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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대책 쏟아질수록 서울 아파트 청약은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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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대책 쏟아질수록 서울 아파트 청약은 ‘그림의 떡’

1순위 청약경쟁률 23대 1…박근혜 정부시절 대비 2배 급증
높은 시세차익‧공급부족 심리 확산에 ‘역대급’ 청약통장 쏟아져

금호산업이 지난해 11월 분양한 'DMC 금호 리첸시아'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하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금호산업이 지난해 11월 분양한 'DMC 금호 리첸시아'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단지 모형도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김하수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기의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아파트 청약시장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과의 전쟁’에 불을 뿜는 정부 대책이 연일 이어지고 있음에도 서울지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아랑곳 않고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분양평가 전문업체 리얼하우스가 지난 2014년 이후 6년 동안 서울 아파트 청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23.0대 1로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서울 청약경쟁률 13.3대 1 보다 약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서울 분양시장의 과열은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기존보다 줄어든 반면에 청약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연말까지 서울에 공급된 분양물량은 3만 1170가구에 그쳤지만, 1순위 청약자 수는 71만 7879명이었다. 공급물량은 박근혜 정부시절(3만 9544가구)보다 약 8400여 가구 줄어든 반면, 1순위 청약자수는 같은 기간 약 19만 2000여 명 늘어난 것이다.

서울에서 공급이 줄어든 주된 이유도 기존보다 훨씬 강력해진 부동산규제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상향 등 각종 주택정비사업 규제가 잇따르면서 서울의 신규주택 공급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2018년 서울 전역이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이 분양시장에 쏠렸던 것도 최근 서울 청약시장 과열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사실상 분양가를 통제함에 따라 주택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분양가로 분양 받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분양가 상승폭도 커졌지만 서울 집값 상승률에 못 미친 점도 서울 분양시장의 흥행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전 정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평균 2185만 원 선이었으나, 문 정부에선 2703만 원으로 26.9%나 상승했다.

기존 아파트의 매매가격 상승률도 분양가를 훨씬 웃돌았다. KB국민은행 부동산시세에 따르면, 2017년 6월 서울의 평균 아파트가격은 3.3㎡당 1967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까지 무려 44.6%나 올라 현재는 3.3㎡당 2845만 원선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기입주 아파트와 새 아파트의 가격 차가 좁혀지면서 분양시장에 청약통장이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공급물량 축소 우려에 따른 신축 아파트 희소가치 부각, 시세 대비 낮은 분양가에 따른 차익 실현 기대가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서울에서 분양시장을 통한 내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문 정부 초기(2017년 10월 ~ 2018년 2월) 청약경쟁률은 한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8년 3월 이후부터 매달 수십 대 일의 청약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팀장은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 상승을 억제하고 동시에 무주택자에게 우선 청약기회를 줌으로써 개발 이익을 집 없는 수요자에게 우선 분배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라면서도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신규주택공급 감소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