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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드 코로나 시대의 일본 자동차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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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드 코로나 시대의 일본 자동차 산업

아이아이네트워크 카이자키 히로시


글로벌 공급망(GVC)의 재구축


2020년에 코로나19의 감염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거나, 각 지역의 경제 활동이 축소 혹은 아예 정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지속되었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반적인 소비가 얼어붙으면서 신차에 대한 수요와 판매도 침체된 것이다.

2020년 5월 기준 일본 완성차 메이커 8개사(도요타자동차, 닛산자동차, 혼다, 미쓰비시자동차, 마쓰다, 스바루, 스즈키, 다이하쓰)의 일본 국내 및 해외 생산 대수는 전년 동월 대비 60% 감소해 역대 최고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신차 판매량이 줄어든 외에도 공장 내 확진자 발생에 따른 생산 라인의 정지, 자동차 부품 서플라이어로부터의 부품 조달 지연 등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도 모든 완성차 메이커의 생산이 멈춰버린 적이 있었다. 아주 작은 부품의 공장이 지진 피해를 보면서 공급이 불가능해진 것이 그 원인이었다.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도 자연재해에 대한 예방책으로서, 1개사가 집중적으로 대량생산해 비용 인하를 하기보다는 복수의 기업에 발주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왔다.

그러나 자동차 기업 각사가 서플라이 체인에서 1차 및 2차 벤더 이외의 납품업체는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4차 및 5차 벤더가 생산하는 단 하나의 부품의 조달에 문제가 생기자 일본 전역에서 자동차의 생산이 모두 중지되고 만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자동차 업계는 10차 벤더까지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비상시에 바로 대체 생산을 할 수 있는 체제를 운영하게 되었다.

또한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사업 연속성 확보를 위한 계획(BCP, 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을 기반으로 서플라이 체인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해왔으나, 이는 재해가 발생한 지역이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는 전제를 상정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비상사태처럼 전 세계의 생산이 정지되는 상황은 전혀 상정하고 있지 못했던 탓에 BCP의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떻게 부품 및 소재를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각사의 방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자동차 산업


최근 사람들은 바이러스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 대한 공포심으로 인해 마스크, 소독약 등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는 제품은 무엇이든지 사들이고 있다. 원격근무 등을 도입해서 많은 사람이 밀집되기 쉬운 통근 시간을 피하고자 하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 확산의 피크가 이미 지났다고 여겨서인지, 혹은 이 이상 경제 활동을 막게 되면 기업들이 줄 도산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일본 정부는 5월 말에 이동 자제 요청을 해제하였다. 그리고 그 이후 통상적인 출근이 서서히 다시 시작되고 있다.
주* 일본 정부는 2020년 4월 16일부터 5월 24일까지 일본 전국적으로 긴급사태를 발령하고, 사람 간의 접촉을 억제하기 위해 외출, 이동 등을 자제하고 재택근무, 휴업 등을 할 것을 권장하였다.

도쿄 시내의 출근 시간 모습

자료: 마이니치신문 (2020년 4월 8일)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정부가 지역 간의 이동 자제 요청을 해제(2020년 6월 19일)하기 전 주인 6월 11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하였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일본 자동차 기업 8개사의 5월 총 생산 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0%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자동차는 2020년에 총 7000만 대(전년 대비 20% 감소한 수치)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적자가 심각했던 리먼 쇼크 당시와는 달리 5000억 엔 규모의 흑자를 전망하기도 했다.

이는 일본의 탑 기업인 도요타가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면, 다른 일본 기업들도 더욱 침체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또한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통근 전차 대신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전망치를 내놓은 이유 중 하나로 보인다.

자동차가 사회적 거리를 지킬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서 전차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어린아이나 고령자도 혼자서 이동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이 지점에서 등장하게 되는 것이 바로 자율주행이다.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하게 되도록 C.A.S.E.(connected 커넥티드, autonomous 자율주행, shared 셰어링, electric 전동화) 관련 기술을 종합적으로 연구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령자도 혼자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차

자료: 웹 모터 매거진

신 기술과 ‘케이레츠’


일본의 산업 전문가들은 흔히 일본 자동차 산업의 강점이 ‘모노즈쿠리(장인 정신을 기반으로 한 제조 문화)’라고 말한다. 이는 QCD(Quality, Cost, Delivery)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높은 품질과 높은 생산성이 양립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각 부품의 공급이 긴밀하게 연결돼야만 제품의 정밀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완성차 메이커의 독자적인 역량뿐만 아니라 부품 업체와의 협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를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일본 자동차 산업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케이레츠(系列, 계열)’이다.

‘케이레츠’는 말 그대로 완성차 메이커를 중심으로 조직화되는 계열사, 즉 부품 납품업체의 모임을 의미한다. 도요타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협풍회(協豊会)’, ‘영풍회(栄豊会)’처럼 서플라이어끼리 서로 연계하여 정보 교환, 스터디, 신차 프로모션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케이레츠 문화는 해외 기업이 일본 자동차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데에 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C.A.S.E.를 필두로 한 차세대 자동차 시장에서는 케이레츠 내 기업만으로 선두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어졌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의 완성차 메이커나 부품 대기업이 미국 실리콘밸리나 이스라엘 출신의 스타트업과 기술 제휴, 합병회사 설립 등을 하는 경우가 많이 보이고 있다. 이제 일본 기업도 더 이상 케이레츠의 틀에만 얽매여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신규 납품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일본의 자동차 관련 기업에 지속적으로 부품을 납품하기 위해서는 일본 현지에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이는 구입 후 수년간 사용하는 자동차의 특성상 동 기간 동안의 품질이 보장돼야만 하며 구성 부품을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책임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품질, 코스트, 납기에 대한 과거 거래 실적을 기반으로 하는 상호신뢰가 중요한 것이다.
주* 일본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는 일본 내 주소지 등록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법인, 연락사무소 등 거점을 보유해야만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 차세대 자동차 기술 부문에서 실적을 보유한 기업은 거의 없다. 그리고 현지에서 연구개발을 하기 위해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을 정도로 장래성이 확실한 기업도 많지 않다.

바로 이러한 기업들을 위해서 일본에는 상사(商社)라는 기업이 존재한다. 단팥빵부터 로켓까지 무엇이든 취급하는 종합상사는 일본에 존재하는 독특한 상관습에서 기인한다. 일본 기업들은 거래 수량이 적거나, 거래 경험이 없거나, 일시적으로 구매하는 경우 등 안정적으로 조달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상사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이야기했을 때 상사를 통해서 거래할 경우 수고와 위험 부담을 경감할 수 있기 때문에 계좌가 없는 기업이더라도 일본 바이어에 간접적으로 납품하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압도적인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 일본 바이어의 선택을 받는 경우(이런 케이스에서도 상사를 경유해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 외에는 먼저 상사에 자사 제품 및 기술에 대하여 제안한 뒤 상사를 통해 바이어를 소개받는 것이 일본 시장에 진입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현재 자동차 업계에는 100년에 한 번 돌아오는 변혁의 시대가 도래했다. 또한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로 대변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의 자동차 관련 기업들은 부품의 조달 방침을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기업들이 일본 시장에 침투할 수 있는 기회요인으로도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KOTRA 무역관, 현지 상사 등을 통해 일본 시장의 정보를 발 빠르게 입수하고, 각 바이어의 방향성에 맞는 접근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