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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트럼프 조카딸이 폭로한 트럼프 일가 ‘어두운 가족사’…SAT 시험도 대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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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24] 트럼프 조카딸이 폭로한 트럼프 일가 ‘어두운 가족사’…SAT 시험도 대리로

조카딸 메리 트럼프가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어두운 가족사를 폭로한 책 ‘Too Much and Never Enough’의 표지.이미지 확대보기
조카딸 메리 트럼프가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어두운 가족사를 폭로한 책 ‘Too Much and Never Enough’의 표지.

트럼프 대통령의 인물상을 설명하는 서적은 수없이 나와 있지만 그중 가장 신빙성 있는 폭로서적으로 기대를 모았던 책이 바로 ‘Too Much and Never Enough’다.

작가 메리 트럼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죽은 형의 딸이자 임상심리학자다. 트럼프에 관해서는 많은 정신·심리전문가가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을 의심하고 있으며 그런 책도 나와 있지만 메리는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마치 가족의 연대기 소설 같은 이 서적이다.

부모가 독일에서 이민 온 독일계 미국인으로 뉴욕의 부동산업자로 성공한 트럼프의 아버지 프레드는 타인에 대한 애정과 동정심을 약점으로, 잔인함을 강세로 여기는 인물로 그 방침에 따라 아이들을 교육하고 가족을 통제했다. 트럼프 가문에서 애정은 전혀 중시되지 않았고 강한 것과 남을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관이었다.

프레드의 장남 프레디는 조종사가 돼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독립하고 싶다는 갈망과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비틀거리다 알코올 의존증으로 요절했다. 애정이란 감정이 없는 프레드가 가장 그에 가까운 열정을 쏟은 사람이 둘째 도널드다. 도널드는 아버지의 가르침에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괴물’이 되어 간다. 형이 죽은 날 조카들을 위로하기는커녕 영화를 보러 간 에피소드나 도널드의 동정심이나 애정 결여는 무서울 정도로 두드러진다.

도널드는 아버지에게 소액의 돈을 빌려 대성공한 자수성가 이미지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경제적으로 매우 성공한 아버지의 돈을 탕진해 자수성가 이미지를 산 것이었다. 부동산업에 관해서도 실제로 일을 한 것은 아버지 프레드이며, 도널드가 무지한 채 시작한 카지노에서는 큰 실수를 하고 있다. 또 도널드는 펜실베이니아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남을 고용해 SAT(대학 수학능력평가시험)를 치르게 한 것 같지만, 그것도 포함해 이 가정에서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남을 속이는 것도,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도 장려된 것 같다.

프레드가 시작해 도널드가 물려받은 트럼프 가문의 방침이 그대로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이 됐다. 외부인에 있어서는 트럼프 정권의 각료나 공화당원이 잠자코 트럼프를 따르는 심리가 신기하게 생각되지만, 아무래도 도널드 트럼프의 가족과 같은 심리인 것 같다. 그 트럼프만 해도 항상 주위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지 않으면 자존심이 유지되지 않는다. 메리의 분석에서 도널드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만을 바라던 어린아이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놀라운 것은 트럼프 일가의 철저한 구두쇠 행보다. 큰돈이 있는데도 프레드는 자신이 가진 값싼 부동산에 장남 가족을 살게 하고 벽이 부서져 바깥에서 찬 바람이 불어 큰아들이 폐렴을 일으켜도 수리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게다가 트럼프 가문에서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타인으로부터의 선물을 재활용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어 있던 것 같다. 이 또한 가족애보다 돈이라는 가치관이 철저하다는 증거다. 이런 에피소드들을 읽다 보면 갑부로 태어나는 것이 꼭 행복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유권자들이 폭로되기를 기대했던 트럼프의 세금 탈루 증거인데 이는 도널드를 포함한 프레디의 형제자매가 메리와 동생을 유산에서 떼어내려고 시도한 데서 비롯됐다. 뉴욕타임스의 2018년 특종기사의 증거가 될 만한 서류를 제공한 것이 메리라는 것이 이 책에서 밝혀지는데 기자 수잔 크레이그(Susanne Craig)가 갑자기 메리의 집에 나타났을 때는 ‘not cool(그런 걸 하지 말아야 하지)’이라며 쫓아낸 모양이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그 특종기사가 되었으므로, NYT의 기자의 포기하지 않는 열정과 파고드는 능력에 항복했다. 기자란 일종의 탐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 일가의 역사는 마치 시드니 셸던과 같은 페이지터너이기도 하다. 시드니 셸던이라면 그 다음은 복수극의 완결편일 것이다. 지금은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