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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국의 ‘국가보안법’ 발효 이후 ‘자유’ 상실한 홍콩…달라진 풍경 살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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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중국의 ‘국가보안법’ 발효 이후 ‘자유’ 상실한 홍콩…달라진 풍경 살펴봤더니

홍콩의 번화가 코즈웨이 베이에서 중국의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의 번화가 코즈웨이 베이에서 중국의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참가자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많은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홍콩의 ‘국가보안법’이 6월 30일 시행되면서 ‘일국양제’는 사실상 붕괴됐다. 이 법안에 따라 중국 정부에 반발하는 언행은 범죄로 간주되며 처벌 대상이 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지던 민주화 시위도 향후는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서적 검열 등도 이미 시작됐고 인터넷상의 정보 감시를 경계한 SNS 회사들은 대항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이번 법 제정이 홍콩의 법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홍콩의 달라지고 있는 상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 ‘국가보안법’ 위반 땐 무기징역까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설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한 홍콩 ‘국가 안전유지법(이하 국가보안법)’은 지난달 30일 23시부터 시행됐다. 몇 시간 만에 밝혀진 그 내용은 위반자에게는 최고 무기징역이 부과되는 등 엄중한 것이었다. 7월 1일에만 홍콩 경찰은 370여 명을 체포해 그중 10여 명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했다고 한다.

법 제정에 따라 중앙정부로부터의 이탈, 국가 전복, 테러리즘, 외세와 협력해 정부에 개입하는 것 등이 범죄로 간주되어 처벌된다. 실제로 이런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목적으로 계획을 세우거나 행위를 선동하는 발언, 금전적으로 협조하는 것도 범죄가 된다.

조문에 애매한 표현이 많다는 것도 우려의 하나다. 외세와 협력해 중앙정부와 홍콩 정부에 대한 ‘미움(hatred)’를 재촉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 되고 있어 언론을 폭넓게 규제할 수 있는 문구가 되었다. 또, 상기와 같은 언동이 ‘중대한 상황’이라고 정부가 판단한 경우나 ‘희소한 케이스’의 경우는 형기가 몇 년 늘어나는 등 처벌이 가중된다.

‘국가보안법’에는 이 밖에 홍콩에서 중국 중앙정부의 권력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홍콩에 치안유지 기관을 새롭게 설치하고 중앙정부 내에서도 강경파인 고관을 멤버로 지명한다. 외세의 개입으로 홍콩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나 국가 안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 대해서는 기관에 조사할 권리가 부여된다.

■ 해외기업들 홍콩에서 철수 움직임도

시행된 지 열흘 정도밖에 안 된 ‘국가보안법’이지만 이미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서관 관리 당국은 민주 활동가 등이 집필한 서적에 관해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고 있지 않은지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7월 6일 시점에서 복수의 서적이 이용 불가가 되어 있는 상태다.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조슈아 웡도 2013년과 2015년 집필한 자신의 저서가 조사를 받고 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검열 대상은 서적에 그치지 않고 SNS도 대상이 될 것이다.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은 7일 홍콩 당국에의 이용자 정보의 제공을 ‘일시중단’ 한다고 발표했다. ‘국가보안법’에 관한 범죄에 대한 조사로 인터넷 이용자의 정보공개를 정부나 홍콩 경찰로부터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응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 접속 차단 등 향후 사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의 지시에 따르면 미국 등 다른 나라로부터의 비난을 받게 될 것 같아 미리 대책을 세운 모양새다.

이미 홍콩에서 철수를 결정한 기업도 있다. 젊은이를 중심으로 온 세상에서 이용자가 확대하고 있는 동영상 투고 앱 ‘틱톡(TikTok)’은 홍콩에서의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다. 이전부터 중국 정부의 의중에 치우친 검열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돼 왔으나 이번 철수는 이용자 정보 제공을 막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동영상 서비스는 아직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작품 삭제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SNS는 시위 도구로도 자주 사용됐던 만큼 향후 민주화운동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일부 국가 홍콩 탈출 시민 수용 준비

지금까지도 많은 나라가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력을 비난해 왔다. 6월 29일 미국은 이전부터 경고하고 있던 홍콩에 대한 우대 조치 중단을 발표했다. 군사기술 등이 홍콩에서 중국 정부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으며 수출규제 등도 동시에 시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 중국적이라고 비판하는 WHO 철수도 겹쳐 미‧중 관계의 추가 악화가 진행되고 있다.

호주도 7월 2일 ‘국가보안법’ 시행에 따라 이주를 희망하는 홍콩 시민의 수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옛 종주국 영국도 이전부터 검토하고 있던 홍콩 시민의 ‘도피처’를 준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영주권뿐 아니라 시민권 획득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홍콩 젊은이 중에는 해외 이주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 우수 인재 유출이 계속되면 국제금융도시로서 홍콩의 입지가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014년 ‘우산 운동’부터 장기적으로 이어져 온 민주화 시위도 이것으로 중단되는가. 시위에 참가한 홍콩 시민 수십만 명은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을 폐지할 때까지 정부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홍콩은 죽었다’는 말도 들었던 이번 결정을 현지에서 민주화운동의 주체가 돼 온 젊은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향후를 생각해 나갈 것인가.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