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대학 캠퍼스 커플이었던 스물세 살 동갑내기 승재씨와 혜린씨는 충청북도 괴산의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를 잡았다.
신승재씨는 평생 소를 키워온 부모님의 뒤를 잇기 위해 농수산대학교 축산학과에 입학했다.
신씨는 학교에서 열린 체육대회에서 식량작물학과에 재학 중인 운명의 여인 혜린씨를 만났다. 여린 몸으로 몸집이 두 배는 돼 보이는 상대를 그대로 메다꽂은 씨름왕 혜린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한 것.
함께 소 키울 여자가 이상형이었던 승재씨는 혜린 씨를 보자마자 '이 여자다' 싶었다고 한다. 승재씨의 프러포즈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나랑 소 키울래?"였다.
평생 농촌에 살겠다는 같은 마음을 먹었던 두 사람은 졸업하면 결혼하자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은 생각보다 훨씬 앞당겨졌다. 졸업도 하기 전에 혜린 씨가 덜컥 임신을 한 것. 두 사람은 부랴부랴 양가 부모님께 허락을 받아 혼인신고를 했고 지난겨울, 아들 재호가 태어났다.
승재 씨와 혜린씨는 아들과 함께 부모님이 지내던 축사 옆 건물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바지런한 것으로는 아내, 혜린씨가 한 수 위라고. 아기 키우면서 살림도 야무지게 하더니 몸 푼 지 백일 만에 감자 농사도 시작했다고 한다.
모내기 철이 되자 소는 키워도 농사는 싫다던 승재씨는 생애 처음 나만의 논을 마련하고 내친 김에 이앙기 운전까지 배워 모 심기에 도전했다고.
게다가 승재씨는 친정집 농사는 어쩌나, 걱정하는 아내 혜린씨를 위해 처갓집 모내기까지 나섰다.
승재씨는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되고 보니,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겼다고 한다.
농사와 축사일, 살림과 육아 등등 쉬운 것은 하나도 없지만 슬기롭게 개척해나가는 동갑내기 부부의 영농생활은 29일부터 7월 3일(금요일)까지 오전 7시 50분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김성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de.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