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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림부의 마이동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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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농림부의 마이동풍

김흥수 사회부 차장
김흥수 사회부 차장
(사)한국계란선별포장유통협회, (사)대한양계협회, (사)식용란선별포장업협회등 계란관련 단체들이 지난 6월 23일 세종 농림축산식품부 앞에서 ‘계란이력제’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란이력제가 도축하여 분할 판매되는 소‧돼지 등 타 축종과 다른 계란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반발한다. 규제강행 시 현장의 혼란이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그들의 집회는 예정됐던 23일 강행되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그들이 집회 강행을 예고한 20일 밤늦은 시간에 농림부로부터 계란이력제의 시행을 6개월 연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농림부는 집회예고가 발표되자 부리나케 대책회의를 열어 각 단체의 임원진과 논의를 통해 계란이력제의 시행을 6개월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농림부의 이 같은 결정도 계란관련단체들의 주장을 모두 수용하지 못한 땜질 처방이다. 계란관련단체들은 계란이력제로 인해 발생하는 이중규제의 폐기를 요구한다. 지난해 8월부터 식약처와 농림부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입한 ‘난각 산란일자 표시제’로 난각(계란 껍데기)에 산란일자와 생산된 농장번호인 생산자 고유번호 및 사육환경번호까지 기재되어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합리적인 대안까지 제시했다. 수차례에 걸쳐 농림부에 현장의 고충을 설명했다.

그런데도 농림부는 6개월이 지나도록 꿈쩍도 하지 않다가 급기야 각 단체가 실력행사를 천명하고 나서자 부랴부랴 계란이력제의 전면 연기를 결정하고 현장방문을 통한 해결방안 마련을 내놓고 있다.

‘.......어린 백성이 니르고저 할 빼이셔도 마참내 제 뜨들 시려펴지 못할 노미 하노라. 내이랄 위하여 새로 스물여덟자를 맹가노니....’ 훈민정음 전문에 나오는 문장이다. 문자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사용이 편리한 문자를 보급해 정부와의 소통을 원활히 하고자 했던 세종의 의지가 담겨있다. 농림부 당국자들이 새겨야 할 문장인 듯하다.


김흥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xofon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