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고밀도 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등 기존 안에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와 골프장 등 유휴 부지 활용까지 염두에 두고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수요 억제책과 대출 규제, 종합부동산세 인상 등 22차례 이상된 발표된 부동산 규제 조치에도 집값 상승이 계속되자 ‘공급 확대’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앞서 정부는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도시 주변 유휴부지 등 신규 택지 발굴 ▲공공 재개발·재건축 ▲도심 공실 상가·오피스 활용 등으로 서울 주택공급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실무기획단 회의에서는 서울시 내 그린벨트 해제안도 논의됐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실무기획단 회의에서 “도시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도 진지한 논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14일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문제도 같이 점검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개발제한구역 지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시내 그린벨트 면적은 150㎢ 규모이다. 서초구(23.88㎢)가 그린벨트 구역면적이 가장 넓고 ▲강서구(18.91㎢) ▲노원구(15.90㎢) ▲은평구(15.21㎢) ▲강북구(11.67㎢) 순이다. 이 중 그린벨트 해제 유력 후보지로 강남구 세곡동을 비롯한 수서역 일대, 서초구 우면·내곡동, 강서구 김포공항 등이 꼽힌다.
실제로 서울시는 실무기획단 회의 직후 입장문을 통해 그린벨트 해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시는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한가운데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로, 한 번 훼손되면 원상태 복원이 불가능하다”면서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린벨트 해제와 함께 아파트 건설 부지 마련을 위해 장기 미집행 공원용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장기 미집행 공원용지는 공원 설립을 위해 지자체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 조성이 이뤄지지 않은 땅이다. 현재 서울시내 장기미집행 공원용지는 총 132곳으로, 면적은 총 118.5㎢에 이른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도심외곽에 산재한 장기 미집행 공원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라며 “개발 시 녹지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대부분의 토지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주택 사업부지는 용적률과 건폐율을 높이는 고밀 개발이 이뤄질 경우 충분한 녹지를 확보하면서 많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국방부 소유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내에서는 군 소유의 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군 소유 골프장 부지를 활용한 주택공급 방안을 정부에 다시 제안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에도 성남 골프장, 88CC, 뉴서울CC, 태릉 골프장 등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 도심 내 역세권 등 기반시설이 완비된 재건축·재개발 구역의 용적률을 높여 도심 주택공급을 대폭 늘리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억제 위주의 정부 정책으로 서울 도심의 아파트 공급이 막힌 반면, 수요는 계속 늘어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뛰고 있다”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를 통해 도심 주택 공급을 늘릴 경우 지금과 같은 집값 급등세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