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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업계 '블록체인' 기반 2차 시장 키워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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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업계 '블록체인' 기반 2차 시장 키워가나

하드웨어 연관 깊은 콘솔업계, 팬데믹으로 제조 영향받으면서 '블록체인' 관심↑
데이터 투명성·생산 관리 효율성 제고 장점…콘솔 제조시장서도 활용 가능성 커
제품별 데이터 코드 생성시 콘솔 패키지 가치 유연해져 안전한 세컨드마켓도

콘솔게임 관련 사진. 출처=Alex Carmichael, Unsplash이미지 확대보기
콘솔게임 관련 사진. 출처=Alex Carmichael, Unsplash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 접목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게임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하드웨어 의존도가 높은 콘솔 업계에서 활용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아울러 실물 패키지와 DL(디지털 라이선스 게임)판의 판매가 병행되는 게임 패키지 시장에서도 블록체인의 특성을 바탕으로 안전한 2차 시장 생성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모동숲이 불러온 공급망 이슈…블록체인 기반 생산망 도입 필요성 대두


최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게임 하드웨어 업계가 제품 제조와 유통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효율적인 생산망 관리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 도입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블록체인은 가상자산(암호화폐)적인 접근이 아니더라도 참여자 전체에게 데이터가 공유, 제공되는 투명성과 위변조가 불가한 신뢰를 강점으로 지닌다. 이를 활용하면 모든 제조 물류 공정에서 더욱 효율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다.

이에 이미 제조업, 상품을 전달하는 물류업계에서는 일찌감치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물류(유통)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제조업에서의 예를 들면, 공장의 납품기한과 가격, 공급량, 운송 방식, 공장 가동 시간 등 상품 제조와 배송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할 수 있고, 이를 각 이해관계자가 공유해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한 생산 과정을 얻을 수 있다.

콘솔 게임기와 실물 패키지를 생산·유통하는 콘솔게임 업계 역시 블록체인 공급망 구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불어닥친 콘솔업계의 수급 불균형 현상으로 관심은 더욱 증폭됐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상반기 게임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킨 닌텐도스위치, 스위치용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이슈로 특히 안정적인 공급망 형성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닌텐도 스위치 전용 게임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WHO의 팬데믹 선언 직후 출시돼 상반기에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잔잔하고 캐주얼한 게임성과 커뮤니케이션 특화 기능으로 많은 이용자가 대면 소통의 대안으로 이 게임을 선택했다. 지난 3월 출시된 이 게임은 출시 이후 4월 말까지 1341만 장의 판매고를 달성했다.

이 돌풍은 각국 시장에서의 스위치 기기 본체와 패키지 상품의 품귀 현상으로 번졌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 상반기 닌텐도 스위치의 가격은 정가 36만 원을 훌쩍 뛰어넘은 80만 원대까지 올랐다. 실물 패키지 역시 구하기 어려워 가격이 급등했다.

아울러 연말 출시를 앞둔 양대 콘솔 기기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엑스박스(XBOX) 시리즈X도 기기 부품 제조 라인의 가동 중단 등으로 연내 출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출시 후 재고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S와 소니 측은 지연은 없을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출시 초기 기기 수가 이전 대비 적을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아직은 소니, MS, 닌텐도 등 콘솔업체들의 블록체인 기술 접목에 대한 가시적 행보는 보이지 않는다. 보고서는 "IBM 등 B2B 솔루션 업체들이 제조업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어 도입하려면 할 수 있는 환경은 갖춰지고 있다"면서 "연말 시즌 차세대 콘솔 출시를 앞둔 MS와 소니는 내년 초도 콘솔 출시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해 안정적인 게임기 공급망 구축에 블록체인 포함 새로운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 패키지 시장서도 활용 '무궁무진'…DL 가치 커지고 리셀마켓 양지로


보고서는 블록체인의 디지털 자산과 실제 자산의 연계라는 특성을 이용해 콘솔게임 패키지 시장에서 또 다르게 활용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스팀 등 PC게임 분야는 이미 CD 대신 디지털 콘텐츠가 주류가 됐지만, 콘솔게임 시장에서는 아직 실물 패키지(디스크) 판매가 강하다. 그러나 최근 디지털 라이선스(DL) 판의 편의성이 부각됐고, 최근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늘면서 DL 버전의 판매량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 디지털 카피본은 실물 패키지와 같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별개의 콘텐츠로 취급받는다. 이용자들이 실물 팩을 샀다가 불편해 디지털 판을 산다면, 돈을 그대로 더 내야한다.

이런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안했다. 콘텐츠마다 개별 데이터 코드를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이 디지털 코드를 바탕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일례로 한 이용자가 어떤 게임을 DL판으로 구매한 후, 실제 패키지를 갖고 싶어졌다면 매장에 가서 본인의 게임 디지털 코드를 보여주면 된다.

이 원리를 확장하면, 향후 콘솔 게임의 제2시장 생성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콘솔 게임 이용자들은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본인이 즐긴 게임 팩을 되파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디지털 버전은 개인의 계정에 속하기 때문에 되파는 것이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반 중고 거래 시스템이 완성된다면, 이용자들은 DL이든 실물이든 디지털 코드를 넘기는 것으로 게임을 거래할 수 있다. 아울러 이는 게임 개발사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시스템을 기반으로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같은 원리를 활용한 디지털 중고거래 플랫폼 ‘로봇캐시’가 지난달부터 오픈베타 서비스 중이다.

보고서는 "제조업계에서 성공적으로 블록체인을 수용한다면 대중의 인식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면서 "굳이 다른 제조업에서의 성공을 기다리기보다 이미 블록체인에 대한 논의가 적잖이 있어 온 게임산업에서 먼저 블록체인 기반의 제조와 유통 혁신을 증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