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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 정보기관 잇단 내부기밀 유출…정권 내 ‘트럼프 죽이기’ 반란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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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미 정보기관 잇단 내부기밀 유출…정권 내 ‘트럼프 죽이기’ 반란 시작됐나?

미국 정보기관의 잇단 내부기밀 유출로 트럼프 대통령(사진)의 재선 가도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정보기관의 잇단 내부기밀 유출로 트럼프 대통령(사진)의 재선 가도에 ‘비상등’이 켜지고 있다.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살해 공작 의혹 관련 미 미디어가 연일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대처 능력 결여를 지적하자 백악관 측은 미디어에의 기밀 정보의 누설을 ‘범죄’라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이런 사태의 저변에는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대통령에 등을 돌리는 정보기관의 ‘그림자 싸움’이 있다는 견해도 부상하고 있다.

■ 트럼프에 불리한 정보 잇단 유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언론들은 자세한 의혹 내용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생명을 앗아갔을지도 모를 정보에 왜 대처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기밀 정보가 속속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 문제에 불을 댕긴 뉴욕타임스는 6월 30일 자 지면에서도 “러시아에서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 관련 조직에 거액의 자금이 송금 됐다”고 5명의 기자 연명으로 보도했다. 사정에 밝은 3명의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된 바에 따르면, 미 당국자들은 러시아군 참모본부 정보총국(GRU)이 관리하는 계좌에서 탈레반이 관련된 계좌로 뭉칫돈이 송금됐음을 보여주는 전자 데이터를 감청했다고 한다.

이 송금은 미군 등 아프간 주둔 국제부대 병사들을 탈레반 관련 조직에 살해시키기 위해 러시아가 비밀리에 지급한 포상금이라는 결론을 보강하는 증거라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올해 주둔 미군 전사자는 20명에 이르고 있지만 그중 미군과 정보당국이 GRU의 공작으로 희생된 사례로 의심하고 있는 것은 같은 해 4월 수도 카불 북쪽 바그람 공군기지 인근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다.

당시 미군 트럭을 들이받아 해병대원 3명이 숨졌다. 탈레반 측은 포상금을 외국의 정보기관에서 받아 미군을 공격한 것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아프간 당국자들은 현지 프리랜서 범죄자 집단이 과거 탈레반으로부터 돈을 받고 공격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아프간 당국자 등에 의하면 미군과 아프간 정보기관이 반년 전 러시아의 포상금과 관련 북부 쿤두즈주에서 탈레반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범죄 집단의 거점을 급습, 1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탈레반 관계 조직 간의 중개인 그룹이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주동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러시아와 타지키스탄으로 도주했으나, 이 중 한 명의 카불 집에서 50만 달러가 압수됐다. 러시아가 송금한 포상금 일부였을 가능성이 있다.

■ 트럼프 정보기관 보고 경시한 업보

미국에서 큰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 러시아의 포상금에 대한 정보를 파악했느냐 여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한 당국자는 지난 2월 27일 대통령 정기정세보고(PDB)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밝혔다. 다른 언론사는 지난해 초 PDB에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의 공작을 알면서도 손을 쓰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고 랫클리프 정보 장관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이 보고를 받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인가. 워싱턴포스트(6월30일 자) 기사는 그런 의문에 답하고 있다.

트럼프는 역대 대통령들이 매일 아침 받아온 세계정세보고를 귀찮아하며 주 2, 3회로 줄이고, 그것도 구두설명을 요구해왔다. 그래서 대통령 입장에서는 문건에 중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고 해도 읽지 않았고, 이 때문에 (구술에 의한) 보고는 받지 않았다는 얘기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읽어야 할 책을 읽지 않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 트럼프 측 ‘정보 유출은 범죄’ 역공세

더 심각한 것은 대통령이 2017년 후반부터 러시아 관련 보고를 꺼리고 때로는 분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러시아와 결탁했다는 ‘러시아 의혹’을 조작이라고 비난한 것이 배경이다. 이에 따라 보좌관이나 정보기관 보고담당자들은 러시아 관련 설명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구두가 아닌 서면 보고하게 됐다. 현재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련의 보도에서는 기밀 정보의 유출이 눈에 띈다. 언론의 자유 관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겠지만 랫클리프 정보 장관은 지난달 말 ‘정보 유출은 범죄’라고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해 정권 내부 분열 다잡기에 나섰다. 정보기관의 유출을 질타하는 대통령의 의향에 따른 경고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관측통들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경시돼 온 정보기관 일부가 재선에 노란불이 켜진 추락의 대통령에게 추격을 가하기 위해 반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은 취임 전 모스크바 성 추문 정보 유출 등에 대해 정보기관이 누설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불신을 가져왔다.

특히 오바마 전 정권의 브레넌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그림자 정부’의 일원으로 비판하면서 그에게 부여된 비밀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박탈하기까지 했다. 2018년 헬싱키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후 푸틴이 러시아의 미 대통령 선거에의 개입을 부정한 것을 ‘믿는다’라고 말해 미국의 각 정보기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한 것은 미 정보기관의 기정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보기관 경시는 이후에도 계속돼 왔지만, 이번 러시아의 미군 피살 공작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 대응책을 취하지 않았다는 실체는 안보 정보와 정보기관을 얕잡아본 대가를 일거에 받은 느낌이다. 기밀 정보 유출이 연일 계속되고 있는 것도 그런 경위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4개월 남짓 남은 차기 대선 지지율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민주당 부통령에게 크게 뒤지는 가운데 “정보 유출에는 그동안의 푸대접에 반발해 대통령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애널리스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트럼프의 위기는 보기보다 더 깊어졌을지도 모른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