언어와 습관도 천양지차인 중국이 한민족인 우리보다 더 북한과 가깝다. 중국 정부는 정치적 입김만 북한에 내보일 뿐 모든 경협사업은 기업에게 맡기고 있다 . 지원사업인 쌀이나 비료도 민간 기업에 맡긴다 . 중국 정부가 직접하지 않으니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의 대북 경협은 변함이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북한도 중국을 싫어 하지만 한국에 기댈수 없으니 더욱더 중국에 예속되어 가고 있다

이제 경협은 기업에 맡기고 정부는 통일정책과 북한과 정치 회담을 통한 평화관리에 힘을 쏟는 정책 전환을 검토해 볼만 하다. 정부가 개별 경협사업까지 일일이 관여해서는 관치가 되고 개성공단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북한이 기대하고, 우리 정부가 합의한 수십 조가 투입되는 철도도로 현대화사업도 결국 기업이 떠맡아야 한다. 정부는 기업이 투자하는 모든 경협사업에 대해 투자비를 회수할 환경조성과 이를 위한 대북협상에만 몰두해야 한다.

정부는 남북관계를 정권을 위한 이벤트사업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어떠한 경협사업이 시작돼도 계속될 수 있도록 '북중우호조약'같은 남북경협조약이라도 체결해 사업이 영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권이 대북사업을 가지고 시쳇말로 '광(光)을 팔려고' 해서는 안 된다 . 다소 손해를 감수하면서 조금이라도 전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하면 실망도 크지 않을 것이다. 조급함을 버리고 버리고 긴 호흡으로 과거를 반추하기를 바란다. 버리는 과거가 아닌 계승과 보완을 통한 새롭고 긴 정책을, 가장 중요한 약속을 지키는 문화를 남북관계에서도 만들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남 탓만 하지 말고 차분하고 치밀한 준비로 미국을 설득하고 이후에 북한과 협상하는 '선미후북(先美後北)' 정책이 새삼 필요하다. 우리가 미국 도움 없이 통일과 남북평화를 가질 수 없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짐작한다. 제갈량의 묘수를 기다리지 말고 긴 호흡으로 하나씩 풀어갔으면 한다.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