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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폭스바겐 그룹과 5년간 장기 해운 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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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폭스바겐 그룹과 5년간 장기 해운 계약 체결

중국 판매차량 전체 물량 단독 수주...사상 최대 계약으로 비계열 비중 확대

현대글로비스 크라운 호가 독일 브레머하펜 항에 기항 중이다. 사진=현대글로비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글로비스 크라운 호가 독일 브레머하펜 항에 기항 중이다. 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가 유럽 최대 완성차 제조사 폭스바겐 그룹과 5년 장기 해상 운송 계약을 체결했다. 폭스바겐,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등 폭스바겐 그룹 내 전 승용차 브랜드가 유럽에서 중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 전체 물량을 단독으로 해상 운송하는 계약이다. 이는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로부터 따낸 해운 계약 중 사상 최대다.

글로벌 해운·물류 전문기업 현대글로비스는 독일 자동차 제조기업 폭스바겐 그룹 물류 자회사 ‘폭스바겐 콘제른로기스틱’과 유럽~중국 완성차 해상 운송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고 2일 밝히고 관련 내용을 공시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Wolfsburg)에 본사를 둔 폭스바겐 콘제른로기스틱은 폭스바겐 그룹 내 12개 완성차 브랜드의 조달·생산·판매 물류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따라 현대글로비스는 2024년 12월까지 5년 동안 폭스바겐 그룹이 유럽에서 생산한 승용차를 매월 10회에 걸쳐 독일 브레머하펜(Bremerhaven)항과 영국 사우샘프턴(Southampton)항에서 상하이, 신강, 황푸 등 중국 내 주요 항으로 단독 운송한다.

현대글로비스가 2008년 자동차운반선 사업에 진출한 이래 비계열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와 체결한 해운 계약 중 물량 면에서 사상 최대 수주 실적이다. 운송 물량은 현대글로비스와 폭스바겐 그룹 양사 협의 하에 비공개하기로 계약했다. 이번에 계약한 해상 운송 구간은 세계 자동차 해운 구간 중 물량 규모 면에서 최대로 평가되는 구간 중 하나다.

현대글로비스는 이 계약으로 다른 항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송 화물이 부족하던 유럽발 극동향 노선의 선복을 대규모로 채울 수 있어 선대 운영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대폭 향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극동→미주→유럽→극동 전 구간애소 물동량을 확보해 적재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사진=현대글로비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글로비스는 극동→미주→유럽→극동 전 구간애소 물동량을 확보해 적재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사진=현대글로비스

게다가 극동에서 미주, 미주에서 유럽, 유럽에서 다시 극동으로 연결되는 전 세계 완성차 해상운송 핵심 항로 물동량을 모두 안정적으로 확보해 자동차운반선이 공선(선박이 비어있는 상태)으로 운항하는 구간을 최소화하고 선박 적재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운송 효율성 극대화는 물류비 절감으로 이어져 향후 신규 화주 발굴에도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당사의 해상 운송 역량을 높이 평가해준 폭스바겐 그룹 측에 감사하다”며 “자동차운반선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운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비계열 물량 확대 가속도… 지난해 비계열 완성차 운임만 1조 원

이번 장기 계약으로 현대글로비스 비계열사 완성차 해상 운송 매출 비중 역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글로비스 완성차 운반선 사업부문에서 비계열사 매출은 2016년 약 40% 수준이었다. 2017년 42%, 2018년 44%로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53%로 크게 늘어났다. 자동차운반선 부문에 적극적인 투자와 영업으로 작년 처음으로 비계열 매출이 그룹 매출보다 더 커졌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는 완성차 해상 운송 사업 부문에서 2조 5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해운 매출 기반이 운송 요금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중장비 제조사 등 비계열 기업으로부터 운임으로만 약 1조 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폭스바겐 그룹 장기 운송 계약에 힘입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 영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일본계와 유럽계가 과점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운반선사 시장에서 유일한 한국계 국적선사 현대글로비스의 비계열 매출 증가세에 가속도가 기대된다.

◇ 적극적인 투자와 치밀한 영업 전략으로 ‘대박’ 계약 결실


꾸준한 신조선 투자를 통해 운송 효율성 확보, 글로벌 화주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 치밀한 영업 전략이 현대글로비스 신규 수주의 성공 화두다.

해운사업 진출 이래 자동차운반선대를 꾸준히 확대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90여척의 선단을 꾸렸다. 또한 차량을 7300대까지 대량 수송할 수 있는 ‘포스트 파나막스(Post-Panamax)’형 자동차운반선을 선제적으로 늘려가는 등 운송 원가를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이번 계약을 위해 작년 3월 스웨덴 선사 ‘스테나 레데리(Stena Rederi)’와 유럽에 합작회사 ‘스테나 글로비스(Stena GLOVIS SE)’를 설립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 합자사의 유럽 내 해운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폭스바겐 수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다년간 준비한 현지 영업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원활한 환적과 수출입에 유리한 자동차선 전용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완성차 해운 실적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경기도 평택과 전라남도 광양에 자동차선 전용부두를 운영해 육상 운송에서 수출입물류, 해상 운송에 이르는 일관물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물류 해운 시장에도 큰 어려움이 있지만 이번 수주를 계기로 위기를 극복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화주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펼쳐 자동차운반선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세계 톱 물류사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aini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