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의 핵심인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생산에서 동력을 공급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최첨단 칩 제조 장비다. 회로선폭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초미세 공정 장비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기술 진보를 수반하는 세대교체는 연간 6조 엔(약 66조 원)이 넘는 규모여서 당연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네덜란드의 ASML 홀딩이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2019년부터 본격 개발을 시작했으며 ASML이 유일하게 양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검사 장비와 광원으로서의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도쿄일렉트론은 이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책정했고, 레이저텍의 EUV 관련 수주액은 지난 1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 3위의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의 가와이 도시키 사장은 "EUV를 활용하면 고급 장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3월 31일에 끝나는 2020 회계연도 R&D 프로그램에 1350억 엔(1조4850억 원)을 쏟아 붓는다.
도쿄일렉트론은 실리콘 웨이퍼를 화학적 액체로 코팅하고 개발하는데 사용되는 코터장비 공급으로 유명하다. EUV 기술에 적용 가능한 코터장비 시장에서는 독보적이다.
회사는 현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EUV 기술에 대한 선두 위치를 강화, 1조2800억 엔으로 예상되는 올해 사업연도 연결 매출의 10% 이상을 이 부문에서 올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기업 간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자빔으로 포토마스크에 회로 패턴을 추적하는 장치 시장에서 도시바 계열인 누플레어 테크놀로지가 전자현미경 제조업체인 JEOL 및 오스트리아의 IMS 나노패브리케이션과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경쟁은 26만개의 레이저빔을 전달할 수 있는 '멀티빔'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본 건설기계업체 고마쓰의 자회사 기가포톤은 EUV가 등장하기 전 노광기계의 광원 양대 제조사 중 하나였으나 ASML이 경쟁사를 인수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그러나 기가포톤은 오는 2022년 ASML의 차세대 EUV 장비 출시를 앞두고,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기 위해 새로운 조명 부품 개발에 나선다.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 글로벌 선두업체들의 칩 생산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EUV 적용 기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G 셀룰러 네트워크용 기술 및 기타 최첨단 기술에 대한 고급 칩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과 대만 기업들은 각각 200억 엔 이상의 ASML 제조 노광 기계를 도입하고 있다.
조민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sch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