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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스타항공 ‘셧다운’ 녹취록 파문…인수 변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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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스타항공 ‘셧다운’ 녹취록 파문…인수 변수되나?

셧다운 등 경영개입 없다던 제주, 녹취록선 “셧다운 해야”
노조, 제주 이석주-이스타 최종구 대표 전화통화 내용 공개
갈등 골 깊어지는 ‘제주-이스타’, 인수 또다른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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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인수합병(M&A)를 놓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셧다운(운항중단)’에 제주항공의 개입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돼 파문이 예상된다.

이스타항공 체불임금을 놓고 대치했던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셧다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 녹취록 공개로 인수전에 또다른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커졌다. 당장 지난달 26일 제주항공의 불참으로 이스타항공 주주총회는 6일도 개최하지 못해 오는 23일로 재차 연기된 상황이다.
특히 제주항공이 최근 오는 15일까지 체불임금과 체납금 800억 원가량을 해소하라며 최후통첩을 보낸 시점에서 제주항공의 경영개입 녹취록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던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6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이석주 전 제주항공 대표(현 AK홀딩스 대표)와 최종종 이스타항공 대표간 전화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최 대표에게 “셧다운으로 들어가는 것이 관(官)으로 가게 되더라도 맞다”며 셧다운을 종용했다. 최 대표가 “셧다운이라는 게 항공사의 고유한 부분이 사라지는 것인데 조금이라도 영업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운항 유지를 요구한 데 대한 이 전 대표의 대답이다.

최 대표는 “국내선 슬롯(SLOT) 중 중요한 게 있는데 이런 것들이 사라지면 M&A의 실효성이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지만 이 전 대표는 “그건 각오하고 있다. 저희가 국토교통부에 달려가서 뚫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이 전 대표는 체불임금과 각종 체납금에 대해서도 “딜 클로징을 빨리 끝내면, (각종) 미지급금 중 제일 우선은 임금”이라면서 “(체납금은) 일단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제주항공이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으니 협조해 달라는 레터를 보냈다”고 전했다.

그간 250억 원 규모의 체불임금에 대해 제주항공이 전적으로 이스타항공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주장해 온 것과는 다른 내용인 셈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각국이 문을 걸어 잠그던 지난 3월 9일부터 국제선 셧다운에 돌입한 데 이어 같은 달 24일부터는 국내선 운항까지 중단했다. 코로나19로 이미 수익성이 약해진 이스타항공은 노선 운항 중단으로 현금 창출 창구까지 막혀버린 셈이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날 녹취록 이외에도 제주항공 경영진과 이스타항공 경영진의 회의록 내용 일부를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스타항 직원 405명에게 총 52억5000만원을 보상하는 방안과 기재 축소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제주항공은 이르면 내일(7일) 공식 입장을 통해 셧다운 개입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녹취록 공개로 책임소재가 가려질 수 있겠지만 진실게임으로 비화하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부가 항공업 대량 실직 사태를 막기 위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간 중재에 나설 수 있겠지만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