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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미지의 영역’ 발 디딘 시민들 ‘엑소더스’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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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홍콩 ‘국가보안법’ 이후 ‘미지의 영역’ 발 디딘 시민들 ‘엑소더스’ 현실화되나

홍콩의 한 거리에서 영국의 BNO 여권을 든 남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미지 확대보기
홍콩의 한 거리에서 영국의 BNO 여권을 든 남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홍콩에 엄격한 국가보안법을 제정한 이래 항의 활동에 열성적인 시민들 사이에서는 탈출 방법이 자꾸 화제가 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미 영국 해외시민(BNO) 여권 보유 자격을 가진 300만 명에게 영주권과 시민권의 길을 열어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럼 대상이 된 사람들은 정말로 홍콩을 떠나는 것인가.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일부 이름은 가명).

마이클과 세리나 씨는 홍콩을 영구히 떠나 영국으로의 이주를 결정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영국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다. 두 사람은 BNO 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BNO 여권은 1997년 홍콩 반환 이전에 태어난 홍콩 시민에게 주어진 것이다.

BNO 여권은 본래 영국 영사관의 일정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부 입출국 허가증이다. 종래에는 홍콩으로부터 영국에 가기 쉬워지는 유럽 여행이 편해진다고 하는 정도의 것으로 그 이상으로 특별히 편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BNO 여권을 취득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이를 취득해도 손해 볼 게 없다고 생각하는 홍콩 시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마이클과 세리나 씨는 홍콩에서 아주 평범하고 편안하게 살 만한 경제력을 가진 커플이다. 그들은 모두 금융기관 중간관리직으로 13세 딸과 자주 여행을 했고 몇 년 전 아파트를 샀다. 그런 까닭에 그러한 것을 버리고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홍콩에서는 지난해 범죄 용의자의 중국 본토 인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범죄인 인도’ 조례 개정안을 계기로 항의 시위가 몇 달째 계속됐다. 마이클과 세리나 씨는 이 항의 시위에 대한 대응을 보고 홍콩은 더 이상 홍콩이 아니게 됐다고 말한다. 두 사람이 본 것은 시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부와 말리는 경찰 권력이었다.

이들은 중국계 은행에서 일하고 있어 항의 시위 참가는 해고로 이어진다. 그 때문에 일련의 시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2명의 딸은 항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딸은 화가 많이 났고 혼란스러웠으며 “우리에게 왜 정부가 우리를 저렇게 취급하느냐”고 계속 물었다고 세리나 씨는 말했다.

■ 시민들 ‘국가보안법’ 발효로 인내의 한계

마이클 씨는 국가보안법의 내용은 형편없다고 말한다. 세리나 씨는 이 법이 극소수의 사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주장은 전혀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영국 정부의 새로운 계획으로는 BNO 여권 보유자와 그 부양가족은 앞으로 영국에 5년간 머무를 수 있으며 취업·취학도 가능해진다. 5년 시점에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고 1년 더 머물게 되면 시민권을 얻을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국가보안법이 1985년 영‧중 공동성명에서 약속된 홍콩의 ‘고도의 자치’를 침해하고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마이클과 세리나 씨는 처음에는 딸을 해외 학교에 보낼 생각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족끼리 영국으로 이주하는 것이 제일의 선택사항이 되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뭔가에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오랫동안 실효됐던 BNO 여권을 갱신했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의 대항 수단이었다. 영국은 BNO 여권 보유자에게 시민권 제공을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바로 실현되지는 않을 줄 알았는데 갑자기 큰 변화가 찾아왔다고 마이클 씨는 말했다.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킬 방침을 발표한 이후 마이클과 세리나 씨 같은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게 됐다.

■ BNO 여권이 없는 사람들은 어떡하나?

홍콩에는 현재 BNO 여권 보유자가 35만 명에 이른다. 영국 정부는 보유자격자를 포함하면 전체 수는 29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태어난 시민은 BNO 여권을 소지할 자격이 없다. 심지어 반환 전 신청을 하지 않은 사람도 현재는 신청할 수 없다고 한다.

헬렌 씨는 반환 전인 1997년 태어났지만, 아기여서 부모는 그녀의 BNO 여권을 신청하지 않았다. “영국에 가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내 권리다. 영국과 홍콩이라면 홍콩을 더 좋아하지만 BNO 여권을 갖고 있었어야 했다”고 헬렌 씨는 말한다.

현시점에서 영국으로부터의 제안에 응하는 홍콩 시민이 과연 얼마나 될지 추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영국 정부가 방침을 발표한 7월 1일 이후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하원에서 “영국은 홍콩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그 주민에 대한 역사적 책임에서 도망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이민상담사무소에서 일하는 벤 유 씨는 홍콩에 거주하는 동료들은 매일 페이스북으로 30~40건의 상담을 받는다. 그의 왓츠앱에도 BNO 패스포트나 그 외의 비자로 영국으로 이주할 수 없을까 하는 상담이 수백 건이나 들어와 있다.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메시지가 24시간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BNO 여권 갱신 건수도 홍콩의 정치적 혼란에 따라 증가하고 있다. 2018년 유효했던 BNO 여권은 17만 건이었지만 2019년에는 31만 건 이상으로 뛰었다. 식민지 시대의 홍콩은 늘 한시적인 조차지로 인식되어 왔다. 홍콩에서 많은 사람이 해외로 이주하는 것은 결코 처음이 아니다. 1984~1997년 사이에는 매년 2만~6만6000명이 홍콩을 떠나고 있었다.

■ 종래와 달라진 ‘홍콩 탈출’에 대한 인식

홍콩과기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딕슨 밍 싱(成名) 교수는 이전 이민자는 외국 여권을 취득해 일단 안전한 도피처를 확보한 뒤 생각했던 정치적 악몽이 실현되지 않자 1997년 전후에 홍콩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하고 “그러나 이번 해외 이주의 물결에서는, 만약 실제로 일어난다고 해도, 편도 티켓 밖에 가지고 있지 않는 사람이 전보다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밍 교수는 “중국의 국가 최상부에서 밀려온 국가보안법은 그 자체가 가혹할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약속 위반이라고 대부분이 느끼고 있다. 영‧중 공동성명과 홍콩특별행정구 기본법에서 보호된 홍콩의 자유를 지키지 않는 법이라는 문제뿐 아니라 중국은 애당초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자세가 드러났다”고 말하고 항의 활동에 참여했던 젊은 세대가 점점 홍콩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홍콩 전체 인구 750만 명 중 외국인도 80만 명 정도가 영국, 호주, 캐나다, 미국 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영국이 홍콩의 BNO 여권 소지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계획에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리우 샤오민(劉暁明) 주영 대사는 6일 영국의 제안은 중국에 대한 중대한 간섭에 해당한다며 “주권과 안전보장, 개발이익을 보호하려는 중국의 굳은 결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주영 중국대사관은 성명에서 홍콩에 거주하는 중국계 동포는 모두 중국 국민이라고 밝혔다. 그는 민방 ITV 출연 당시 “중국 정부가 홍콩 시민들에게 영국 출국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영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홍콩대 사이먼 영(楊艾文) 법학 교수는 “중국 정부가 어떤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지 예측하기 어렵다. 아마도 외교적 보복 조치일 것이다. 모양은 달라도 불균등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홍콩 워치’의 베네딕트 로저스 공동창시자는 “BNO 여권의 제안은 관대하고 용기 있는 것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구제조치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서 “홍콩 시민이 보장된 자유 속에서 지금까지처럼 생활하고 고향에서 도망칠 필요가 없도록 조건을 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미 때는 늦었고, 그 사람들은 피난 장소가 필요하게 된다. 이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마이클과 세리나 씨는 영국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위해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곧 18세가 되는 아들을 설득하지 못했다. 가족이 홍콩을 떠난 뒤 아들은 조부모와 살게 된다고 한다. 세리나 씨는 “홍콩을 떠나고 싶지 않다, 홍콩은 자신의 일부라고 아들은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