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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 검사결과 나오기 전 죽거나 회복된다는 아프간의 비참한 의료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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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코로나19 검사결과 나오기 전 죽거나 회복된다는 아프간의 비참한 의료현실

아프가니스탄 방역 당국 직원이 수도 카불을 방문한 지방 주민을 상대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아프가니스탄 방역 당국 직원이 수도 카불을 방문한 지방 주민을 상대로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영국의 권위 있는 조간지 ‘텔레그래프지’가 아프가니스탄의 처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실태를 르포 기사를 실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타하르주의 타로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검사를 받은 미르 씨는 만약 양성일 경우 약 2주 후에 연락이 올 것이라고 통보받았다. 동시에 그동안 자택에 대기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시간이 걸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실은 미르 씨의 검체는 타로칸으로부터 수도 카불까지 전달되는 것이다. 함몰된 곳이 많은 도로를 지나 산을 넘고 구 지배세력 탈레반의 지배지역을 넘어 차로 14시간 걸리는 여정이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검사를 기다리는 검체의 긴 줄에 참가하게 된다.

타로칸에 있는 병상 수 50개의 코로나19 클리닉의 책임자 압둘 자미르 플루탄 의사는 “진지하게 격리를 실천하고 있는 시민이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카불에 보낸 모든 검체의 검사 결과가 돌아올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공간이 한정되어있는 데다 클리닉의 일부 밖에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진료와 검사는 주차장에서 실시하고 있다. 할 수 있는 치료도 한정돼 있고 인공호흡기도 없다.

코로나19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급속히 감염되고 있다. 공중위생국에 따르면 국내 검사 능력은 하루 2,000건이지만 매일 최대 2만 건의 검체 신청이 접수되고 있다. 인구 3,500만 명이 넘는 아프가니스탄에 검사시설이 11곳밖에 없는 데다 그중 5곳은 수도 카불에 있어 검체의 신속한 검사는 극히 어렵다.

기복이 심한 구릉 지대에 둘러싸여 눈 덮인 산들이 멀리 보이는 타로칸에는 검색시설이 없다. 가까운 검사시설은 차량으로 몇 시간 거리인 쿤두즈에 있지만, 대기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 그동안 검체는 검사되지 않고 반환됐다.

플루탄 의사는 이런 이유로 카불까지 검체를 신고해야 했고 이를 위해 여러 택시기사와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는 일반적으로 승객 4명과 짐, 거기에 아이스박스에 들어있는 검사대상 물체를 운반한다. 숨기지는 않지만 승객에게 검체와 여로를 함께 한다는 사실을 꼭 알려지는 않는다고 한다.

운전기사 중 한 명인 파지르는 카불의 검사시설에 검체가 들어간 아이스박스를 신고할 경우 한 상자에 1,000 아프가니스탄(약 1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승객으로부터는 1인당 2,000아프가니스탄(약 3만 원)을 받는다.

카불까지 가는 여로에서 파지르 씨는 쿤두즈를 지나야 한다. 쿤두즈는 정기적으로 탈레반과 정부 간 전투가 벌어져 2015년에는 긴급 의료원조 단체 ‘국경 없는 의사회(MSF)’가 운영하는 병원이 미군의 공습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제에 직면한 적은 없다고 한다. 탈레반은 코로나19 검사를 방해하기 위해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파지르 씨는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현지시간 19일 현재 약 2만7,000명에 이른다. 아프가니스탄은 검사를 받은 사람의 양성률이 40%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또 미국 거점 난민지원단체인 국제구호위원회(IRC)는 실제 감염자 수 중 80~90%가 검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타로칸 인근 산골마을에 사는 라비아 팔디니 씨는 많은 마을 사람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검사를 받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픈 사람들의 검사 결과가 나올 무렵에는 이미 죽었거나 회복된다. 그래서 그냥 집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