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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빗장 풀린 '나라 곳간'…세계 각국에 '인플레이션 유령' 어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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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Biz 24] 빗장 풀린 '나라 곳간'…세계 각국에 '인플레이션 유령' 어슬렁

코로나 대응 위한 대규모 통화정책 영향
"물가상승률 고삐 풀릴 것" 목소리 봇물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규모 통화·재정정책을 펼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대규모 통화·재정정책을 펼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각국의 대규모 통화·재정정책으로 마침내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고삐가 풀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가치저장 기능을 하는 금, 산림, 부동산 주식,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 등이 부활 몸짓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6% 성장할 것이라는 심각한 경기침체 전망 속에 인플레이션이 겹치면 이는 세계 경제가 최악의 칵테일인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요가 늘어 국내총생산(GDP)과 물가 모두가 오르는 인플레이션과 달리 스태그플레이션은 공급 감소로 GDP는 줄고, 물가는 뛰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붕괴, 농산물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급등을 비롯해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심각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일부 투자자들의 베팅이다.

로이터는 23일(현지시간) 시장 지표들은 지금 당장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앞으로 3~5년 안에 물가 급등 상황을 예상해야 한다는 분석들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해도 꿈쩍도 않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이번에는 높아질 것이라는 근거는 무엇일까.

대규모 재정지출

일부 분석가들은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전세계 각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이 병행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1차대전 이후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트라우마로 갖고 있어 '건전한 재정'을 거의 주문처럼 외고 있는 독일마저 수조달러 규모의 대규모 재정정책을 펴고 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다중자산 부문 책임자 마이크 켈리는 "우리는 계속해서 끝으로 밀리게 될 것이고 결국 보호막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3~5년 뒤에는...(인플레이션이라는) 개가 마침내 짖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이라는 개'는 2013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좀체 움직이지 않는 인플레이션을 가리켜 예를 든 표현이다. 당시 IMF는 중앙은행들의 고삐풀린 통화발행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꿈쩍도 안한다면서 "그 개(인플레이션)는 짖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켈리는 현재 금을 사들이고 있다면서 시장에서도 이같은 우려로 금 수요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결국 한계를 넘어서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정부 재정을 지원하는 오랜 금기에까지 손을 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DW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클라우스 칼데모겐은 "정말 우려하는 것은 재정부양에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라면서 2008년 이후에 비해 지금 인플레이션 헤지 투자를 훨씬 더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화 후퇴

코로나19로 세계화가 급속히 후퇴하고 있는 점도 인플레이션, 나아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는 주된 배경 가운데 하나이다.

효율이 지상과제였던 세계화가 코로나19로 취약한 공급망의 현실을 드러내면서 각국이 앞다퉈 자국내에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최소한 이중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용이 높아지더라도 경제안보를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19 기간 미국과 유럽 각국이 중국에 의존하는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부터 의료장비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공급난을 겪은 것이 계기가 됐다.

국제 교역 감소, 서구 기업들의 생산시설 자국회귀는 물가상승을 부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는 포워드 스와프와 시티그룹의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 지수'에 반영돼 있다.

시티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 지수에 따르면 시장 예상을 웃도는 미 인플레이션 지수 흐름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고,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에서도 실제 인플레이션이 시장 전망을 웃도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 투자대안은 부동산 등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투자가치를 보존하는 방법은 물가상승에 관계없이 일정한 가치가 보장되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자산은 금이지만 3월 이후 벌써 18%가 올랐다.

아직 오르지 않은 대안들도 많다.

인플레이션 연계 미 10년만기 국채, 이른바 TIPS는 아직 수익률이 1.2%로 '손익분기점' 상황이다.

다른 대안은 부동산 주식이다. 신규 부동산 공급이 신규 통화 공급보다는 속도가 더딜 것이란 가정이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9~2019년 전세계 주택가격은 14% 올랐다. 주식시장 폭등세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

목재 투자도 고려할 만하다.

포리스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영국내 목재 실질가격(인플레이션을 감안한)은 130% 올랐다.

같은 기간 미 농장 가격 상승폭은 28%에 그쳤다. 전망이 더 밝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