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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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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은행은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백상일 금융증권부 기자
백상일 금융증권부 기자
“금 나와라 뚝딱”

소원을 외치며 방망이를 내리치니 원하는 것들이 쏟아진다. 도깨비방망이 설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도깨비방망이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뤄주는 요술을 부린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도깨비방망이를 찾은 것 같다. 바로 은행이다. 돈을 내놔라 하면 은행들은 돈을 쏟아내야 한다.

코로나19 피해가 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러한 피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라고 정부가 요청했다.

은행권은 이 같은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피해 지원에 힘을 쏟았다. 정부의 요청이었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라는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 중소기업에 힘을 보태는 것이 곧 은행이 생존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은행권에서 바라보기에는 너무 황당한 주문이 나왔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고객이 있다면 그 피해금액을 은행이 책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이스피싱에도 이용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금융회사 등이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지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라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고스란히 은행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선언하는 대신 피해가 발생하면 은행의 돈으로 피해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금융회사 등과 이용자 간에 보이스피싱 관련 피해액이 합리적으로 분담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한다지만 고의나 중과실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고의로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경우라도 있다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된다면 이를 악용하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문제가 생기면 더 시끄러워지기 전에 돈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정부의 방침은 아니길 바란다.


백상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s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