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뉴욕증시]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개미지옥인가

공유
1

[뉴욕증시]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개미지옥인가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사진=로이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사는 올해 32살의 세 아이의 아빠인 리처드 도바체는 '수수료 무료'를 내세우며 개미투자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주식거래 플롯폼 로빈후드를 통한 주식 거래로 3월에만 86만 달러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이후 주가가 오르면서 손해를 일부 만회하기는 했지만 남은 게 없다. 신용카드 현금인출을 통해 1만5000달러, 주택대출로 2차례에 걸쳐 각각 3만달러씩을 계좌에 집어 넣었다.

올해 한 때 주식 평가액이 100만 달러를 웃돌기도 했지만 이번주 주식잔고는 6956달러에 그쳤다.
해군 의무병으로 일하는 그는 2017년 로빈후드에 계좌를 만들었지만 그의 부인에 따르면 요즘은 악몽도 꾼다.

앞서 지난달에는 일리노이주에 사는 네브래스카대 학생인 올해 스무살의 청년 알렉스 키언스가 목숨을 끊었다. 복잡한 옵션거래를 잘 몰라 그가 계좌 잔액을 착각한 것으로 알러졌지만 자신의 계좌가 어느날 마이너스(-) 73만 달러인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자살했다. 그는 유언장에서 이 정도 위험을 질 생각은 없었다고 밝혔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금융민주화'를 내건 로빈후드가 실제로는 개미 투자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금융계 전반에서 높아지고 있고, 전현직 로빈후드 직원들의 입을 통해 이같은 의문이 사실일 수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2013년 출범한 로빈후드는 주식거래에 따른 수수료나 최소한도로 유지해야 하는 잔액 기준도 없다. 그냥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가입하고 계좌만 열면 언제든 무료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이 스타트업은 덕분에 몸값이 치솟아 기업가치가 지금은 83억 달러에 이른다.

NYT는 그러나 이같은 성공에는 최소한 일부, 또는 그보다 훨씬 더 큰 비중으로 로빈후드가 미숙한 젊은 투자자들을 가장 위험한 투자에 나서도록 부추기고 있는 것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NYT는 업계 자료, 공시 서류, 로빈후드 전현직 직원 9명과 인터뷰, 로빈후드 사용자 10여명과 인터뷰를 토대로 이같은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로빈후드 사용자들은 대개 젊고 투자경험도 별로 없는 이들이다. 평균 나이 31세. 투자경험이 전혀 없는 사용자들이 절반이다.

로빈후드의 사업모델은 고객들이 가장 위험한 투자를 많이 하면 할수록 기업은 더 살찌는 구조라고 NYT는 강조했다.

리서치 업체 알파쿠션이 NYT 의뢰로 9개 증권사들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로빈후드 사용자들은 다른 어떤 증권사 고객들에 비해서도 가장 위험한 상품을 가장 많이 거래했고, 거래 속도 역시 가장 빨랐다.

올 1분기 로빈후드 사용자들의 거래 횟수는 온라인 증권거래 플랫폼 경쟁사인 E-트레이드 사용자들에 비해 9배, 찰스 슈와브 사용자들에 비해서는 40배 더 많았다.

또 위험한 옵션 계약 역시 슈와브 고객들에 비해 88배나 더 많이 사고팔았다. 이는 회사에는 이익이 되지만 고객들에게는 손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미 투자자들이 주식을 더 자주 거래할수록 수익률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았고, 특히 옵션 거래에서는 그럴 확률이 더 높았다.

NYT는 무엇보다 로빈후드가 분단위로 움직이는 옵션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기술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 사용자들을 더 위험한 상태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식 서류에 따르면 로빈후드 플랫폼에서는 이례적인 기술적 문제들이 다수 발생했다. 익명을 요구한 일부 로빈후드 직원들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고객들에게 적절한 지침과 기술 지원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NYT는 로빈후드의 수수료 무료 방침이 사용자들의 무모한 투자를 부추기는 요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빈후드가 돈을 벌어들이는 방법은 이미 업계에서 중소 증권사들이 활용하고 있는 이른바 '주문 흐름 보상' 방식이다.

로빈후드 같은 소형 증권사들이 사용자들의 매수, 매도 주문을 일일이 다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월스트리트의 대형 증권사에 넘기고, 월스트리트 증권사들이 중소 증권사들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대형 증권사들은 다양한 매수, 매도 주문 가운데 고객이 어떤 가격을 받게 될지를 결정하게 되고, 여기서 발생하는 차익 일부를 주문을 넘긴 증권사들에게 돌려준다.

NYT는 이 방식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로빈후드의 경우는 그 규모가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1주 거래를 기준으로 로빈후드가 주문 흐름 보상으로 거둬들이는 수익은 활용가능한 최근 분기 데이터로 볼 때 슈와브에 비해 4~15배 많았다.

옵션 거래는 로빈후드도 처음에는 반대했다.

로빈후드 공동 창업자인 바이주 바트는 옵션 거래를 플랫폼에 추가하기 전인 2017년 옵션 거래는 투자자들을 자신들도 모르게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면서 반대했다.

로빈훗은 도박판처럼 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로빈훗에 투자하고 있는 배우 애시턴 커처는 지난달 직원들과 화상회의에서 로빈후드의 놀라운 매출 신장을 치하하면서 무심결에 이를 도박사이트와 비교했다. 도박만큼이나 위험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도박판에 비유한 것이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로빈후드를 통한 주식거래 양상이 도박에 가깝다는 비판은 이미 전문가들로부터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한편 로빈후드는 개미투자자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계좌 수에서 이미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로빈후드 계좌 수는 작년말 1000만개에서 5월 현재 1300만개로 증가했다. 반면 찰스슈와브는 5월 현재 1270만개로 로빈후드에 밀리고 있다. E-트레이드 계좌 수는 550만개에 그쳤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