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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트럼프의 유학생 퇴출은 대면수업 강행위한 꼼수…하버드 MIT 등 잇단 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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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트럼프의 유학생 퇴출은 대면수업 강행위한 꼼수…하버드 MIT 등 잇단 제소

현지시간 7일 기자회견에서 유학생 비자제한 조치를 발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미지 확대보기
현지시간 7일 기자회견에서 유학생 비자제한 조치를 발표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온라인 수업을 계속하는 대학의 일부 유학생에 대한 ‘내쫓기’조치에 대해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가 이를 막아달라며 트럼프 행정부를 법원에 제소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현지시간) 2020년 9월 신학기부터 온라인 수업만 수강하는 유학생에게 미국 체류 비자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갑자기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감염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해 미국에서는 많은 대학이나 교육 기관들이 9월 신학기부터도 계속 온라인 수업을 실시할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8일(현지시간) 유학생 체류를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제소하고 이번 조치에 대한 한시적 금지명령을 법원에 요구했다. 하버드대는 이미 새 학기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주로 중국 등지의 학생이 유학을 단념할 경우 수업료 수입 등 재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체류하려면 대면 수업의 대학에 편입 강제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따르면 새로운 조치 대상 비자는 일반 학생용 F-1과 직업훈련 프로그램 수강 학생용 M-1 두 종류다. 이미 비자를 취득했더라도 신학기부터 온라인 수업만 받는 유학생은 미국에서 출국해야 한다. 미국에 머무르고 싶다면 대면 수업을 하는 교육기관에 편입해야 한다. 또 아직 학생이 해외에 있고, 유학지 대학이 가을학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할 경우 미국 정부는 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학생은 미국 입국도 허용되지 않는다.

하버드대와 MIT는 두 학교 캠퍼스가 있는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지방법원에 대학 학생, 학부, 대학 직원의 (코로나19 감염 확대를 이유로 한) 건강에 대한 고려를 넣은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ICE와 그 상급기관인 미국 국토안보부를 고소했다. 이번 비자 발급을 취소하는 조치에 대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렌스 바코 하버드대 총장은 성명에서 “우리 유학생 및 전미 교육기관에 재적하는 유학생들이 강제퇴거 위협에 노출되지 않고 계속 면학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이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코 총장은 트럼프 정부가 유학생의 미국 체류를 불허하는 방침을 강제퇴거 위협으로 표현하며 극한 대립 자세를 보이고 있다.

서해안의 명문 스탠퍼드대 마크 테시에-라빈 총장 역시 8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에 서한을 보내 새로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유학생이 미국에 머물면서 온라인 수업도 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하버드대와 MIT를 지원하는 법정 의견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예일대도 비슷한 발표를 하고 있고 미국 명문대들이 일제히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을 몰아내려는 조치에 반기를 드는 양상이다.

■ 유학생 지출하는 학비와 생활비 55조 원 이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 들어온 유학생은 2018~1019학년도에 약 11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버드대 학부생의 12%, MIT에서는 10%가 유학생이라고 한다. 유학생 비율이 많은 대학은 재정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어학 프로그램에 주력해 그대로 입학할 수 있는 사립대는 미국 내에 무수히 많다. 유학생들의 학비가 대학 수입의 일부로 묶여 있어 공립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영향이 대학 측에 있다. 또 이러한 조치는 미국인 학생이 국제감각을 해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학생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NPO)인 미국 국제교육연구소(IIE)가 미국 600여 개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해 5월에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 입학자 감소를 예상하는 대학은 88%로 30%가 대폭 감소를 예상했다. 많은 대학이 이번 조치로 유학생이 입학을 포기하면 재무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WSJ가 보도한 미 상무부의 데이터에 의하면, 2018년에 유학생이 미국에서 지불한 학비나 그 외의 경비(생활비·서적 비용 등)는 447억 달러(약 53조7,741억 원)에 달해, 3분의 1에 상당하는 150억 달러 가까이를 중국인 유학생이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대학 경영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유학생이 많으면 수업이나 토론 내용의 폭을 넓히는 한편 심오함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대학들은 유학생의 존재를 문화나 커뮤니티의 일부로 삼아 수험생이나 외부에 어필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학생을 적극적으로 리크루트하기 위한 담당 부서까지 있다. 따라서 유학생이 캠퍼스에서 사라지는 것은 “대학의 커뮤니티에 대미지를 주어 장래의 리더를 기르는 것이나, 발견이나 이노베이션, 경제를 자극하는 것을 방해할 것”이라는 우려와 직결된다.

■ 유학생 인질로 대학 대면수업 재개 압박

한편,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 수는, 6월 하순부터 연일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현지시간 10일 현재 누적 감염자 수는 317만 명으로 3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신규 감염자 수는 하루 6만6,000명으로 지난 4월에 맞은 정점 때를 크게 웃돈다. (미 CDC 집계 기준)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8일 트윗을 통해 새 학기부터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교에서 대면 수업을 재개하자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는 현지시간 8일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많은 나라에서는 학교가 문제없이 재개되고 있다. 민주당은 11월 대선 전에 학교가 재개되면 정치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재개하지 않으면 (교육) 예산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트럼프는 감염 상황이 미국보다 비교적 억제된 국가를 예로 들며 감염 확대가 최악의 상황에 있는 미국의 학교도 새 학기부터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등에 피소된 국토안보부 켄 쿠치넬리 차관은 CNN에 “(이번 조치는) 대학이 실제로 재개하는 것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학교 재개에 집착하는 것에 호응해 비자 발급 취소라는 카드로 유학생을 인질로 잡고 대면 수업을 시작하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하버드대의 바코 총장도 전술한 성명에서 “(유학생 비자에 대한 새로운 조치는) 학생이나 교직원의 건강 문제와 상관없이 대학이 캠퍼스에서 대면 수업을 재개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와 그의 행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11월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타격으로부터 미국을 ‘정상화’ 시키는 행보를 보여줘 표로 연결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면한 상황은 코로나19 감염자와 사망자 수에서 2위인 브라질을 크게 따돌리고 세계 최대의 감염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정권이 경제나 학교 재개를 서두르면서 시민의 건강을 위험에 노출하고 있는 현실에서 코로나19 감염 억제라는 최대의 과제가 차순위로 밀리는 정치적 계산 속 미국은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