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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공학자에게 듣는 포스트 코로나와 로봇산업 협력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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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공학자에게 듣는 포스트 코로나와 로봇산업 협력방안

-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분야 로봇 수요 증가추세 -

- 한국과 이탈리아는 4차 산업혁명과 로봇산업의 좋은 파트너, 향후 협력 확대 기대 -


IIT Advanced Robotics 연구원(Senior Researcher) 이진오 박사

자료: IIT


Q1) 자기소개와 근무하시게 된 계기 부탁드립니다.



A1) 안녕하세요? IIT 연구원 이진오 박사입니다. 저는 카이스트에서 2012년에 박사를 졸업하고 박사 후 연구원을 IIT에서 진행하게 됐습니다. 제가 졸업한 시기와 IIT가 학계에서 주목을 끌기 시작한 시기가 맞물려 이곳에 지원했고 현재 8년째 IIT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2년 즈음 IIT는 로봇 학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며 이슈를 만들고 있던 연구소였습니다. 2009년에 설립된 신생 연구기관이긴 하지만 2010년부터 IIT에서 학계에 발표한 혁신적인 로봇들이 학계 관계자들과 여러 연구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었지요. 많은 분들은 우리 연구원에서 개발한 icub에 대해서 많이 알고 계십니다. 이 로봇과 관련해서는 지능·인지 등 컴퓨터 공학 분야의 연구가 주로 진행됐는데 저는 Advanced Robotics 부서에서 다른 형태의 다양한 휴머노이드의 운동성, 동역학 제어 등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어 좀더 기계공학에 가까운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연구원에는 한국인 4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Q2) 이탈리아 공학연구소(IIT)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A2) 이탈리아 공학연구소는 2009년에 설립해 현재는 170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이탈리아 대표 기술개발 연구소 중 하나입니다. 이탈리아 제노바에 본부를 두고 이탈리아 내 11개 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미국에는 하버드와 MIT에 부설 연구소를 운영 중에 있습니다. 전체 근무인력의 80% 이상이 박사 학위 소지자이며, 제가 속한 제노바 연구소는 Advanced Robotics를 중심으로 여러가지 로봇 연구와 그와 관련된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IIT는 이탈리아에서도 최대 규모의 첨단 기술 연구소이면서도 로보틱스 분야에서도 다수의 로봇을 직접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어 유럽 내에서는 손에 꼽히는 연구소입니다.

이탈리아 공학연구소 조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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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IIT

저는 Advanced Robotics 부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동역학 제어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시스템적인 자유도와 함께 유연한 관절을 지닌 로봇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로봇이 인간과 분리된 작업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했다면 우리 연구소는 보다 안전하고 친밀한 유형으로 사람과 함께 공존하고 협력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저희 부서에서는 2012년 학계에 높은 주목을 받은 세계 최초 유연 관절을 로봇 전신에 적용한 Coman, 지진이나 재난 상황에서 강력한 힘으로 구조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Walk-man, 사람의 형태이지만 유연관절과 4족보행 기술을 접목한 하이브리드형 로봇 Half-Man 등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이탈리아 공학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로봇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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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IIT

Q3) 로봇연구에 있어서 이탈리아가 지닌 강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3) 로봇을 첨단 기술의 결정체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AI와 소프트웨어 관련된 최신 기술들이 결합돼 아직도 발전여지가 높은 분야이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로봇은 물리학과 기계공학 그리고 수학 등 기초적이면서도 전통적인 학문에 기초를 두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러한 기초가 튼튼하지 않다면 로봇공학은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이탈리아는 이러한 기초과학 분야가 매우 탄탄한 국가로 유럽에서는 독일, 스위스 등과 함께 3대 로봇 강국으로 평가되는 나라입니다. 이탈리아는 고전 기초과학에 대한 축적된 지식이 많고 기계공학이 높은 수준으로 발달한 나라이기에 로봇공학이 발달할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기계공학적 측면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관점에서도 완성도가 높은 편입니다.
이탈리아의 연구환경의 특징 중 하나는 매우 자유로운 편이라는 점입니다. 누구도 연구를 강제하지 않고 자유롭게 연구하지만 연구 결과물에 대해서는 철저히 개인이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주변 유럽의 로봇 강국들과의 협업도 수월한 편입니다. IIT는 국책 연구소로서 2009년 설립 이후 약 10년간은 정부 예산의 비중이 큰 편이었으나 현재는 인큐베이팅 기간을 마치고 EU 및 정부과제에 비중을 높여 보다 자립적인 운영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저명한 대학과 연구원들과 협력관계를 통해 EU 과제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등 협업이 유리한 지리적 위치도 이탈리아가 지닌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진오 박사가 IIT에서 개발에 참여 중인 로봇 Walk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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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IIT

Q4) 한국과 이탈리아의 로봇연구 수준을 비교하자면 서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A4) 한국의 로봇기술은 이제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로봇공학의 주요 이론들은 80년대에 들어 정립됐고 이 시기 즈음에 미국, 일본 등에서 유학을 마치신 저명한 한국인 교수님들이 한국의 로봇공학 분야를 발전시키셨습니다. 좋은 예로 2015년 KAIST팀이 개발한 로봇 휴보가 세계 유력 로봇 연구원들이 모여 로봇 수준을 겨루는 세계 재난구조로봇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지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재난상황을 대비해 로봇이 수행할 재난위기 상황별 대처능력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 대회를 개최했는데 세계 유수 로봇들을 제치고 한국의 로봇 휴보가 우승을 차지한 것이지요.

세계 재난구조로봇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KAIST팀의 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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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AIST

저희 연구소에서 개발한 Walk-man도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이 대회 결승에 참가해 그 성능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재난구조로봇 대회에서 증명한 것처럼 한국과 이탈리아의 로봇기술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연구 수준과 연구시설, 규모, 자본 등에 있어 세계 로봇공학의 절대적 강자는 미국입니다. 예를 들어 보스톤 다이내믹스사는 논문을 발표하진 않지만 자사의 로봇 영상을 학회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학계와 대중에 소개하고 높은 호응을 얻고 있지요. 당연히 한국 연구소들도 미국과 공동 기술개발 등이 활발한 편입니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 연구기관은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파트너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요 연구기관들과 IIT와의 공동연구도 활발한 편입니다.

Q5) 코로나19 이후 로봇산업과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까요?

A5) 코로나 사태로 빚어진 비대면 산업의 수요는 로봇개발을 촉진시켰습니다. 물론 저는 공학자이기 때문에 로봇의 상업성에 대해서 논하긴 어렵습니다. 또한 개발된 로봇이 상업성을 갖추기에는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다만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는 산업현장에서 인간을 대신해 검진이나 순찰 또는 정찰 업무를 수행할 로봇의 수요는 급증하고 이는 현재 로봇학계에서 기술개발의 촉진으로 이어졌습니다. 드론은 2000년도 초반만 하더라도 논문 속에만 존재하던 로봇이었으나 지금은 널리 사용되고 있고 보스톤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4족 보행 순찰 로봇은 최근 제품으로 출시돼 코로나 19의 비대면 작업을 위한 대안으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를 보면 앞으로 로봇을 이용한 기술 산업은 더욱 발전할 것이며, 안타까운 사실이나 코로나19는 로봇 기술 개발의 동기와 수요를 창출함과 동시에 촉진시켰다고 봅니다.
비대면 산업의 확대는 실제로 다양한 연구의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러가지 과제로 연구의뢰가 증가했으며, 기술개발 수요의 증가가 로봇의 상용화에 미칠 영향은 자명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비대면 분야뿐만 아니라 생활에 편리성을 더해주는 로봇들의 개발도 더 증가할 것이라 봅니다. 예를 들어 설거지를 돕고 요리를 해주는 종류의 주방용 로봇이라든지 운송 부분에서 고객에게 제품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배송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운송용 로봇 등은 그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화와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기 때문에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 HOST(주방용품 전시회)에서 선보인 로봇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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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OTRA 밀라노 무역관 자체 촬영

시사점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은 미래 삶의 양상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실제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은 산업현장에서 로봇사용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를 바탕으로 현재는 기초과학으로 평가되는 여러 로봇공학 기술들의 상용화도 촉진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높은 기술력으로 학계에서 인정 받고 있는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은 로봇기술 개발의 적합한 파트너로 평가된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2007년 3년 주기 과학기술협정을 체결한 이래 과학기술 협력을 지속 추진하고 있으며, 2018년 10월에 해당 협정을 재체결하고 기초과학, 정보통신기술(ICT), 나노신소재, 로봇, 에너지와 환경, 농식품, 해양과학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바 있다. 향후 양국의 기초과학, 응용과학 분야 협력이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코로나19는 상호 간 협력을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 이진오 박사 인터뷰, IIT, KAIST, KOTRA 밀라노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